WATCH
2024년 올해의 시계
2024년을 기록하는 13개의 시계.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시계업계의 움직임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의 목표에 따라 끝없이 노력 중이다. 기계식 시계의 꽃인 컴플리케이션 분야는 형식에 관계없이 보다 뛰어난 메커니즘에 도전하고 있으며, 컴플리케이션의 고도화, 복잡성, 한계에 가까운 극한 요소가 새로운 모델로 발현되고 있다. 꽤 오랜 시간 지속된 복각(Re-issue) 트렌드도 어느새 하나의 장르가 됐다. 단순히 과거의 시계를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정 시대와 그 시대의 가치를 함께 전달한다. 컬러 베리에이션과 소재의 다양성 추구 역시 올해 시계업계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다. 한편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다른 점이라면 루이 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토털 브랜드의 눈부신 약진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자체 매뉴팩처를 설립하고 서플라이어와의 협업으로 함량을 높이며 자유로운 발상과 패션에 기반한 헤리티지를 한껏 활용해 장점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신선함이라는 측면에서 다소 정체되어 있던 시계업계에 이들은 새로운 자극제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울트라-씬 분야의 치열한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두께 1.80mm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나 몇 개월 만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 불가리는 두께 0.05mm를 줄이며 다시 한번 왕좌를 탈환했다. 케이스 두께가 1.70mm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가 바로 그 주인공. 시계는 다이얼과 케이스, 무브먼트의 경계를 허물고, 부품을 수평으로 배열해 두께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 시, 분, 초침과 심장인 밸런스, 동력인 배럴이 각기 흩어지고 혼재하는 독특한 구성을 가져왔다. 케이스 강성을 강화하기 위해 티타늄과 텅스텐 카바이드를 사용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한편 불가리는 극단적으로 얇은 두께를 추구하면서 외관과 세부 그 무엇도 놓치지 않았다. 배럴 표면에는 그래픽을 새겨 아름다움을 살렸고 COSC 인증을 받아 정확성까지 증명했다. 울트라 신 워치메이킹의 첨단 기술력과 예술적 미학까지 모두 갖춘 셈.
1935년 론진이 만든 파일럿 워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 공군에 납품했다. 두꺼운 비행용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강인하고 투박한 플루티드 베젤이 이 시계의 특징이었다. 케이스백에 체코 국방부의 물자를 뜻하는 ‘Majetek Vojenské Správý’를 각인했기 때문에 ‘3582’ 레퍼런스 넘버 대신 마제텍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 론진이 올해 새로 소개한 마제텍은 오리지널의 디자인과 기능을 계승하되, 스테인리스스틸보다 약 30% 가벼운 티타늄을 활용한 복각 모델이다. 마제텍이라고 부르게 된 기원인 각인을 케이스백에 새겼고, COSC 인증을 받은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L893.6을 탑재해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파일럿 워치 분야에서 론진이 쌓아온 노하우와 밀리터리 헤리티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걸작이라 말하고 싶다.
해발 4810m로 솟은 몽블랑산을 거꾸로 뒤집은 수심 4810m. 몽블랑의 다이버 워치 아이스드 씨 제로 옥시전 딥 4810이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수심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다이버 워치 시장에서 몽블랑은 기능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제표준 ISO 6425:2018의 기준을 충족시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방수시계 기준으로 6000m 이상의 방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3D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수면 아래의 빙하를 묘사한 케이스백은 산소 대신 질소를 채운 제로 옥시전 기술을 적용하여 산소 접촉에 의한 산화 속도를 현저하게 낮춘다. 덕분에 무브먼트의 컨디션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최상의 상태로 정확한 시간을 표시할 수 있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아득한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이 시계는 견고한 케이스와 달리 고전적인 디테일로 반전을 꾀한다. 몽블랑산에서 가장 큰 빙하인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얼은 고전 기법인 그라테 부아제(Gratté Boisé)로 완성해 빙하의 단면 같은 느낌을 전한다.
보석상에서 시작한 까르띠에는 귀금속을 다루는 데 능했다. 단단한 소재를 늘이고 구부리고 접합하는 등 시계에 필요한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도 능숙하게 해냈고 덕분에 기하학 형태의 케이스를 다수 선보였다. 프랑스어로 거북이를 뜻하는 똑뛰는 말 그대로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케이스다. 1928년 까르띠에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워치인 똑뛰는 셰이프 인 셰이프 구성으로 라운드 다이얼 속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필수 요소를 채워 넣었고, 하나의 버튼으로 기능을 제어하는 간결함까지 드러낸 시계였다. 1998년 까르띠에 워치 부활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Collection Privee Cartier Paris)에서 재등장한 이 모델은 2024년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업그레이드됐다. 오리지널의 우아함과 개성 있는 케이스, 명료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에는 변함없다. 다만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거북이는 보다 날렵해진 모습이다.
퍼페추얼 1908은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 시대로 접어든 1900년 초반의 디자인을 2024년식으로 해석한 모델. 이 시계는 기술적, 미학적으로 풍요로웠던 당시의 시대상과 여유를 잘 보여준다. 다이얼은 전통적인 낱알 기요세 패턴인 그랑 도르주(Grain d'orge)로 정교하게 장식하고, 차가운 아이스 블루 컬러로 완성했다. 피어싱 처리한 원형 장식 시침과 스몰 세컨드는 클래식 워치의 전형적 디테일이라 할 만하다. 여간해서는 무브먼트를 보여주지 않는 롤렉스가 케이스백에 드러낸 칼리버 7140도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다.
