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에스콰이어가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이 달 나온 신간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고 오래 곱씹게 되는 세 권의 책을 꼽았다.

프로필 by 송채연 2025.09.02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대니얼 깁스, 터리사 H. 바커 / 더 퀘스트

눈앞에 있는 장미에서 빵 냄새를 맡았다고 해서 치매를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30년간 수많은 환자를 돌봐온 뇌과학자라면 다르다. 신경과 의사이기도 했던 대니얼 깁스 박사는 무려 10년 전 여름,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치매 신호를 알아차렸고 덕분에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었다. 그의 기록은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다. 뇌 건강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 법을 보여주는 과학자의 연구 일지이자 삶에 대한 고민이 담긴 에세이다. 치매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가족과 행복, 성취를 지켜낸 그의 이야기는 노년을 준비하는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다.





도시 보는 사회학


김신혁 / 계단

직장인으로 빼곡한 출근길 지하철부터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 어색한 침묵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도시의 일상은 사실 사회학으로 가득 차 있다. 저자는 주변의 현상들을 마르크스, 뒤르켕 등의 시각으로 풀어내며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사회학의 의미를 보여준다. 강남 초대형 교회들의 존재를 로건과 몰로치의 성장기제론으로 설명하거나 신도시가 출몰하는 이유에 르페브르의 공간의 생산 이론을 들여오는 등 일상의 불편과 갈등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게 하며, 나아가 우리가 도시의 수동적 거주자가 아니라 더 나은 도시를 함께 만들어갈 주체임을 깨닫게 한다.





철학자들의 진짜 직업


나심 엘 카블리 / 현암사

재즈 피아니스트, 외교관, 은행 강도와 노예.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위대한 철학자들에게도 본업이 있었다. 철학자는 직관적으로 미덕을 좇는 선한 인물이라 생각하겠지만, 저자는 그러한 통념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노예였던 에픽테토스나 해부학자였던 데카르트의 이야기를 통해 철학자들이 마주했던 일들이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그들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풀어내며, 철학이 추상적 담론을 넘어 구체적인 삶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책상 앞에서 사색하는 철학자의 이미지를 뒤흔들면서 삶과 철학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깨닫게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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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제공
  • 계단
  • 더 퀘스트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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