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모두가 십 년 전을 그리워한다, 2016년의 패션 트렌드는 어땠을까

패션 아이템, 스타일로 기억하는 2016년

프로필 by 성하영 2026.01.28

새해가 되자 ‘2016 노스탤지어’, ‘2016 에스테틱’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며 알고리즘이 10년 전의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스냅챗 필터, 로즈 쿼츠 에스테틱, 그리고 여전히 세련된 EDM 사운드까지. 2016년을 추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유독 선명하게 소환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많은 의견은 결국 '인스타그램'으로 모아집니다. 2016년 처음 도입된 '스토리' 기능이 피드보다 더 자유로운 공유 방식을 만들며,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뿐 아니라 초 단위로 올라오는 'OOTD' 해시태그를 통해 무엇을 입는지도 실시간으로 공유했죠. 정사각형 안에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과감해졌습니다. 소통의 속도가 빨라지자 패션도 달라졌고요. 거리에는 캘리포니아 무드를 닮은 아메리칸 어패럴 스타일이 늘어났고, 저스틴 비버의 시상식 패션을 계기로 남성들 사이에서는 스카잔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구글에서 발표한 '2016 패션 트렌드(Fashion Trends 2016)' 보고에 따르면, 그해의 가장 인기 아이템은 보머 재킷과 오프숄더, 롬퍼. 셀럽으로는 칸예 웨스트와 지지 하디드, 그리고 베컴이 선정됐습니다. 이처럼 그해를 주름 잡았던 스타일과 인물로도 그려지는 해가 바로 2016년이죠. 그 시절을 채웠던 패션 키워드를 통해, 2016년을 되짚어보세요.




허물어진 패션의 경계

베트멍 2016 가을 컬렉션 룩북, 발렌시아가 2016 가을 캠페인 이미지. 베트멍 2016 가을 컬렉션 룩북, 발렌시아가 2016 가을 캠페인 이미지. 베트멍 2016 가을 컬렉션 룩북, 발렌시아가 2016 가을 캠페인 이미지.

2016년도 패션을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언어, 바로 '붕괴'가 아닐까요. 스트리트와 하이엔드 패션의 경계가 본격적으로 허물어지며 로고와 레터링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이 유행했습니다. 베트멍과 오프화이트 같은 스트리트 기반 브랜드가 하이엔드 무대에 진입했고, 반대로 발렌시아가는 뎀나 바잘리아와 함께 스트리트 무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럭셔리의 흐름을 재편했습니다.

변화는 스타일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남녀 복식의 경계가 흐려진 젠더 플루이드 스타일이 확산되며, 홍대나 강남 같은 번화가를 걷다 보면 성별과 상관없이 오버핏 실루엣에 챙이 깊은 볼캡, 디스트로이드 팬츠를 매치한 스트리트 룩을 쉽게 볼 수 있었죠.




새로운 스니커즈의 등장

발렌시아가 '스피드 트레이너 아디다스 이지 '이지 부스트 350 V2'

단정한 독일군 스타일부터 플랫폼 스니커즈까지. 몇 년 동안 화이트 스니커즈는 모든 룩의 교과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모나미 룩’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았고, 화이트 스니커즈 역시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죠. 하지만 이 니트 신발의 등장으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아디다스 '이지' 라인의 대표 모델인 '이지 부스트 350 V2'. 조던 시리즈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스니커즈로 평가되며, 정점일 때는 정가의 5배를 넘는 리셀 가격을 자랑하기도 했죠. 그만큼 이미테이션 제품도 쏟아졌습니다. 이어서 발렌시아가의 ‘스피드 트레이너’ 같은 니트 소재 신발이 등장하며, 스니커즈 트렌드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복고로 재현한 르네상스

구찌 2016 봄/여름 캠페인 구찌 2016 봄/여름 캠페인 구찌 2016 봄/여름 캠페인 구찌 2016 봄/여름 캠페인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지휘권을 잡은 구찌는 말 그대로 변혁적이었습니다. 한때 ‘인간 구찌’라 불리던 제니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죠. 보우 넥 블라우스와 진주알 귀걸이, 그리고 레이스까지. 르네상스를 연상시키는 로맨틱 스타일은 그해 가장 눈에 띄는 옷차림 중 하나였습니다. 남성복에도 영향을 끼쳤죠. 전년도 레트로 유행이 이어지며 더욱 화려해진 자수 디테일은 남성의 스카쟌이나 셔츠 같은 아이템과 결합해 2016년식으로 재해석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받은 것이 '킹 스네이크 프린트'와 '홀스빗 로퍼'입니다. 물론 로퍼는 항상 스테디 아이템이었죠. 하지만 이 시기를 기점으로, 홀스빗 디테일이 들어간 로퍼는 너도 나도 하나씩은 갖게 된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한편, 뱀 프린트가 들어간 클러치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남았습니다.




스포티즘, 일상으로

류준열의 애슬레저 룩 스타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ryusdb 류준열의 애슬레저 룩 스타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ryusdb 류준열의 애슬레저 룩 스타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ryusdb 류준열의 애슬레저 룩 스타일 / 이미지 출처: 인스타그램 @ryusdb

런웨이보다 일상에서 더 또렷하게 체감된 스타일은 애슬레저 룩입니다. 운동복은 운동할 때만 입는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소재와 디테일을 더해 일상복의 영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조거 팬츠, 트랙 수트, 그리고 보머 재킷이 그 인기의 주역이었죠. 애슬레저 아이템들은 코트나 재킷같이 누구나 옷장에 하나쯤은 있는 베이식 아이템과 만나며 더욱 성행했습니다. 애슬레저 아이템 하나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편하지만 꽤나 차려 입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편안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잡은 애슬레저 룩은, 오늘날까지도 가장 보편적인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외에도 60년대의 사이키델릭 패션이 부활하며 기하학 패턴과 네온 컬러의 'EDM스러운' 스타일이 등장했고요. 귀가 호강했던 만큼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받은 룩에 푹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2016년의 거리는 청각뿐 아니라 시각에도 생생한 즐거움을 남겼죠. 올해는 어떤 키워드로 기억될지 궁금합니다. 향수가 중심이 된 트렌드 속, 2026년은 과연 새로운 2016년이 될까요.


Credit

  • EDITOR 이유나 PHOTO 각 브랜드 / 셀럽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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