작년, 파텍 필립 워치 아트 그랜드 전시(Patek Philippe Watch Art Grand Exhibition)에서 한정판으로 공개된 월드타임이 마침내 일반 모델로 출시됐다. 월드타임 기능 하나로만 방대한 계보를 이룬 파텍 필립은 이번 Ref. 5330G의 가세로 기술적 진보를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케이스 측면의 버튼 하나로 재빨리 로컬 타임을 변경할 수 있는 코티에(Cottier) 메커니즘 덕분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편리하게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로컬 타임에 날짜 기능을 연동시켜 시간이 바뀌면서 날짜도 자동으로 계산된다는 점. 오랜 시간 숙제로 남아 있던 기술적 한계를 마침내 극복한 것이다. 가독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투명하게 제작한 포인터, 현대적인 감각의 데님 블루 다이얼 스트랩 역시 파텍 필립의 세심함을 보여준다.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1965년 작 ‘버드 온 어 록’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 최초의 플라잉 투르비용 워치가 등장했다. 커다란 젬스톤 위에 올라선 다이아몬드 새 모티브를 시계 다이얼에 이식한 것. 기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플라잉 투르비용은 튀르쿠아즈 스톤을 마케트리 기법으로 완성한 다이얼에 둘러싸여 있다. 천연 스톤의 미묘한 패턴과 톤 차이를 살린 튀르쿠아즈 스카이는 구름 모양으로 잘라낸 16개의 조각으로 구성되며,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한 쌍의 새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른다. 메티에다르 다이얼과 케이스에 발휘한 잼 세팅의 아름다움은 케이스백에서 한 번 더 드러난다. 투르비용 칼리버 AFT24T01의 브리지를 장식한 스노 세팅은 프롱(Prong)을 드러내지 않는 고급 기법이다. 투르비용의 기술력, 메티에다르의 아름다움과 잼 세팅의 기교를 하나의 시계로 아우르는 아트 피스다.
위블로의 독창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지칭하는 MP(Master Piece) 시리즈에서 최신 모델이 등장했다. 무게추의 힘을 이용해 동력을 전달하는 모델로, 시간을 나타내는 두 개의 드럼 디스크 좌우로 나란히 놓인 웨이트가 위, 아래로 움직이며 힘을 축적한다. 마치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처럼 작동하는 웨이트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동적 감각을 극대화한다. 회전하는 로터 대신 리니어 웨이트를 택하면서 수직 연결로 전반적인 구조를 설계한 점도 인상적. 비스듬히 놓인 투르비용 케이지와 두 개의 컬러로 동력 잔량을 나타내는 파워 리저브 디스플레이가 이를 증명한다. 티타늄 케이스는 레이싱카의 외관처럼 매끈하고 슬릭하며, 독특하게 연결한 러버 밴드 역시 MP 시리즈의 독창성을 주장한다.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계로 재탄생했다. 지난 10년간 월드타임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통해 루이 비통의 테마인 여행을 다채롭게 보여준 에스칼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봐도 좋다. 물론 에스칼의 전통과 상징적 요소는 계승했다. 모노그램을 새긴 팔각형 크라운, 인덱스는 트렁크 브래킷 모양과 트렁크 캔버스를 고정하는 로진(Lozine) 못 모양을 새롭게 활용했다. 덕분에 스리 핸즈의 타임 온리 기능이지만 심플하면서도 명확하게 여행이라는 테마를 묘사한다. 2023년 새로운 땅부르 워치와 함께 공개한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LFT023은 에스칼에도 탑재됐다. LV 이니셜을 브리지 디자인과 표면 장식으로 꾸민 칼리버 LFT023은 고전과 현대적 감각을 적절하게 배합해 루이 비통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드러낸다. 무브먼트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하이엔드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워치메이킹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발휘한 루이 비통의 최신작이다.
에르메스 하이 워치메이킹의 성장을 보여주는 아쏘 뒥 아뜰레. 에르메스가 가진 마구에 대한 전통과 유산을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에 대입했다. 다이얼 살짝 위쪽에 위치한 더블 H 이니셜의 3축 투르비용은 마치 공과 같이 회전하며 중력의 간섭을 최소화하는데, 각각의 축은 300, 60, 25초에 한 바퀴를 돌며 3만6000vph의 높은 진동수로 하이 비트 멀티 액시스 투르비용이라는 새로운 업적을 세웠다. 투르비용 주위에선 말머리 모양의 해머로 소리 굽쇠 공을 때리는 미니트 리피터의 주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심플한 다이얼 사이드와 달리 케이스백은 컴플리케이션 테마를 더욱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마차의 바퀴살 같은 기어, 말의 형상을 한 미니트 리피터 랙 등 철저한 디테일로 주제를 구체화했다.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도시와 건축물의 빠른 복구를 목적으로 탄생한 예술 사조다. 1960년대 오데마 피게는 브루탈리즘의 실용성과 조형미를 시계로 완성한 바 있는데, 이 오리지널 5159 모델을 리마스터링해 탄생한 시계가 올해 공개한 [리]마스터02다. 좌우 비대칭을 이루는 케이스, 특히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케이스는 조망을 고려해 디자인한 건축물처럼 비스듬하게 누워 있다. 케이스는 건축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는데,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오픈워크에서 쓰인 샌드 골드로 묵직한 양감과 독특한 텍스처를 강조한다. 다이얼은 첫 로열 오크의 다이얼 컬러인 블루 뉘 누아지(Bleu Nuit Nuage) 50을 사용해 친숙함을 택했다. 다이얼을 12개의 섹터로 나눈 후 섬세한 새틴 피니시를 더해 미묘하게 변하는 블루 톤을 살려낸 대목도 눈길을 끈다.
1968년 작 까레라 다토 45에서 영감을 받은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다토는 레트로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태그호이어의 기조를 드러낸다. 까레라 다토 45는 날짜 기능의 라틴어 ‘Dato’와 45분을 계측할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45분 카운터 단 하나만 달려 있어 그리스-로마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우뚝 솟아오른 돔 글라스와 그 안쪽을 따라 도넛 모양으로 부풀린 플린지를 내세운 글라스박스 구조, 외눈박이 싱글 카운터와 대칭을 이루는 데이트 윈도도 주목할 만한 세부다. 크로노그래프는 오리지널과 달리 45분이 아닌 30분 계측으로 변경되었으나 특유의 다이얼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했다. 독특한 틸(Teal) 그린 컬러를 입혀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도 올해 모델의 특징. 덕분에 다양한 까레라 컬렉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날짜를 표시하는 기능 중에서도 매우 복잡한 기능인 퍼페추얼 캘린더. 수많은 톱니바퀴로 프로그램한 달력을 통해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는 기능이다. 단 그레고리력의 불규칙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불완전함이 내재한다. 100의 배수가 되는 해를 평년, 다시 400년으로 떨어지는 해를 윤년으로 보는 불규칙성에서 기인한다.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투명함을 강조한 다이얼 4시와 5시 사이에 노출한 메커니즘으로 불규칙성을 극복하고 완전함에 다가갔다. 아울러 문페이즈의 정확성에서도 보정 기능을 통해 4500만 년에 하루의 오차라는 실질적으로는 제로 오차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퍼페추얼 캘린더의 기술적 진화 덕분에 한계를 넘어선 이터널 캘린더라는 이름을 달았다.

