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옐로 골드 케이스에 코-액시얼 칼리버 3330을 탑재한 스피드마스터 38 크로노그래프 오메가. 레더 재킷 우영미. 드레스 아크네 스튜디오. 레더 부츠 오소이.
작년에 공개된 <사운드트랙> #1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자연인 한소희의 소꿉친구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생각이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찍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페이크 다큐 형식을 좋아해요. 보통 페이크 다큐는 호러 장르에서 자주 쓰이지만요.
<더 오피스>처럼 인터뷰가 들어간 형식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연락하는 소꿉친구나 중고등학교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들은 스타가 된 소희 씨를 어떻게 봐요? 저라면 매일 놀랄 것 같기도 해요.
그냥… 저로 봐줘요. 그래서 아직까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고요. 중학교 친구들도 있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있는데, 오히려 저를 걱정해줘요. 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어딘가에 막 자랑하지도 않고, 그냥 아직 그때의 소희로 봐줘요.
그런 관계들이 많을수록 사람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소희 씨 블로그를 보면서 그런 생각 했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있는 건 제가 그 친구들한테 그렇게 대했기 때문이기도 해요. 스스럼 없이 대하거든요. 술 마시러 갈 때도, 놀러 갈 때도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요. 사람들이 알아봐도 괜찮아요.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 게 법을 어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알아봐주시면 고마운 일이죠. 친구들도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면 오히려 좀 뿌듯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소희 씨가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약간 취한 사진을 보면서 뭐랄까…황정민, 조승우, 지진희 씨의 여관방 사진에서 느낀 솔직한 따듯함을 느꼈어요.
아잇.(웃음) 그건 좀 다르죠. 그분들은 유명하신 분들이고요.
옐로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선레이 마감한 샴페인 다이얼, 다이아몬드 아워 마커가 특징인 컨스텔레이션 오메가. 패딩 베스트, 니트 뷔스티에 모두 블루마린. 데님 팬츠 메종 마르지엘라.
(웃음) 그게…꾸미지 않는 솔직함에 대한 건데요, 예전 인터뷰 제목에도 있더라고요. 기자분이 쓰신 제목이긴 하지만 ‘한소희,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건 솔직함’이라고요.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태도 아닌가요?
중요하다기보다 당연한 게 아닐까요? 반대로 ‘어째서 나는 솔직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또 ‘나는 왜 ‘척’을 해야 하나’라는 질문도 던져보는 거죠. 전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답을 내렸어요.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그런 말도 했지요. ‘거울을 정말 많이 봐야 하는 직업인데 거울을 안 보려고 한다’고요. 그것 역시 비슷한 의미죠.
그건 이런 의미예요. 저희는 거울을 하도 봐야 하는 직업이라 제 얼굴에서 어떤 각도가 예쁘게 보이는지를 알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할 때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려는 습성이 생기기 쉽죠. <마이네임>을 찍을 때 각도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시작한 게 바로 거울을 안 보는 습관이었어요.
아까 우리가 얘기한 ‘솔직한 삶의 태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네요.
그렇죠. 작품에서는 제가 그 캐릭터가 되어야 하잖아요. 사람 한소희의 예쁜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은 작품 안에서는 솔직하지 못한 것이 되는 셈이죠. 캐릭터의 인생을 살기 위해 일단은 어디가 예쁘고 어디가 못났는지를 보지 않고 기억에서 지우는 것, 작품 바깥의 모든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 연기에서의 솔직한 태도죠. 물론 계속 그럴 필요는 없죠. 오늘과 같은 화보 촬영에서는 제 가장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촬영의 목적에 부합하니까요.
세드나™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다이아몬드 세팅 베젤로 우아함을 강조한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쉐이드 오메가.
