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우리는 과연 알파 세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

수없이 쏟아지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에스콰이어>가 찾는 건 누구나 기억하는 1면 톱기사가 아니다. 지나간 기사들 속에서 작지만 흥미로운 이야기, 쓸데없어 보이지만 생각할 만한 기사를 골라 당신과 이야기를 나눠본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5.05.06

Z세대 신입 사원이 화를 꾹 참는 듯한 목소리로 선임에게 말했다. “깔끔하게 가르쳐주세요.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신입 사원에게 “너 대체 이런 건 누구에게 배웠니?”라고 핀잔을 주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배우는 쪽에서 “그렇게 가르치는 건 어디서 배웠냐”며 따지는 시대가 왔다. NTT, 토모코, 소프트뱅크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과 일한 바 있다는 실적 컨설턴트 요코야마 노부히로 씨가 야후 재팬에 올린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설마, 정말 이럴까? 이것 역시 그 흔한 젠Z 혐오가 아닐까? 아니면, 기업 인사 컨설턴트가 일개 사례를 너무 부풀려 말한 다시다성 발언은 아닐까?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여러 곳에서 정황 증거가 발견된다. ‘나메푸’(舐めプ) 대졸 신입이 대량 퇴직 중’이라는 프레지던트 온라인의 기사를 보자. 나름 비즈니스 잡지 중 신뢰도가 있는 이 매체다. ‘나메푸’는 ‘핥아만 보는 플레이’라는 뜻의 넷슬랭(ネットスラング)으로 회사에 합격해놓고도 눈치만 보다 수틀리면 그만두는 걸 말한다. 이게 그만큼 빈번하다는 뜻. 재밌는 건 이 신입 사원들이 퇴직을 대신해주는 ‘퇴직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기사에서 언급한 ‘모-무리’다. 역시나 무리일까 싶은 회사는 그만두게 도와주겠다는 의미다. 이 회사에 따르면 4월 1일 입사식에 퇴직 대행 의뢰는 5건이었으나 합동연수가 시작되는 2일에는 8명, 3일에 18명, 4일에 13명 등 총 7일간 90명이 넘는 신입 사원의 퇴사를 대행했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의 임원은 “퇴직을 대행하는 모-무리에 대항하는 ‘마다이케루’(더 할 수 있어)라는 취직 종용 서비스도 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출산의 저주를 겪은 일본은 지금 구직자와 사용자의 역전 현상을 겪고 있다. 뽑는 자리보다 뽑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적다 보니 구직자는 가고 싶은 직장을 골라 갈 수 있게 됐다. 최상위 구직처는 여전히 모자라지만 비슷한 급여 레벨이라면 꼼꼼하게 따지며 나메푸를 이어간다.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직장 분위기가 강압적인 소위 ‘블랙 기업’을 피하고, 시간 외 수당을 연봉에 포함하는 등의 꼼수로 미묘하게 연봉을 부풀린 기업들을 골라낸다. 다른 기업에 비해 정년퇴직 시기가 조금이라도 빠른 기업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기업은 이미 인력 적체 현상을 겪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기사들은 신세 한탄이나 어린 세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탄한다고 사라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르치는 건 어디서 배웠느냐”는 Z세대 신입 사원의 예를 든 기사는 “가르치는 기술이 모자란 선배들이 산적한 온 더 잡 트레이닝의 비율을 줄이고 오프 더 잡 트레이닝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며 오히려 기존 회사들의 관행을 꾸짖는다.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니 ‘트랜스시오레티컬 모델’(Transtheoretical Model) 등의 심리학 용어를 써가며 “부하 직원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그 직원의 TTM 단계를 잘 살펴 그에 적절한 언어로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Z세대의 안전한 사회 편입을 위해 기성세대가 오히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프로토콜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새다. 실제 ‘온 더 잡’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전문가들은 그렇게 주장한다. 우리나라 학령인구의 감소 추이를 보면 이제 곧 같은 문제가 우리 사회에도 닥칠 것이다. 그냥 닥치는 것이 아니다. 일본보다 훨씬 더 세차게, 더 급박하게 닥칠 것이다. 그때 우리는 과연 알파나 베타 세대를 위해 새로운 프로토콜을 배울 자세가 되어 있을까?

Credit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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