「
Octo Finissimo Ultra COSC BVLGARI
」울트라-씬 분야의 치열한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두께 1.80mm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나 몇 개월 만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올해 불가리는 두께 0.05mm를 줄이며 다시 한번 왕좌를 탈환했다. 케이스 두께가 1.70mm에 불과한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COSC가 바로 그 주인공. 시계는 다이얼과 케이스, 무브먼트의 경계를 허물고, 부품을 수평으로 배열해 두께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 시, 분, 초침과 심장인 밸런스, 동력인 배럴이 각기 흩어지고 혼재하는 독특한 구성을 가져왔다. 케이스 강성을 강화하기 위해 티타늄과 텅스텐 카바이드를 사용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한편 불가리는 극단적으로 얇은 두께를 추구하면서 외관과 세부 그 무엇도 놓치지 않았다. 배럴 표면에는 그래픽을 새겨 아름다움을 살렸고 COSC 인증을 받아 정확성까지 증명했다. 울트라 신 워치메이킹의 첨단 기술력과 예술적 미학까지 모두 갖춘 셈.

「
Pilot Majetek Pioneer Edition LONGINES
」1935년 론진이 만든 파일럿 워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체코 공군에 납품했다. 두꺼운 비행용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강인하고 투박한 플루티드 베젤이 이 시계의 특징이었다. 케이스백에 체코 국방부의 물자를 뜻하는 ‘Majetek Vojenské Správý’를 각인했기 때문에 ‘3582’ 레퍼런스 넘버 대신 마제텍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 론진이 올해 새로 소개한 마제텍은 오리지널의 디자인과 기능을 계승하되, 스테인리스스틸보다 약 30% 가벼운 티타늄을 활용한 복각 모델이다. 마제텍이라고 부르게 된 기원인 각인을 케이스백에 새겼고, COSC 인증을 받은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L893.6을 탑재해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파일럿 워치 분야에서 론진이 쌓아온 노하우와 밀리터리 헤리티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걸작이라 말하고 싶다.