저 요즘 ‘감정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좀 꽂혔거든요. 최근에 읽은 건 <애도 일기>예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작가가 1년여 동안 어머니와의 추억들을 일기처럼 기록한 걸 모아 낸 책이에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고 해서 사람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아요. 일상을 살지요. 그러다 강 건너편에 살고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너희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너희 어머님을 뵈었는데, 잿빛 옷을 입고 계셨어’라는 편지 한 통을 받고 무너져요. 그 문장 하나에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 거죠. 읽으면서 ‘감정을 받아들이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어요. 우리가 우울이나 슬픔을 자각하는 시간은 무섭게도 길 수도 있어요. 그러니 어떤 일을 겪고 지금 괜찮다고 해서 2~3년 뒤에도 괜찮지는 않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늘 의심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방금 한 말이 너무 멋지네요. 자기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배우는 물론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태도이기도 하고요.
맞아요. 자기 자신을 자주 객관화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특히 자신의 감정을요.
그런 얘기 들은 적 있어요. 예를 들면 내가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바깥으로 나오는 데 몇 분이 걸렸는지를 적어보는 거죠. 마음이 우울할 때면 그 시간이 길어지거든요.
그런 것도 될 수 있죠. 오늘 몇 번 몇 명의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는지, 이런 것도 될 수가 있겠고요.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무슨 느낌이었는지, 어떤 온도였는지, 내가 오늘 억지로 한 행동은 몇 가지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기억해보는 게 살아가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바쁠 땐 자신의 마음이 지쳐가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거든요.
맞아요. 몸이 물리적으로 힘들면 마음이 정말 힘들어요.
696개의 다이아몬드를 정교하게 스노 세팅한 다이얼과 블루 사파이어 인덱스, 블루 앨리게이터 레더 스트랩이 인상적인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150M 오메가. 퍼 코트 몰리올리. 디스트로이드 진 푸시버튼. 부츠 레이첼콕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픔은 슬픔을 참을 때가 가장 슬프고 웃음은 웃음을 참을 때가 가장 웃기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슬플 때 웃는 사람도 있고, 웃을 때 슬픈 사람도 있지요. 슬픔이라고 다 같은 슬픔이 아니고 기쁨이라고 다 같은 기쁨이 아니죠. 저흰 단어로 표현되지 않는 섬세한 슬픔과 미묘한 기쁨을 표현해야 하죠. 책과 화면을 많이 보는 게 저한테는 감정을 그리는 물감을 준비하는 일과 비슷해요. 10개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100개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당연히 다르겠죠. 전 정말 꽉꽉 채워서 한 1000개쯤 준비해가고 싶어요.(웃음)
아까 감정을 탐구한다고 했어요. 그중엔 불안도 있나요?
<불안의 서>라는 엄청나게 두꺼운 책을 꽤 오래 읽고 있어요. 그 책에 인상 깊은 말이 있어요. 모든 사람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래요. 그런데 우리는 잠을 자거나 운동을 하거나 단순한 노동을 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불안을 망각할 수도 있어요. 이 불안은 아주 얇은 종이예요. 그래서 우리는 이 불안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게 부지런히 오늘은 오늘의 불안을, 내일은 내일의 불안을 치워야 하죠. 내 마음에 더는 쌓이지 않도록 매일요.
혹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여기 있다(Marina Abramovic: The Artist is Present)>(2011)라는 다큐멘터리 보셨어요? 거기에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는 장면이 나와요. 그 수련이 인간이 불안을 치울 수 있는 최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해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30명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거의 아무것도 못 먹게 하고 눈을 감고 숲속에서 가만히 있게 수련을 시키지요. 제가 요즘 집에서 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가만히 있는 일이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5분이든 10분이든 그저 있어요. 저도 기자님처럼 불안함에 취약해요. 그런데 평생을 취약한 채로 살 수는 없잖아요. 분명 사람의 뇌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면 다르게 작동시킬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그래서 공부하는 중이에요. 불안에 취약하지 않게 고쳐보려고요.
저 또 감동했어요. 공부를 해서 고치겠다는 마음이 너무 건강하고 멋져요.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많은 시도를 했어요. 싫은 게 싫어서 훌쩍 떠나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결국 사람은 혼자 서 있을 줄 알아야 하더라고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어요.
대체 불가능한 배우요. 절대 대체 불가능한 배우.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옐로 골드 케이스에 코-액시얼 칼리버 3330을 탑재한 스피드마스터 38 크로노그래프 오메가. 니트 톱 마린 세르 by 무이. 퍼 쿠션 에디터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