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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들은, '의지력'이란 능력은 없다고 말한다

자기통제 능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된다. 학습으로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도 하고, 도덕적인 가치라고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자질을 타고나는 축복을 받지만, 누군가는 부족하게 타고난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충동 뒤에 숨은 진정한 원동력에 관한 더 많은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새로운 이론이 등장했다. 만약 ‘의지력(willpower)’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필 by 오성윤 2024.10.14
게리 록우드(Gary Lockwood)는 세간에 유행하는 ‘동기부여’가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생각에, 그가 지금의 몸(군살이 없고, 탄탄하고, 약간은 위압감을 느끼게 될 정도인)을 갖게 된 건 단지 동기부여가 잘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가 24/7 피트니스(24/7 Fitness)의 CEO가 된 것도 그가 그렇게 되기를 강렬하게 열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고객들에게도 늘 같은 말을 한다. “동기부여가 얼마나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가 ‘동기부여’라고 발음할 때, 그 단어는 마치 끔찍한 장내 기생충 이름처럼 들린다. “그냥 닥치고 당장 시작하는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단기적인 보상을 거부하는 능력으로 회자되는 ‘의지력’에 대해서도 록우드는 비슷한 방식으로 일축한다. 의지력에 의존해서는 운동이나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의지력은 깨지기 쉬운 것이다. 어느 날은 의지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가도, 다른 날에는 패배할 수도 있다. 그는 앞서 언급된 ‘그냥 닥치고 하는 것’을 ‘규율’이라고 부른다. “추운 겨울 아침에 침대를 박차고 나오게 하고, 헬스장으로 가게 하며, 가서는 한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유산소운동을 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규율이죠.”
록우드가 비판하는 건 ‘의지력’이 지시하는 발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마력처럼 스스로의 실행 능력을 바꿔줄 어떤 신비로운 비법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진실은 규율을 지키는 데 있어요. 힘들수록 더 많은 규율이 필요하죠. ‘당신이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가?’ 그런 건 상관없어요.”

도파민의 덫

인스타그램의 ‘벨에포크(Belle Epoque: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시절’. 일반적으로 무언가의 최번성기를 이른다)’라고 할 수 있는 지난 10~12년 동안, 우리는 돈 많고, 마르고, 몸매가 좋고, 성공했고, 행복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으리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사람들은 크리스피 크림, 인스타그램 릴스, 파이브 가이즈의 감자튀김 같은 악마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말은 곧 좀 더 무기력하고, 더 많은 탄수화물을 먹고, 더 태만하고, 더 많은 죄를 지은 우리는 분명 그런 미덕을 갖추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금욕주의 철학자 조 로건(Joe Rogan)의 영향을 받은 록우드의 접근법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단지 변화하고자 하는 욕구만으로는 우리가 변화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핵심 발상에는 공감할 테다. 게다가 ‘의지력’이라는 단어에 의구심을 품었던 사람은 록우드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그가 주창하는 ‘규율’이 ‘의지력’과 그렇게 다른 것인가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미국 기능의학회(Institute for Functional Medicine) 소속 과학자로, 자신의 고객들에게 온건한 접근법을 적용하고 있는 피트 윌리엄스(Pete Williams)는 “이제는 의지력이 적절한 표현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의지력에는 많은 마음의 짐이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체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수치심은 의지력이라는 발상 안에서 증폭되면서 정신적 실패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체중 감량을 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많은 환자가 자신에게 의지력이 없다고 믿으면서 자기 자신과 매우 부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우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환자는 보통 더 좋아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도 알고 있어요.” 문제는 건강에 해로운 행동들 대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자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본인들도 몰라요. 자기도 모르게 냉장고 앞으로 가는 걸 그냥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죠.”
윌리엄스는 과학자로서의 경력 중 상당 기간 동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연구했다. 어떤 사람들은 고칼로리 음식에 참을 수 없이 끌린다. 어떤 사람들은 비스킷 한 접시를 옆에 두고도 단 한 입도 먹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마다 즐겁게 헬스장에 간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아침에 일어나 침대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한다. “우리가 던진 질문은, 그 차이에 유전적인 근거가 있느냐는 것이었어요.” 윌리엄스는 말했다. “그리고 그 답은 ‘그렇다’였죠.”
윌리엄스의 연구는 사람의 뇌에 있는 보상 중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파민에 초점을 맞춘다. 도파민은 (아드레날린과는 가까운 친척 관계인) 호르몬이자 여러 다른 행동을 관장하는 메시지들을 뇌의 여러 경로들을 통해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작동한다. 그 경로들 중 하나는 중변연계 경로다. 이 경로는 보상 및 기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렇기에 습관 형성, 동기부여, 중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헌 자료들에 따르면 도파민과 관련해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는 해로운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요. 더 낮은 수치의 도파민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언제나 그 공백을 메울 방법들을 대체로 해로운 행동들을 통해 찾죠. 섹스, 마약, 로큰롤, 폭식, 쇼핑, 도박과 같은 행동들 말이에요. 결코 도파민을 충분히 얻지 못하기 때문에 언제나 일상적인 보상을 찾는 거예요.” 그는 자신이 어떤 성취를 이루더라도 그에 대해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기업체의 임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이런 특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의지력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죠.”
또 다른 주요한 결론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도파민의 가용성이 낮아지면서 부정적인 뉴스들을 끝없이 검색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나 쇼핑, 흡연, 음주, 폭식 등 강박적인 활동에 빠지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예상되는 것보다 오랫동안, 정상보다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으면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돼요.”
이 말은 꽤나 암울하게 들린다. 사람은 유전자와 환경의 노예인 걸까? 하지만 윌리엄스는 사실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임상적으로 비만 상태인 환자들의 자존감이 굉장히 낮은 경우를 많이 봐왔어요. 이는 단지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자제력이 없다는 내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었죠. 이런 환자들에게 우리가 ‘봐라, 이건 당신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부분이다’ 하고 말해주면 큰 깨달음을 얻는 거예요. 유전적으로 자신의 안에 그런 결정들을 내리게 유도하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환자들의 관점을 바꿈으로써 훨씬 빠르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지력으로 참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욕구가 그만큼 강력하지 않을 뿐이다.