「
Iced Sea 0 Oxygen Deep 4810 MONTBLANC
」해발 4810m로 솟은 몽블랑산을 거꾸로 뒤집은 수심 4810m. 몽블랑의 다이버 워치 아이스드 씨 제로 옥시전 딥 4810이 생존할 수 있는 최대 수심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다이버 워치 시장에서 몽블랑은 기능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제표준 ISO 6425:2018의 기준을 충족시켰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방수시계 기준으로 6000m 이상의 방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3D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수면 아래의 빙하를 묘사한 케이스백은 산소 대신 질소를 채운 제로 옥시전 기술을 적용하여 산소 접촉에 의한 산화 속도를 현저하게 낮춘다. 덕분에 무브먼트의 컨디션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고, 최상의 상태로 정확한 시간을 표시할 수 있다.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아득한 심해의 수압을 견디는 이 시계는 견고한 케이스와 달리 고전적인 디테일로 반전을 꾀한다. 몽블랑산에서 가장 큰 빙하인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얼은 고전 기법인 그라테 부아제(Gratté Boisé)로 완성해 빙하의 단면 같은 느낌을 전한다.

「
Tortue Monopusher Chronograph CARTIER
」보석상에서 시작한 까르띠에는 귀금속을 다루는 데 능했다. 단단한 소재를 늘이고 구부리고 접합하는 등 시계에 필요한 복잡하고 어려운 공정도 능숙하게 해냈고 덕분에 기하학 형태의 케이스를 다수 선보였다. 프랑스어로 거북이를 뜻하는 똑뛰는 말 그대로 거북이 등껍질을 연상케 하는 케이스다. 1928년 까르띠에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워치인 똑뛰는 셰이프 인 셰이프 구성으로 라운드 다이얼 속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에 필수 요소를 채워 넣었고, 하나의 버튼으로 기능을 제어하는 간결함까지 드러낸 시계였다. 1998년 까르띠에 워치 부활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Collection Privee Cartier Paris)에서 재등장한 이 모델은 2024년 새로운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업그레이드됐다. 오리지널의 우아함과 개성 있는 케이스, 명료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에는 변함없다. 다만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거북이는 보다 날렵해진 모습이다.

「
PERPETUAL 1908 ROLEX
」퍼페추얼 1908은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 시대로 접어든 1900년 초반의 디자인을 2024년식으로 해석한 모델. 이 시계는 기술적, 미학적으로 풍요로웠던 당시의 시대상과 여유를 잘 보여준다. 다이얼은 전통적인 낱알 기요세 패턴인 그랑 도르주(Grain d'orge)로 정교하게 장식하고, 차가운 아이스 블루 컬러로 완성했다. 피어싱 처리한 원형 장식 시침과 스몰 세컨드는 클래식 워치의 전형적 디테일이라 할 만하다. 여간해서는 무브먼트를 보여주지 않는 롤렉스가 케이스백에 드러낸 칼리버 7140도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다.

