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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민기가 추천하는 여름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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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올라온 지도 어느덧 1년 반. 옷이 얇아지고 짧아지는 모습을 보며 여름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고 있다. 이곳에서 여유와 초록을 동시에 찾으려 노력하지만, 보통 그 두 단어는 양립되지 않는다.
혼자 노트북만 들고 일을 하다 보니 규칙적인 삶을 찾기 힘들었고, 이에 피곤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몸은 꽤 정직해서, 마음보다 먼저 지쳤다는 신호를 보낸다.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대단히 아픈 것도 아닌데 자꾸만 눈꺼풀이 떨렸다. 그제야 내가 요즘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포레스트 B존 6번 데크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한국에서 가장 좋은 캠핑장 예약에 성공했다는 선배의 문자를 받은 건 이때쯤이다. 어딘지도 가격도 몰랐지만, 일단 가겠다고 했다.
캠핑족들의 추구미를 모두 담은 캠핑장, 평창 휘게 포레스트
평일의 연휴를 끼고 출발한 2박 3일 캠핑. 선배의 집인 용인에서 출발해 평창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평소 같았으면 쿠팡으로 음식을 모두 시켰을 테지만, 그러지 못한 선배는 어제 거한 회식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도착한 휘게 포레스트. 입구를 지나 웰컴센터 문을 여는 순간, 왜 여기가 입소문 난 곳인지 바로 이해가 됐다. 옆에 전시된 파커스 제품들, 매점인 덕희상회에 있는 수준 높은 식재료들, 그리고 손 닿는 곳마다 감각적으로 채워진 오브제들. 캠핑장이라기보다 잘 큐레이션 된 공간에 가까웠다.
웰컴센터 내 풍경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덕희상회 내에 있는 와인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안내를 듣고 사이트로 이동해 타프와 텐트를 폈다. 나무가 하늘을 반쯤 가려주는 자리였다. 서울의 초여름과는 확실히 다른 공기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모든 장비를 다 세팅했다.
텐트를 다 치고 의자에 앉았을 때, 그제야 숨이 조금 길어졌다. 서울에서는 늘 다음 할 일을 생각하며 앉아 있었는데, 여기서는 생각 자체를 할 필요가 없었다. 흘러가는 시간과 푸른 자연을 온전히 느끼면 되었다.
호텔 같은 편안함과 자연의 우아함을 모두 담은
샤워장에는 바닥 난방이 깔려 있고, 다이슨 드라이어가 비치되어 있다. 개수대는 넓고 높이가 적당하며, 전자레인지와 빵 오븐, 스타일러까지 준비되어 있다. 호텔보다 더 호텔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트는 숲속 존, 잔디존, 루프탑존으로 나뉘고, 키즈 존과 반려견 동반 사이트도 따로 운영되어 각자의 캠핑 스타일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캠핑장 산책로 끝에는 작은 계곡과 폭포가 있다. 조금만 더 여름에 가까웠다면, 분명 발을 적셨을 것이다.
휘게 포레스트 입구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산책길 끝에 있는 계곡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이곳의 여름엔 고원 특유의 냉기가 머물러, 서울보다 체감 온도가 5도는 낮게 느껴진다.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 긴 소매가 필요할 정도라, 더위를 피해 오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다. 가을엔 단풍이 캠핑장 전체를 감싸고, 겨울엔 설경 속 캠핑이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능하다. 사계절 내내 예약 경쟁이 붙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국 좋은 캠핑장은 거창한 무언가보다 사소한 불편을 얼마나 줄여주는지에서 갈린다. 머리를 말릴 수 있고, 젖은 옷을 정리할 수 있고, 늦은 밤에도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작은 편안함들이 모여 쾌적함을 선물한다.
하지만 아무나,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2박 우선 예약을 받는데, 주말 자리는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일도 예약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 기본이 2박 혹은 3박이지만, 가끔 1박씩 취소되어 나오는 자리도 있으니 자주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편을 추천해 드린다.
실제로 캠핑을 오래 즐겼던 선배도 겨우 마지막 한 사이트를 잡았다고 했다. 해당 캠핑장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면, 어떻게 휘게 예약에 성공했는지 묻는 답장이 쏟아질 것이다.
막상 다녀오고 나니 왜 사람들이 그렇게 자리를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이곳에는 유난스럽지 않은 정성이 있다. 티 나게 과시하지 않지만, 필요한 모든 순간에 그것이 있었다.
이곳에 간다면 꼭 이 음식을 먹어보자
덕희상회에서 판매하는 고기 짬뽕 밀키트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오일장에서 쉽게 마주치는 메밀전과 전병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덕희상회점에서는고기짬뽕 밀키트를 판매하는데, 평범한 냉동음식이 아니다. 야채와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가 있고, 면은 탱글탱글하다. 그리고 너무 맵지 않아 술 다음날 해장으로도 딱이다. 캠핑 와서 고기만 구워 먹다 가기엔 조금 아쉽다면, 색다른 짬뽕 밀키트를 만나보자.
휘게에 머무는 동안 3, 8일로 끝나는 날이 겹쳤다면, 꼭 진부 5일장에 방문해 보자. 각종 과일과 채소, 메밀전에 메밀전병까지. 강원도 장터 음식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실제로 반죽하고 빚은 음식이기에, 슴슴하고 담백하며 고소하다. 근처에 마트도 있기에 필요한 식재료를 함께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한 여행이 될 것이다.
캠핑에서 먹는 음식은 이상하게 평소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고기짬뽕도, 메밀전병도 그랬다. 숲 냄새와 맥주 한 캔이 섞이면 그날의 식탁은 잊히지 않는 장면이 된다.
당신은 쉼을 정의할 수 있나요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오른쪽 눈꺼풀을 떠올렸다. 며칠 내내 신경 쓰이게 떨리던 그 부위가 조용했다. 별일 아닌 변화인데, 그 순간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몸이 조금 나아졌다는 건 마음도 조금은 풀렸다는 뜻일 테니까.
어쩌면 쉼은 아주 단순한 일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초록이 많은 곳에 앉아 있고, 휴대폰을 덜 보고, 맥주 한 캔을 천천히 비우고, 밤에는 조금 깊게 자는 것. 그런 시간들이 쌓여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쉼이고, 누군가에게는 낯선 곳을 걷는 시간이 쉼일 것이다. 나에게 이번 쉼은 나무 아래 놓인 의자에 가까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 숲속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감성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면, 휘게 포레스트는 충분히 기억해둘 만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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