정지 신호

우리 사회가 욕구와 보상에 관해 서로 충돌하는 관념들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는 금욕이 미덕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자본주의 안에서는 광고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의지력이라는 가짜 신을 만들어낸 게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이 주제에 관한 2012년 저서에서 의지력을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하며,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라고 정의했다.
가장 유명한 의지력 실험이자, 아마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심리학 실험인 ‘마시멜로 실험’은 스탠퍼드대학교의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이 다섯 살 아이의 자제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주변의 어린이들에게 직접 이 실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아이들 앞에 마시멜로를 쌓아놓고, 아이들에게 지금은 마시멜로 하나를 먹을 수 있지만 15분을 기다리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고 해보자. 미셸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해당 연구에서 마시멜로를 두 개 먹은 아이들이 학업적으로 더 높은 성취를 보였고, 더 부유했으며, 약물을 복용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더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실험은 성공이 자제력을 잘 발휘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더욱 강화시켰다.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을 근육과 마찬가지로 잘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거나 약해지며, 또 피곤하거나 배고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갈되기도 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대한 반론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2021년 발표된 한 연구는 ‘의지력은 과대평가되었다’고 결론 내리며, 의지력을 ‘취약한, 의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보았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의지력에 덜 의존했다고도 분석했다.
게다가 이 마시멜로 실험은 동일한 후속 실험을 재현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제력이란, 유전적 변이는 물론이고 스트레스, 피로, 배고픔 등과 같은 더 극심한 압박과 함께 다양한 심층적 요인들(사회적 지위, 양육 환경, 소득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보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더 잘 참아내지만, 그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자제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다음 식사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면 지금 먹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실험실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마시멜로를 주겠다고 한 약속을 정말로 지킬 것인지 의심하는 것 또한 적절한 반응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만큼 자기 운명을 통제하지는 못한다는 관점도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유전학 교수 자일스 여(Giles Yeo)는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지휘하는 스스로의 실행 능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유전자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음식을 거부하는 것을 좀 더 어려워해요. 하지만 그건 내면의 실패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에요.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 있는 근본적인 원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는 거죠.”
과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보면 된다. 여 박사는 식욕을 배고픔, 포만감, 보상의 세 가지 측면이 있는 삼각형으로 개념화한다. 이 세 가지는 뇌에서 각각 다른 부분의 지배를 받는다. 포만감을 느끼면, 배고픔은 일단 멈춘다. 누군가가 초콜릿이나 치즈처럼 보상도가 극도로 높은 음식을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삼각형의 한쪽 모서리를 당기면, 식욕의 전체 형태가 달라지는 것이다.
여 박사는 이 작용이 배가 아닌 뇌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체중에 영향을 미치는 1000개 이상의 유전자 모두 뇌에서, 그리고 식욕의 삼각형 위에서 작용하죠. 어떤 유전자는 배고픔을 더 많이 느끼게 해요. 또 다른 유전자는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포만감을 덜 느끼게 하고요. 또 다른 유전자들은 보상 요소를 관리하는데, 이 유전자로 인해 동일한 정도의 보상받는 느낌을 얻기 위해 필요한 음식의 양이 더 많아지거나, 더 적어지거나, 혹은 종류가 달라지게 돼요.” 사람마다 각자 배고픔과 포만감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견지에서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세마글루타이드로 알려진 새로운 종류의 비만 치료제들이 등장한다. 앨버트 폭스 케인(Albert Fox Cain)은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기고한 글에서 “그 약들은 실제로는 전혀 체중을 감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약들은 훨씬 더 강력하고 초현실적인 물건이다. 그 약들은 주입 가능한 형태의 의지력이다.” 여 박사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실제로 하는 일은 ‘식욕의 삼각형에서 포만감 쪽을 강하게 때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습관적인 과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평소에 의지력으로 과식을 참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식욕이 그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는 지금으로서는 과잉 처방에 가깝다. 뇌의 보상 경로에 세마글루타이드가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전자는 전체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들의 유전적 기질은 언제나 다양했지만,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비만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여 박사의 말에 따르면 변한 것은 ‘환경’이다. “제가 유전학자인데도 항상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람의 유전자가 환경과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에요. 비만에 대한 사람의 유전적 민감성이 환경으로 인해 드러난 거죠.”