「
World Time Date Ref. 5330G<span style="font-size: inherit;"> PATEK PHILIPPE
」작년, 파텍 필립 워치 아트 그랜드 전시(Patek Philippe Watch Art Grand Exhibition)에서 한정판으로 공개된 월드타임이 마침내 일반 모델로 출시됐다. 월드타임 기능 하나로만 방대한 계보를 이룬 파텍 필립은 이번 Ref. 5330G의 가세로 기술적 진보를 한 걸음 더 내딛었다. 케이스 측면의 버튼 하나로 재빨리 로컬 타임을 변경할 수 있는 코티에(Cottier) 메커니즘 덕분에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편리하게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로컬 타임에 날짜 기능을 연동시켜 시간이 바뀌면서 날짜도 자동으로 계산된다는 점. 오랜 시간 숙제로 남아 있던 기술적 한계를 마침내 극복한 것이다. 가독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투명하게 제작한 포인터, 현대적인 감각의 데님 블루 다이얼 스트랩 역시 파텍 필립의 세심함을 보여준다.

「
Bird on a Flying Tourbillon TIFFANY & CO.
」티파니의 주얼리 디자이너 쟌 슐럼버제(Jean Schlumberger)의 1965년 작 ‘버드 온 어 록’ 브로치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 최초의 플라잉 투르비용 워치가 등장했다. 커다란 젬스톤 위에 올라선 다이아몬드 새 모티브를 시계 다이얼에 이식한 것. 기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플라잉 투르비용은 튀르쿠아즈 스톤을 마케트리 기법으로 완성한 다이얼에 둘러싸여 있다. 천연 스톤의 미묘한 패턴과 톤 차이를 살린 튀르쿠아즈 스카이는 구름 모양으로 잘라낸 16개의 조각으로 구성되며, 다이아몬드로 화려하게 장식된 한 쌍의 새가 푸른 하늘을 날아오른다. 메티에다르 다이얼과 케이스에 발휘한 잼 세팅의 아름다움은 케이스백에서 한 번 더 드러난다. 투르비용 칼리버 AFT24T01의 브리지를 장식한 스노 세팅은 프롱(Prong)을 드러내지 않는 고급 기법이다. 투르비용의 기술력, 메티에다르의 아름다움과 잼 세팅의 기교를 하나의 시계로 아우르는 아트 피스다.

「
MP-10 Tourbillon Weight Energy System Titanium HUBLOT
」위블로의 독창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지칭하는 MP(Master Piece) 시리즈에서 최신 모델이 등장했다. 무게추의 힘을 이용해 동력을 전달하는 모델로, 시간을 나타내는 두 개의 드럼 디스크 좌우로 나란히 놓인 웨이트가 위, 아래로 움직이며 힘을 축적한다. 마치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처럼 작동하는 웨이트는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동적 감각을 극대화한다. 회전하는 로터 대신 리니어 웨이트를 택하면서 수직 연결로 전반적인 구조를 설계한 점도 인상적. 비스듬히 놓인 투르비용 케이지와 두 개의 컬러로 동력 잔량을 나타내는 파워 리저브 디스플레이가 이를 증명한다. 티타늄 케이스는 레이싱카의 외관처럼 매끈하고 슬릭하며, 독특하게 연결한 러버 밴드 역시 MP 시리즈의 독창성을 주장한다.

「
Escale LOUIS VUITTON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계로 재탄생했다. 지난 10년간 월드타임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을 통해 루이 비통의 테마인 여행을 다채롭게 보여준 에스칼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고 봐도 좋다. 물론 에스칼의 전통과 상징적 요소는 계승했다. 모노그램을 새긴 팔각형 크라운, 인덱스는 트렁크 브래킷 모양과 트렁크 캔버스를 고정하는 로진(Lozine) 못 모양을 새롭게 활용했다. 덕분에 스리 핸즈의 타임 온리 기능이지만 심플하면서도 명확하게 여행이라는 테마를 묘사한다. 2023년 새로운 땅부르 워치와 함께 공개한 인하우스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LFT023은 에스칼에도 탑재됐다. LV 이니셜을 브리지 디자인과 표면 장식으로 꾸민 칼리버 LFT023은 고전과 현대적 감각을 적절하게 배합해 루이 비통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드러낸다. 무브먼트의 완성도는 말할 것도 없고, 하이엔드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워치메이킹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발휘한 루이 비통의 최신작이다.

