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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김민재는 우리 모두가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려워 말라, 우리에겐 김민재가 있으니. 겁내지 말라. 그가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과 함께함이라.

프로필 by 박세회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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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 때마다 생각나는 게 있나요?
거의 짜장면인 것 같아요.
한국 축구 최고 연봉의 사나이도 짜장면은 못 참는군요.
원래 그런 게 맛있잖아요. 다 똑같아요. 돈을 얼마를 벌든. 한국식 치킨도 종종 생각나죠.
베이징, 페네르바체, 나폴리를 거쳐 뮌헨까지,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어요.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냥 앞만 보고 달려왔고, 지금도 앞만 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 같아요.
그 동기는 어떻게 관리하고 부여하나요?
그건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연관이 있어요. ‘쉬느니 뛰어야 한다’고 얘기했잖아요. 제겐 그게 거의 강박에 가까워요. 나는 매 경기를 뛰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거죠. 그 강박 자체가 제 모든 동기의 가장 밑바탕에 있어요. 이번 경기에서 잘해야 다음 경기에도 뛸 수 있으니 잘하는 거고, 잘하려면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하니 훈련을 열심히 하는 거죠.
부상 없이 벤치에 앉아서 스타트한 적이 있나요?
없어요. 한두 경기는 있었던 것도 같은데, 세 경기 이상 선발에서 제외된 적은 선수 생활을 통틀어 없어요. 중국에 있을 때 감독님이 바뀐 뒤에 세 경기 정도 선발로 못 뛴 적이 있어요. 그때 운동을 따로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럴 때 더 열심히 해야 해요. ‘난 나가지도 못하는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선수로서 자격이 없는 거예요. 경기를 뛰는 사람보다 경기를 안 뛰는 사람이 운동량이 적으니까 평소 훈련도 훨씬 더 열심히 해야죠.
이런 마음이라 뮌헨에서도 주전이 가능한 거였군요.
아녜요. 솔직히 부상 선수들도 좀 있고 저만 거의 멀쩡하니까 계속 나가고 있는 거예요. 다 복귀해서 풀 컨디션으로 경쟁하면 또 몰라요. 그래서 저도 ‘아직 주전은 아니고요’라고 말한 거고요.
강박적으로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운동장에 들어서기 전에 물을 뿌려요.
어디서요?
사이드에서요. 사이드에서 물을 주거든요. 그 물을 팔과 손에 뿌리고 얼굴을 씻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요.
성수 같은 거군요?
비슷하죠. 경기장에 들어갈 때 찝찝하지 않게 깔끔하게 하고 들어가려는 작은 의식 같은 거죠.
그건 몰랐네요. 경기 끝나면 잠을 못 이루고 축구 공부를 루틴처럼 한다는 인터뷰도 봤는데요.
시합을 뛴 날 잠을 못 자는 건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80~90%의 선수들이 비슷할 거예요. 저희는 경기 뛴 날은 잠을 못 자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거든요. 그런데 축구 공부를 루틴처럼 한다는 건 좀 과장된 얘기 같네요. 경기 영상을 리뷰하거나 축구 생각을 많이 하긴 하는데, 경기가 좀 안 풀렸던 날에 그래요. 경기가 잘 풀린 날에는 굳이 축구 공부를 하진 않죠.(웃음)
잘 풀린 날엔 넷플릭스?
넷플릭스도 있고, 뭐 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많은 사람이 김민재를 말디니나 바란 혹은 반다이크에 비교하죠. 본인은 누가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우파메카노요. 뮌헨 오기 전에도 우파메카노 선수가 정말 잘하는 것 같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도 있을 만큼 좋아하고, 제 자신이 스타일 면에서 우파메카노랑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든요.
둘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겠군요?
맞아요. 저희는 서로가 뭘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거든요.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수비수 중 순속이 거의 리그 최정상급인 두 사람이니까요. 김민재 선수가 순속이 시속 35km 가까이 나오죠.
데이터를 보면 저는 시속 34km 중후반대 정도 나오고, 우파메카노는 35km가 넘어가요. 중앙 수비수 중에서는 빠른 편이긴 한데, 저보다 우파메카노가 정말 빨라요. 뤼디거 선수랑 같이요.
김민재 병에 걸린 조기축구 아저씨들이 많다는 얘기가 있어요. 자꾸 멋진 횡패스를 노리는 수비수들이요. 잘 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패스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죠?
그런 것들은 수도 없이 계속 시도해서 얻어낼 수밖에 없어요. 상대 수비수의 위치, 우리 공격수가 달려가는 속도 등등 수많은 키 팩터가 있는데, 이걸 말로 한다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계속 다양한 상황에서 패스를 시도하면서 어떨 때 그런 패스가 성공하는지를 경험으로 아는 수밖에 없죠. 시도하지 않으면 평생 그런 패스는 못 해요.
