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30주년 기념으로 내한한 메튜본의 백조의 호수의 백스테이지

‘잭슨 피시’와 공연과 다음 세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필 by 권혜진 2025.08.07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30주년 공연으로 내한했다. 한국은 처음인가?

처음 한국에 온 건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때다. 그 당시 이 공연장에서 <백조의 호수> 출연 소식을 들었고 1년이 지나 같은 무대에 백조 역할로 다시 서게 됐다. 이 사실이 내겐 특별하다. 마치 하나의 순환이 완성된 기분이랄까. 그래서인지 이번 무대를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1대 백조 ‘아담 쿠퍼’를 잇는 역할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어릴 적 <백조의 호수> DVD를 너무 많이 봐서 부모님이 차이콥스키 음악을 싫어했을 정도니까. 결국 DVD를 압수당하기도 했다. (웃음) 그래서 이 배역에 발탁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이 떠오르며 말 그대로 감격스러웠다.

무용에 푹 빠진 유년기 이야기가 궁금하다.

네 살 때 부모님의 권유로 춤을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 관람한 공연은 할머니와 함께 본 오스트레일리아 발레단의 <돈키호테>였다. 공연이 끝난 후 할머니께 “나중에 크면 저거 하고 싶어”라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튜 본의 뉴 어드벤처스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2017년 멜버른에서 열린 <Lord of the Flies>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탈락했다. 하지만 일을 계기로 매튜 본과 연이 닿았고 그게 이어져 지금의 <백조의 호수>까지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튜 본은 감정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창조하는 데 있어 정말 천재적이다. 그가 창조한 세계에 선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백조/낯선 남자 역을 맡은 ‘잭슨 피쉬’.

백조/낯선 남자 역을 맡은 ‘잭슨 피쉬’.

백조의 상징인 깃털 바지를 입는 순간부터 그의 무대는 시작된다.

백조의 상징인 깃털 바지를 입는 순간부터 그의 무대는 시작된다.

<백조의 호수> 30주년 역사에 참여한 소감은?

30년 전 첫 공연에서 백조 역할의 남성 무용수가 무대에 오르자, 일부 관객은 야유를 보내며 극장을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공연을 끝까지 본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고 이후 이 작품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무용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상징이자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형 무대라 생각한다. 내가 그 역사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번 공연의 주제인 ‘새로운 세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새로운 세대가 무대에 오르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나 역시 8년 전 첫 공연에서 느꼈던 설렘이 컸기에 시작하는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새로움에 대한 영향은 무대에만 머무르지 않는지, 공연을 본 관객이 감동을 받고 실제로 무용을 시작하는 경우도 봤다. 이처럼 누군가의 시작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새로운 세대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새로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영국과 한국 공연장의 차이점은?

영국은 대부분 오래된 극장으로 그 안에 축적된 분위기가 무대에 깊이를 더해준다. 반면 LG아트센터 서울은 현대적인 설계 덕분에 훨씬 편안하고 객석 규모나 무대 공간이 넓어 에너지가 더 확장되는 기분이다. 특히 더운 날씨에 쾌적한 에어컨 덕도 봤다.(웃음) 다양한 편의시설 덕에 역할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무대에서 특히 신경 쓰는 안무 디테일은?

이번 무대로 한정하면 솔로 파트 부분은 무대 전체를 이끌어야 해서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몰입하려고 애썼다. 반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무대를 즐기려 했다. 이 두 가지 디테일이 어우러져 더 입체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

백스테이지는 다채롭고 분주하며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대를 준비한다.

백스테이지는 다채롭고 분주하며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대를 준비한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무용수들은 고요한 긴장감 속에 집중력은 점점 깊어간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 무용수들은 고요한 긴장감 속에 집중력은 점점 깊어간다.

깃털 한 올, 실 한 가닥까지 무대를 완성하는 의상과 가발.

깃털 한 올, 실 한 가닥까지 무대를 완성하는 의상과 가발.

백조 역할의 이마 분장이 인상적이다.

분장은 내게 의식과도 같아 이마 분장을 시작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무대에 오르기 전 어떤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내야 할지 알기에 일종의 정신적 전환점이 된다. 특히 이번 ‘백조/낯선 남자’ 역할은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굉장히 힘든 배역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부분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여정을 따라 웃고 울며 함께 여행하듯 그 흐름을 느꼈으면 한다. 그 감정 속에서 무언가를 경험하고 마음속에 남는 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공연은 의미가 있다.

제2의 ‘빌리 엘리어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보다 자신의 열정과 진심을 따르라고 전하고 싶다. 세상의 기준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귀 기울이며 진정으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꿈은 정직하게 걸어가는 자세가 중요하며 결국 자신을 믿는 용기가 큰 원동력이 된다.

30년 후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30년 전 ‘백조’ 역할로 무대에 섰던 건 내 인생에서 참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또 내가 사랑한 무대가 누군가의 시작점이 되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백조의 호수> 팀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싶다.

뭐라고 하고 싶나?

공연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 모두가 쏟은 노력과 헌신, 그리고 함께 무대를 만든 순간은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다. 30년이 지나 이 시간을 다시 돌아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정말 대단했지. 그리고 공연도 정말 특별했어”라고.

왕자의 억압된 왕실 생활을 보여주는 리허설 장면.

왕자의 억압된 왕실 생활을 보여주는 리허설 장면.

 왕자가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무너지는 침대 장면.

왕자가 심리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무너지는 침대 장면.

Credit

  • EDITOR 권혜진 PHOTOGRAPHER 임유근
  • ASSISTANT 최이수
  • ART DESIGNER 주정화
  • LOCATION LG아트센터 서울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