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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역대 TMI 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의 정점, 백상예술대상이 걸어온 60년의 기록. 명칭의 유래부터 넷플릭스·유튜브의 습격, 촬영감독의 대상 수상까지 시상식 뒤편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프로필 by 정서현 2026.04.15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창립자 장기영의 호를 딴 '백상'이 지금의 명칭으로 굳어지기까지 22년이 걸린 비하인드 스토리.
  • 지상파를 넘어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유튜브 피식쇼까지 품으며 변화에 가장 빠르게 응답한 시상식.
  • 61년 만에 탄생한 촬영감독 대상과 예능 작품 대상이 증명한 백상의 깨어있는 심사 기준.
  • 스스로 세운 연기 장벽을 허물고 영화 부문 최다 수상을 기록한 '전도연을 이긴 전도연'의 품격.

매년 봄,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계가 한자리에 모이는 백상예술대상은 1965년 첫 시상식 이후 60년을 훌쩍 넘어온 종합예술시상식이다. 영화·방송·연극을 모두 아우르며 그 해 가장 뜨거웠던 작품과 예술인을 호명해온 자리에는, 시청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지난 백상 역사 속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본다.



1. 이름이 4번 바뀐 시상식

백상예술대상의 ‘백상’은 1954년 한국일보를 창립한 언론인 장기영의 호(號)다. 1965년 한국일보가 대중문화 예술의 발전과 예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해 시상식을 만들 때, 창립자의 호를 그대로 붙인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이름이 확정된 것은 1965년이 아니다. 1회 시상식의 공식 명칭은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이었다. 이후 TV 부문이 신설되면서 '한국연극영화TV예술상'으로 바뀌었고, 1986년에는 '한국백상예술대상'이라는 과도기적 이름을 거쳤다. 지금 우리가 아는 '백상예술대상'이라는 명칭이 굳어진 것은 1987년, 23회 시상식 때의 일이다. 1회부터 따지면 22년이 걸렸다. 창립자의 호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그 이름이 세상에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상식 역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2. 백상이 증명한 미디어 지각변동

한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은 지상파 드라마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케이블과 종편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한국 드라마의 주전장은 KBS·MBC·SBS였다. 그런 지형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중반부터였고, 결정적인 균열은 2022년에 왔다. 제58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OTT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TV 부문 대상을 가져간 것이다. 전 세계가 들썩인 작품이었지만, 국내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순간은 따로 있었다. 이듬해인 2023년 제59회 시상식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예능 작품상의 주인공으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가 호명된 것이다. 방송국도, OTT 플랫폼도 아닌 유튜브 콘텐츠가 백상 트로피를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언론은 '지상파 실종사건'이라 표현했다. 제58회부터 61회까지 4년 연속으로, 지상파는 방송 부문 대상을 단 한 차례도 가져가지 못했다. 대신 OTT, 케이블, 유튜브가 차례로 그 자리를 채웠다. 백상예술대상은 심사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시상식이 됐다.



3. 촬영감독과 예능의 역사적 순간

2025년 제61회 백상예술대상은 한 시상식에서 두 개의 최초 사례가 동시에 기록된 날로 역사에 남았다. 영화 부문 대상의 주인공은 배우도, 감독도, 작품도 아닌 홍경표 촬영감독이었다. <하얼빈>의 촬영을 맡은 그는 61년 백상 역사에서 제작 스태프로는 최초로 대상 트로피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홍경표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쌓아온 업적과 발자취를 함께 고려했다며, '어쩌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잘 맞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작 홍경표 감독은 작품 일정으로 시상식에 불참했고, 대리 수상으로 진행된 소감 낭독에서 대상 소감이 아닌 예술상 소감이 전해지는 해프닝을 남겼다. 방송 부문 대상은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돌아갔다.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 역시 61년 만의 처음이었다. 세대를 아우르고 국경을 넘은 신드롬급 콘텐츠였지만, 시상식의 공식 인증은 그것이 얼마나 비범한 사건인지를 새삼 실감케 했다. 배우도 아닌 촬영감독, 드라마도 아닌 예능. 백상은 시상식이 고정된 기준이 아닌 살아있는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4. 전도연을 이긴 전도연

2025년 제61회 시상식에서 전도연이 영화 <리볼버>로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다섯 번째 수상이었다. 1차 투표부터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2차, 3차 투표를 거쳐 전도연이 최종 5표를 받아 확정된 순간, 심사위원단이 남긴 표현이 화제가 됐다. '전도연이기에 일정 수준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역차별을 받기도 하는데, <리볼버>에서 보여준 연기는 그 방점을 찍었다.' 자신이 세운 기준을 자신이 넘어섰다는 의미의 '전도연을 이긴 전도연'이라는 표현이 오갔다. 영화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다섯 차례 받은 배우는 전도연이 유일하다. 백상 역사에는 이보다 더 유쾌한 장면도 있다. TV 부문 조연상 시상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가 봉투를 열었더니, 그 안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시상자가 되어 스스로에게 트로피를 건네는 장면이 연출됐다. 수상자 본인도, 자리를 지키던 관객도 예상치 못한 순간이었다. 연기상을 받는 자리가 단순히 수상의 무대를 넘어, 이런 예측 불가의 순간들까지 품어온 것이 백상예술대상이 60년을 넘어서도 매해 화제를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Credit

  • WRITER 조진혁
  • PHOTO 백상예술대상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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