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컬러의 향연, 구찌 2025 S/S 컬렉션

사바토 데 사르노만의 감각으로 펼쳐낸 구찌의 여름

프로필 by 김성재 2024.06.19
낮과 밤, 빛과 그림자, 천국과 지옥….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두 개 이상의 요소가 결합한 것을 목도했을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상충적인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비로소 하나가 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6월 18일 공개된 구찌 2025 S/S 남성 컬렉션도 그러하다. ‘도시의 세련미와 해안의 여유로움이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처음부터 그 둘 사이에는 경계가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이탈리아 최초의 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 ‘트리엔날레 밀라노(Triennale Milano)’에서 펼쳐진 이번 컬렉션에서 그는 도시와 해변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남을 관망한다.

여름의 녹음이 짙게 밴 듯한 밝은 그린 컬러의 룩을 시작으로 핑클, 블루, 퍼플 등의 화려한 컬러가 이어지며 쇼장은 순식간에 여름날의 낭만으로 가득 찼다. 엄격한 재단과 정교한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스리 버튼 싱글브레스트 슈트에 버튼 탭 디테일을 더한 팬츠는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을 선보였고, 평소 코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던 그답게 울이나 레더 소재로 제작된 다채로운 컬러의 롱 코트에 쇼츠를 매치했다. 재킷을 집업이나 스리 버튼으로 재해석한 스타일도 소개했는데, 이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사르노의 정제된 테일러링과 고유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결과물.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쇼츠였다. 데일리 웨어는 물론 비치 웨어로도 손색없는 다양한 컬러 쇼츠와 GG 자카르 소재의 카바나 셔츠, 히비스커스 플라워, 야자수, 돌고래 등이 프린트된 볼링 셔츠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엠브로이더리 기술이 반영된 룩도 빼놓을 수 없다. 인타르시아 기법으로 제작된 폴로셔츠, 몸의 움직임에 맞춰 파도의 파장을 연상시키는 프린지 디테일이 그 예. 이 외에도 마이크로부터 레귤러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백, 구조적이고 뾰족한 앞코가 인상적인 홀스빗 부츠, 무심하게 툭 걸친 실버 네크리스, 초커 같은 선명한 컬러의 스트랩이 달린 선글라스 등 슈즈 및 액세서리를 통해 홀스빗 엠블럼에 대한 유산도 빼놓지 않고 이어나갔다.
디자인과 미학에서 색상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 사르노는 톡톡 튀는 컬러의 향연을 펼치면서도 차분함을 잃지 않았다. 마치 초여름의 길목에 선 새 한 마리가 홀로 지저귀듯 사르노가 선사하는 고요하고도 나른한 여름이 그렇게 찾아왔다.

Credit

  • EDITOR 김성재
  • PHOTO 구찌
  • DIGITAL DESIGNER 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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