「
Arceau Duc Attele HERMÈS
」에르메스 하이 워치메이킹의 성장을 보여주는 아쏘 뒥 아뜰레. 에르메스가 가진 마구에 대한 전통과 유산을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에 대입했다. 다이얼 살짝 위쪽에 위치한 더블 H 이니셜의 3축 투르비용은 마치 공과 같이 회전하며 중력의 간섭을 최소화하는데, 각각의 축은 300, 60, 25초에 한 바퀴를 돌며 3만6000vph의 높은 진동수로 하이 비트 멀티 액시스 투르비용이라는 새로운 업적을 세웠다. 투르비용 주위에선 말머리 모양의 해머로 소리 굽쇠 공을 때리는 미니트 리피터의 주요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심플한 다이얼 사이드와 달리 케이스백은 컴플리케이션 테마를 더욱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마차의 바퀴살 같은 기어, 말의 형상을 한 미니트 리피터 랙 등 철저한 디테일로 주제를 구체화했다.

「
[RE]Master02 AUDEMARS PIGUET
」브루탈리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도시와 건축물의 빠른 복구를 목적으로 탄생한 예술 사조다. 1960년대 오데마 피게는 브루탈리즘의 실용성과 조형미를 시계로 완성한 바 있는데, 이 오리지널 5159 모델을 리마스터링해 탄생한 시계가 올해 공개한 [리]마스터02다. 좌우 비대칭을 이루는 케이스, 특히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케이스는 조망을 고려해 디자인한 건축물처럼 비스듬하게 누워 있다. 케이스는 건축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는데, 로열 오크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오픈워크에서 쓰인 샌드 골드로 묵직한 양감과 독특한 텍스처를 강조한다. 다이얼은 첫 로열 오크의 다이얼 컬러인 블루 뉘 누아지(Bleu Nuit Nuage) 50을 사용해 친숙함을 택했다. 다이얼을 12개의 섹터로 나눈 후 섬세한 새틴 피니시를 더해 미묘하게 변하는 블루 톤을 살려낸 대목도 눈길을 끈다.

「
Carrera Chronograph ' TAG HEUER
」1968년 작 까레라 다토 45에서 영감을 받은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다토는 레트로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태그호이어의 기조를 드러낸다. 까레라 다토 45는 날짜 기능의 라틴어 ‘Dato’와 45분을 계측할 수 있어 붙은 이름이다. 45분 카운터 단 하나만 달려 있어 그리스-로마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 ‘사이클롭스’라는 별칭도 붙었다. 우뚝 솟아오른 돔 글라스와 그 안쪽을 따라 도넛 모양으로 부풀린 플린지를 내세운 글라스박스 구조, 외눈박이 싱글 카운터와 대칭을 이루는 데이트 윈도도 주목할 만한 세부다. 크로노그래프는 오리지널과 달리 45분이 아닌 30분 계측으로 변경되었으나 특유의 다이얼 레이아웃은 그대로 유지했다. 독특한 틸(Teal) 그린 컬러를 입혀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도 올해 모델의 특징. 덕분에 다양한 까레라 컬렉션에서 단연 눈에 띄는 존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Portugieser Eternal Calendar IWC
」날짜를 표시하는 기능 중에서도 매우 복잡한 기능인 퍼페추얼 캘린더. 수많은 톱니바퀴로 프로그램한 달력을 통해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는 기능이다. 단 그레고리력의 불규칙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불완전함이 내재한다. 100의 배수가 되는 해를 평년, 다시 400년으로 떨어지는 해를 윤년으로 보는 불규칙성에서 기인한다. IWC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투명함을 강조한 다이얼 4시와 5시 사이에 노출한 메커니즘으로 불규칙성을 극복하고 완전함에 다가갔다. 아울러 문페이즈의 정확성에서도 보정 기능을 통해 4500만 년에 하루의 오차라는 실질적으로는 제로 오차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퍼페추얼 캘린더의 기술적 진화 덕분에 한계를 넘어선 이터널 캘린더라는 이름을 달았다.
Credit
- WRITER 고규철
CELEBRITY
#로몬, #차정우, #노재원, #진영, #A20, #솔로지옥, #tws, #카이, #kai, #아이브, #가을, #필릭스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