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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추석 셀렉션 화보 속 ‘송편’의 정체

루이 비통 한국 웹사이트 속 추석 기프트 셀렉션에 등장한 송편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이를 빚어낸 데세르몽드 이소라 파티시에의 이야기입니다.

프로필 by 정주은 2026.09.20

글로벌 명품 하우스들이 특정 국가의 로컬 문화와 정서를 대하는 태도가 나날이 섬세해지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추천하는 획일화된 명절 이벤트를 넘어 로컬 문화가 지닌 고유성과 정서를 브랜드의 시각 언어로 깊이 있게 번역해 내는 시도가 이어지는 까닭입니다.


그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최근 루이 비통 한국 공식 웹사이트에 공개된 추석 기프트 셀렉션입니다. 유려한 가죽 가방과 스카프, 파인 주얼리가 놓인 정갈한 프레임 한가운데, 화려한 보석 대신 단정하게 빚어낸 한국의 전통 '송편'이 메인 오브제로 등장했습니다.


루이 비통 추석 선물 셀렉션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루이 비통 추석 선물 셀렉션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루이 비통 추석 선물 셀렉션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루이 비통 추석 선물 셀렉션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그리고 이 뜻깊은 장면의 중심에는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틀리에 '데세르몽드(Dessert Monde)'의 이소라 파티시에가 있었습니다. 2019년 파리에서 브랜드를 설립한 이래 프랑스 정통 제과 기술 위에 한국 고유의 미감과 맛을 조화롭게 펼쳐온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루이 비통 본사가 손을 잡은 최초의 한국인 푸드 디자이너이자 문화 자문으로 활약했습니다. 루이 비통이 한국의 한가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재해석했는지, 그리고 그 여정에 함께한 이소라 파티시에의 생생한 비하인드를 들여다보았습니다.


루이 비통 본사와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되었나요?


루이 비통 프랑스 본사로부터 추석 캠페인 프로젝트 합류 제안을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본사에서는 송편을 직접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물론, 그 안에 담긴 명절의 문화적 맥락과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줄 한국인 푸드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습니다. 루이 비통 본사가 한국인 푸드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첫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추석 문화를 체득했고, 2019년 파리에서 창업한 뒤 프랑스 제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의 맛과 정서를 표현해 왔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의 방향과 루이 비통이 찾던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에센셜 V 스트라스 PM 귀걸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에센셜 V 스트라스 PM 귀걸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루이 비통 팀이 바라본 한국의 추석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아트 디렉터가 준비한 첫 제안서를 열었을 때 예상보다 훨씬 깊이 있게 공부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송편이 보름달이 아닌 반달 모양을 띠는 이유부터,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빚고 이웃과 나누는 행위의 상징성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이국적인 비주얼 요소로 차용하기보다 '마음을 전하고 나누는 태도' 자체를 이해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프랑스 제작진에게는 생소한 문화이다 보니 회의 과정에서 일본식 다도 도구 등 타 아시아 문화권의 이미지가 섞일 우려도 있었습니다. 유일한 한국인 참여자로서 문화적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맞지 않는 요소는 단호히 제외하고, 한국 명절 고유의 정확한 디테일을 지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푸드 디자이너로서 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세운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송편을 억지로 '루이 비통식 오브제'로 변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송편 표면에 모노그램 로고를 새기거나 제품 형태를 흉내 내기보다, 한국인이 보아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본래의 단정한 형태를 지키고자 했습니다.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크기, 색감, 배치, 촬영 앵글을 조율해 루이 비통의 비주얼 언어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유도했습니다. 가방, 지갑, 스카프, 향수, 주얼리 등 성격이 서로 다른 15여 개의 장면마다 역할도 달랐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송편을 빚는 손의 온기가 드러나야 했고, 주얼리나 향수 컷에서는 여백과 표면의 텍스처가, 스카프 컷에서는 색감과 리듬감이 핵심이었습니다. 매주 아트 디렉터, 세트 디자이너, 포토그래퍼와 모여 실물 반죽을 빚어가며 최적의 답을 찾아갔습니다.


색감과 움직임을 고려한 배치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패턴과 질감을 고려한 배치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송편 디자인과 물성 구현에서 신경 쓴 구체적인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자연을 닮은 톤의 송편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자연을 닮은 톤의 송편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기본이 되는 반달 형태를 중심에 두고 꽃, 잎, 밤에서 착안한 자연스러운 선을 더했습니다. 색감 역시 인공적인 발색 대신 쑥의 녹색, 단호박의 노란색, 붉은 과일의 은은한 분홍색, 쌀의 흰색, 가을 흙을 닮은 갈색 등 자연에서 온 차분한 톤으로 구성해 제품보다 시선이 튀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송편의 부드러운 유기적 곡선은 가방이나 슈즈의 구조적인 실루엣을 편안하게 이어주고, 쌀 반죽의 질감은 가죽과 금속, 유리 소재와 은은한 대비를 만듭니다. 기술적으로는 긴 촬영 시간 동안 조명 열기 속에서 반죽 표면이 마르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수분 비율과 피의 두께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서의 자연스러움과 상업 비주얼로서의 완성도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습니다.


데세르몽드는 항상 한국적인 맛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매번 보여온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거치며 발견한 데세르몽드만의 새로운 정체성이 있을까요?


한국적인 것을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가 형태를 크게 비틀거나 파격적인 장식을 더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다른 문화권의 시선에서도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번역하는 것이 진정한 현대적 재해석이라고 믿습니다. 프랑스 제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파리에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서 쌓은 미각적 기억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덜어내야 세련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깊이 있게 표현할 때 비로소 세계적인 설득력을 얻습니다. 이제 데세르몽드는 두 나라의 디저트를 물리적으로 섞는 아틀리에를 넘어, 한국의 고유한 맛과 정서를 세계의 미식 언어로 정교하게 번역해 전하는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실제 재료를 보여준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실제 재료를 보여준 화보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오브제를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알려준 이번 협업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오브제를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알려준 이번 협업 / 출처: 데세르몽드 인스타그램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타국의 전통문화를 차용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화려한 로고의 덧칠'이나 '피상적인 오리엔탈리즘'입니다. 그러나 이번 루이 비통의 추석 셀렉션은 가장 단순하고 정직한 쌀 반죽의 결을 통해 그 문화가 지닌 본래의 온기와 나누는 마음을 포착해 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송편이라는 친숙한 전통 음식이 세계적인 명품의 시각 프레임 안에서도 고유의 격조를 잃지 않고 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켜야 할 문화적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섬세하게 조율해 낸 창작자의 태도가 맞물린 덕분입니다. 로컬의 식문화가 글로벌 브랜드와 만나 어디까지 우아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문화와 문화가 마주할 때 필요한 진정한 태도가 무엇인지를 이번 협업은 조용하지만 또렷하게 보여줍니다.

Credit

  • EDITOR eee 정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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