더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수록, 즉 의지력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실패를 자초하게 된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

의사, 작가 겸 강연자인 크리스 반 툴레켄(Chris van Tulleken)은 최근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서 <초가공된 사람들(Ultra-Processed People)>에서 지난 50년 동안 비만이 증가한 진짜 원인은 사회 전반적으로 자제력이 무너졌다거나 한 게 아니라, 식품 환경의 변화, 즉 싸고, 중독성 있으며, 초가공된 식품의 발명과 마케팅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누군가 ‘의지력’에 대해 연구하려고 할 때마다 그 개념을 정확히 하기가 어렵다는 게 드러나죠.” 반 툴레켄 박사의 말이다. “저는 의지력을 동기부여와 기회의 충돌로 정의하고 싶어요. 즉 의지력이란 순전히 환경의 문제라는 거죠. 개개인의 성격과는 무관해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건강한, 즉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구하기가 좀 더 어렵다. 반 툴레켄 박사는 “그런 음식은 비싸며, 그들에게 광고 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은 동기부여가 아무리 많이 되어도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요. ‘낮은 의지력’이란 ‘빈곤’을 대변하는 말이었던 셈이죠.” 영국 식품재단(Food Foundation)에 따르면 영국 가구 중 가장 빈곤한 20%는 정부가 권장하는 건강한 식단을 충당하려면 가처분소득의 50%를 식품에 지출해야 한다. 반면 가장 부유한 20%는 가처분소득의 11%만 지출하면 된다. 패스트푸드 매장과 대형 광고판은 빈곤한 지역에 더 많이 세워지는 경향이 있다. 유리한 유전자를 가진 일부 빈곤층 인구는 이런 환경에서도 살아남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의 보상 중추를 흔들어놓는 건 식품 회사들만이 아니다. 테크업계에서 ‘도파민’이라는 용어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즈음이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수석 중독 전문가 애나 렘키(Anna Lembke)는 최근 저서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에서 스마트폰을 ‘피하 주삿바늘’에 비유했다. 인터넷 포르노, 도박 사이트, 틱톡, 낚시성 콘텐츠 등 모든 것이 습관과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평론가 테드 지오이아(Ted Gioia)는 최근 ‘도파민 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어, 깨달음을 얻거나 오락적으로 즐기는 문화에서 중독으로 전환되어가는 세태를 비난했다. 넷플릭스가 끊임없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인스타그램이 더 많은 릴스 영상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라. 이유? 돈이 그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직업적으로 도파민을 연구하는 윌리엄스는 많은 수의 기업이 의도적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도박, 강박적인 쇼핑, 약물 중독과 같은 문제들 대부분은 그 근본적인 작동 원리와 경로가 똑같지는 않더라도 서로 매우 유사해요. 이런 기업들이 카테콜아민 경로와 중독의 신경생물학 등을 이해하는 뛰어난 과학자들을 고용한 게 아니라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겠죠.”
여 박사는 행동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신력의 작동 원리에서 출발한 이 기사는 이 대목에서 다소 정치적인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여 박사와 반 툴레켄 박사 모두 식품 회사들을 더 강하게 규제하는 데에 찬성한다. 그러나 여 박사의 말처럼, “통제가 가능한 환경은 대체로 가정”일 것이다. 마트에서 초콜릿 한 박스를 사고 나면, 먹지 않기로 하는 결정을 그 안에 든 초콜릿 개수만큼 해야 한다. 해야 할 결정의 횟수가 많을수록, 이른바 의지력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변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웰니스 앱 ‘Arvra’의 인간 잠재력 코치 벤 비드웰(Ben Bidwell)은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오직 의지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는 의지력을 근육으로 보는 개념에 동의하며 “의지력도 피로해진다”고 말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포함해 자기 자신에 대한 더 좋은 이야기,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봐요. 