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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샵 한남점 오픈을 기념하며 만난 CEO 모리 다케시

그가 말하는 비샵의 일상에는 온전하게 흐르는 자연의 시간이 있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5.06.27

Bshop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비샵은 1994년 고베에서 유럽과 일본 의류를 수입·도매하는 작은 회사로 출발했다. 처음엔 오르치발과 단톤 같은 몇몇 브랜드만 취급했고, 1995년 한신대지진을 겪은 이후 좀 더 본격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실용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물건. 이 가치를 토대로 지금의 비샵이 탄생했다.

일본에는 유독 유명한 편집매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Bshop이 가진 차별화된 정체성은 무엇일까?

많은 편집매장들이 매 시즌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면 비샵은 클래식과 헤리티지에 주목한다. 매년 30% 이상의 상품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구성으로 반복되며, 심지어 브래디의 제품은 25년간 변함없이 소개되고 있다.

Bshop의 슬로건인 ‘EVERYDAY CLASSIC’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가?

비샵의 모든 아이템은 특별한 날이 아닌 ‘평범한 순간’을 위해 존재한다. 최고의 평범함, 최고의 보통이라는 철학 아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제품을 제안하고자 한다. 좋은 물건을 곁에 두고 오래도록 함께하는 것. 바로 우리가 그리는 삶의 모습이다.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을 선정하는가.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과 기능성. 그러다 보니 비샵에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브랜드도 꽤 있다. 실제로 한때 특정 제품이 생산 중단 위기에 놓인 적이 있었고, 그 제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직접 공장과 인력을 찾아 생산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첫 해외 플래그십 스토어 진출국으로 한국을 꼽은 이유가 있나.

10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주시해왔다. 한 해 동안 네 차례나 방문할 정도로 한국 패션산업의 성장세를 지켜봤다. 그리고 지금이면 한국 소비자들이 비샵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라 판단했다.

한남동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한남동만의 느긋함, 도시 속의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바로 앞에는 탁 트인 도로가 있고, 곳곳에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도 보인다. 그리고 매장 뒤편으로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남산타워가 있다. 이 모든 균형이 조화로웠다.

쇼핑몰 내 입점이 아닌, 독립적인 스토어를 만들었다. 심지어 Bshop 매장 중 가장 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우리의 인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제품이 잘 보이고, 부담 없이 비샵의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높은 층고와 넓은 구조 그리고 따뜻한 목재 인테리어가 이 공간과 잘 어우러졌다. 특히 매장 2층 테라스에선 서울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또 매장 중앙에 있는 계단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갈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타깃팅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대한 수용력이 높고 정보에 민감한 편이다. 반면 비샵은 일상을 중시하기 때문에 드러내는 것에 대한 어색함이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좀 더 적극적인 대중적 퍼포먼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에 맞춰 오프닝 이벤트도 열게 되었다.


Bshop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일본의 대표 모던 헤리티지 셀렉트숍 비샵(Bshop). 일본 전역에 4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5월 말 서울 한남동에 최초의 해외 스토어를 오픈했다. 단톤, 오르치발, 짐플렉스 등의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레이버 앤 웨이트, 브래디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까지, 비샵 특유의 기준으로 고른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호텔 사업과 공간 프로젝트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바다와 자연이 있는 나의 고향 교탄고에 호텔을 만들었다. 작은 게스트하우스로 시작해 주말엔 카페를 열기도 했다. 그다음엔 비샵의 물건을 자연스럽게 사용해볼 수 있도록 배치했고, 지금은 조금씩 커져 프라이빗한 소규모 호텔로 자리 잡았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비샵이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시간성과 닮기도 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거나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

비샵 아이템들로 가득 채워진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만들고 싶다. 작년에는 고베에서 비샵이 주체하는 음악제도 열었는데 좋은 음악과 맛있는 음식,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까지 기획했다. 앞으로도 비샵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상적인 장면들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남 스토어에서 한국 소비자들이 어떠한 경험과 인상을 느끼길 바라나.

한국은 온라인 쇼핑 비중이 높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비샵은 온라인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특별한 결이 있다. 이곳에서 많은 고객이 제품을 손끝으로 느끼며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일상 속 클래식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Credit

  • editor 이하민
  • photographer 정진우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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