‘시도’라는 단어가 김민재 선수랑 정말 잘 어울리네요. ‘도전’이라는 단어가 거대한 벽을 넘는 걸 의미한다면, ‘시도’는 롱 패스를 한 100번쯤 연습하는 ‘과정’이 연상되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시도해야 해요. 특히 지금 어린 선수들이 더 많이 시도해줬으면 좋겠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격언들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해야 해요. 패스를 시도해서 실패하면 할수록 그 패스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실패할 확률은 더 적어지거든요. 요컨대 우리 모두는 성공을 하기 위해서 실패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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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아시안컵에는 그야말로 역대 최강의 한국 대표팀이 출전한다고 생각해요. 뭐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골 안 먹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격수들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라 골만 안 먹으면 누구든 한 골 정도는 넣어줄 수 있거든요.
생각해보니 언제부턴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은 골 결정력이란 얘기가 완전히 사라졌죠.
그러니까요. 이제 그런 얘기는 쏙 들어갔죠. 달리 말하면 수비가 잘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국가대표팀이 된 거죠.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골만 안 먹으면 이긴다”라는 말이 전술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축구에서 패스를 대화에 비유하잖아요. 누구랑 얘기가 가장 잘 통해요?
다들 스타일이 달라서 한 명만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수비수가 어떻게든 공격수 입맛에 맞춰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내려와서 받는 패스를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고, 수비라인과 공격 라인 사이에서 받는 걸 좋아하는 선수들이 있고, 뒷공간으로 돌아 뛰는 걸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거든요.
요르단, 바레인, 말레이시아랑 같은 조죠. 토너먼트에 조 1위로 올라가면 아무래도 이라크나 일본이랑 붙을 가능성이 좀 높고요.
일본은 당연히 피하는 게 좋겠죠. 토너먼트에서는 최대한 늦게 만나야 해요. 워낙 좋은 팀이거든요. 유럽의 강팀들과도 대등하게 경기를 펼쳤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고 그걸 유럽 리그에서 증명한 선수도 다수 포진되어 있어요. 한국과 붙으면 누가 이긴다고 예측하기 정말 어려운 상대입니다. 이라크는 일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약팀이라 방심만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격수는 누굴까요?
미토마 선수가 공격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수이기도 하고요. 딱 한 명을 고르라면 미토마 선수입니다.
미토마처럼 잘 접는 선수들은 어떻게 상대하나요?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 무조건 서 있어야 해요. 함부로 덤비다가 접히면 바로 위기가 오거든요. 수비할 때 ‘발을 뻗지 말라’고들 얘기하죠. 그게 말로는 쉬운데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당연한 대답이 나올 것 같은 질문이지만 할게요.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없어요. 우리 팀 수비수들이 다 잘해서 실점을 안 하면 좋겠어요. 특히 예선을 무실점으로 끝내고 싶어요. 토너먼트는 무리일 수 있겠지만 골을 안 먹도록 최대한 노력할 겁니다.
지금이 본인의 커리에서 어떤 지점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을 하는 거죠. 이때까지 팀을 옮기면서도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고 또 독일이라는 무대에서 이제 다시 뛰고 있는 거기 때문에. 또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진행 중인 것 같아요. 아직은.
10년 후의 김민재가 지금의 김민재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아요?
그냥 하던 대로 부상 없이 열심히 하라고 얘기해줄 것 같아요.
그럼 지금의 김민재가 10년 전의 김민재를 만난다면요?
개인 운동 좀 더 열심히 하라고 할 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말이죠?
프로 선수들 대부분은 구단에서 하는 단체 훈련 말고 개인적으로 따로 훈련을 해요. 그런 훈련에서 더 열심히 하라고 충고할 것 같아요.

Credit

  • FASHION EDITOR 성하영
  • FEATURES EDITOR 박세회
  • PHOTOGRAPHER 황병문
  • HAIR 에녹
  • MAKEUP 유은주
  • ASSISTANT 송정현
  • 신동주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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