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송파구 가락시장에 우뚝 솟은 '비의 장막' 작가 네드 칸 인터뷰
지은 지 38년된 가락시장 정수탑의 재탄생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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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 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비의 장막'을 밤에 본 모습.
지은 지 38년. 20년 간 가동을 멈춘 높이 32미터 깔때기 모양의 가락시장 정수탑이 공공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이 정수탑 일대에 물의 생명력을 주제로 삼은 ‘샘(SAM, Seoul Aqua Monument)-932’라는 이름의 공공미술 사업을 추진했고, 이 사업의 메인이랄 수 있는 정수탑 변신의 주역으로 환경 설치예술가인 네드 칸을 선정했다. 네드 칸은 자신의 연작인 ‘베일(Veil)’을 바탕으로 정수탑을 ‘비의 장막(Rain Veil)’으로 탈바꿈 시켰다. 기후 순환의 중요한 매게인 비의 물성을 담아 물이 흐르는 듯한 표면을 연출했다.

탈바꿈 하기 전 가락시장 정수탑의 모습.
1986년에 축조돼 가락시장에 물을 공급하던 정수탑은 2004년 가압펌프 방식이 도입되면서 사용이 중지되었다. 20여 년 동안 가동을 멈춘 상태로 철거를 요청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철거 비용과 배출되는 쓰레기 등을 고려해 남겨진 상태였다. 높이가 32m에 달하는 정수탑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급수탑으로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네드 칸은 이 오랜 기념비의 외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와이어를 얽어 만든 장막이 정수탑에 드리워져 바람결에 따라 물이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도록 연출했다. 아래는 <에스콰이어>와 네드 칸의 일문일답이다.
당신이 아직 작품 실물을 보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공공미술 작품을 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고 작품에 대한 관람 팁을 듣고 싶다.
우선 <비의 장막>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를 대신해 우리팀의 기술감독인 파블로 알페로(Pablo Alfaro)가 개장식에 참여했는데, 그는 이 작품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 설계해준 뛰어난 건축가이다. 그가 실제로 작품을 보니 기대 이상으로 너무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했다. 우리는 작품을 기획하면서 높이 32미터의 정수탑이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어우러지며 서울의 경관을 새롭고 아름답게 만들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비의 장막>은 보는 각도, 날씨,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내부로 연결되는 통로를 통해 작품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데, 외부에서 보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웅장하고 아늑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이 부분을 놓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비의 장막>이 앞으로 서울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물결 치듯 흔들리는 빛의 울렁임은 어떻게 만들어낸 것인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변하는 바람의 복잡한 패턴을 드러내는 많은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들은 수천 개의 작은 경첩 요소들로 구성되어 바람에 흔들리며 바람의 복잡한 질감을 드러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 키네틱 파사드가 살아있는 파도와 소용돌이가 있는 수직 물 표면처럼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작품은 기존 타워 위에 망토처럼, 외투처럼, 베일(장막)처럼 드리워져 콘크리트 구조물을 유동적인 건축물로, 액체/기체 스카이 스크레이퍼로 변모시킨다. 'Rain Veil'은 타워 상단에 고정된 원형 콘크리트 기초 주변에 앵커된 일련의 나선형 스테인리스 강철 케이블로 구성된다. 지지 케이블의 비틀림 각도는 자연스럽게 쌍곡선 포물면이라는 모래시계 모양의 피부를 형성한다. 이 유기적인 형태는 안정성을 위해 바닥에서 넓어지고 빛과 바람을 잡기 위해 꼭대기에서 퍼지는 거대한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케이블은 쌍곡선 표면을 다이아몬드 모양의 빈 공간으로 나눈다. 이러한 각면에는 용접된 스테인리스 강철 메시에 부착된 작은 운동 요소의 매트릭스가 있다. 메시의 각 수평 바는 바람에 흔들리는 경첩 플라스틱 잎을 가지고 있다. 잎은 Durabio(듀라비오)라는 바이오 플라스틱 재료로 제작되었다. Durabio는 식물에서 만들어진 매우 내구성이 뛰어나고 UV 보호가 되는 재료이다. 다른 플라스틱과 달리, Durabio의 모든 탄소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살아있는 식물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이 예술 작품은 대기에서 탄소를 추출하여 아름다운 것에 격리시켜 수십 년 동안 이 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잎은 물을 암시하는 깊은 코발트 블루로 색칠되어 있다. 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하늘의 색과 햇빛의 반짝임을 잡아 물 표면처럼 반짝인다.
이 작품 말고 당신과 당신의 팀이 고려했던 다른 옵션이나 초기 아이디어가 있나?
처음부터 내 의도는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베일로 기존 타워를 둘러싸서 물처럼 일렁이고 반짝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Rain Veil'이라는 제목의 이 예술 작품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 기적의 물에 대한 찬사로 기능한다. 생명은 바다에서 시작되어 육지로 나왔지만, 우리는 바다를 두고 오지 않았다. 우리의 혈액의 염도는 생명체가 바다에서 처음 나왔을 때의 바다 염도와 거의 일치한다. 우리의 몸은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고, 특히 우리의 뇌는 그렇다. 우리의 생각, 감정, 기억, 감각은 모두 두개골 속에 숨겨진 내면의 바다를 통해 형성되고 떠다닌다. 우리의 의식 자체가 물 현상이다. 우리가 마시고, 요리하고, 목욕하고, 식물에 주는 대부분의 물은 비로 내렸다. 자연은 증발을 통해 바다에서 순수한 물을 추출하여 보이지 않게 만든 후, 구름이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름의 풍경에 모아 지표면의 비로 돌아오게 한다. 우리는 이 기적적인 과정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지구의 놀라운 선물이다. 서울에서 내 작품의 의도는 비와 자연의 마법에 대한 감사와 인식, 그리고 친절함을 키우는 것이다.
당신의 작품 중엔 물과 관련한 것들이 많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하나?
내 현재 작업의 많은 부분은 지속 가능성과 환경 인식을 중심으로 한다. 나는 자연 과정을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함으로써 자연 환경에 대한 감사와 보살핌의 감각을 키우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에 매료되었다. 자연을 자원으로 생각하는 것에서 깊이 사랑하게 되는 관계로 변화시키기 위해 자연 현상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마법으로 관객을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하게 느낀다. 나는 우주 비행사의 지구 궤도에서 지구를 본 경험이 그들을 영원히 변화시켰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다. 우주 공간의 치명적인 진공을 배경으로 한 지구의 아름다움과 취약성을 보는 미적 경험은 많은 이 파일럿/엔지니어/과학자 유형을 깊은 환경주의자로 전환시켰다. 이는 자연의 복잡성, 아름다움, 신비, 취약성의 미적 경험이 깊이 변혁적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주었다.
Credit
- PHOTO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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