건강한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까요? 술을 일주일에 세 번 마실까요? 계단을 걸어 올라갈까요,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탈까요? 찬장에 과자가 가득 차 있을까요? 아니면 그 대신 신선한 자연 식품을 살까요?”
그는 그런 다음 ‘쉬운 승리’들을 통해 이 새로운 정체성을 고정시키라고 말한다. 작게 시작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하루에 20페이지를 읽으려고 마음먹었지만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렇다면 목표를 하루에 한 페이지 읽기로 바꿔보세요. 그건 분명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일단 한 페이지를 읽고 나면, 좀 더 읽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게 느껴질 테죠. 헬스장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스쿼트를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 나머지는 보너스로 따라와요.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일단 스쿼트를 하고 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다른 일들이 훨씬 더 쉬워지죠.”
또 그는 의지가 약한 미래의 자신을 고려해 환경을 통제하라고 조언한다. “운동복을 꺼내 놓고 자면 일어나서 그것들을 입기가 정말 쉬워요. 단백질 셰이크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세요. 헬스장에 가기 전까지 발생할 장애물들을 최대한 많이 제거해놓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의지력에만 의존해야 하고, 의지력은 결국 바닥날 거예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Atomic Habit)>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의 신조에서 영향을 받은 비드웰의 지극히 온건한 접근법은, 언뜻 게리 록우드의 ‘그냥 닥치고 하라’는 태도와는 상반되는 듯하다. 하지만 그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보이는 것보다 연관성이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라는 옛말이 있죠. 저는 그 말을 믿어요.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죠. 마음은 계속해서 ‘싫어! 헬스장 싫어!’라고 해요. 하지만 몸을 헬스장에 두면 마음은 가라앉기 마련이에요. 우리가 물질적인 부분을 먼저 해결해버리면, 마음은 ‘예전에 해본 것이고, 해봤을 때 괜찮았다’는 걸 떠올리게 돼요. ‘언제나 괜찮았다. 여기까지 와서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냥 해보자!’ 결국엔 그런 형태로 변하게 되는 거죠.”
체중 감량을 위해 어떤 사람에게는 군대식 규율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가벼운 요령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곧 인간의 변동성이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여 박사의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몸무게와 관련하여 언제나 들어맞는 한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잘못 생각해왔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웨이트 워처스(Weight Watchers)’ 같은 집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키토식이나 다른 것들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모두에게 맞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건 바로 그 점이죠.”

Credit

  • EDITOR Richard Godwin
  • PHOTOGRAPHER Rowan Fee
  • TRANSLATOR 박수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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