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미미미누, 넘어가기로 하다

‘입시 유튜브’라는 영역의 개척자 미미미누는 최근 좀 더 폭넓은 콘텐츠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가 즐길 수 있는 채널.’ 슬쩍 들려주기로, 궁극적인 목표는 이렇다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04.05
스트라이프 재킷, 팬츠 모두 네온 제네시스 오디티. 니트 베스트 라코스테. 슈즈 골든구스. 빈티지 워치 파텍필립 by 빈티크. 셔츠, 타이, 삭스,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라이프 재킷, 팬츠 모두 네온 제네시스 오디티. 니트 베스트 라코스테. 슈즈 골든구스. 빈티지 워치 파텍필립 by 빈티크. 셔츠, 타이, 삭스,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하면서 포토그래퍼랑 스타일리스트가 좀 신이 났던 것 같네요. 민우 씨가 워낙 재미있는 모델이어서.
(웃음) 감사합니다. 이렇게 옷까지 바꿔 입으면서 하는 화보 촬영은 예전에 유튜브코리아에서 한 번 해본 것 빼고는 처음인데요.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표정이나 동작을 별로 크게 하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희극적인 뉘앙스를 낼 줄 아시더라고요.
방송 하면서 는 거죠. 최근 촬영에 클로즈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져서, 표정으로도 많이 웃기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나니까 분위기는 유튜브 방송에서 보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 같은데요.
그렇게 느끼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온앤오프가 확실해서 평소에는 좀 조용한 편이거든요. 낯을 가린다거나 원래 과묵한 성격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 버릇이 든 것에 가까워요. 원체 좀 약골 체질에다 먹성도 그리 좋지 않아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끼거든요. 그걸 방송 할 때 ‘몰빵’해야 하니까 평소에는 이렇게 크게 힘을 안 들이게 된 거죠.
그럼 만약 길에서 만난 구독자가 방송에서의 바이브를 생각하고 막 “미!미!미!누!” 하면서 달려오면 어떡해요?
(웃음) 그런 건 어느 정도는 맞춰줘야죠. 제가 오프 타이밍일 때는 확실히 그런 반응이 좀 곤란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그런 적이 많지는 않아요. 10대 친구들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향이 좀 있죠.
미미미누는 명목상 ‘입시 & 교육 콘텐츠 유튜브’잖아요. 20대 이상인 사람들은 잘 모를 거라 생각해서 저도 촬영 전에 스태프들에게 설명을 했는데, 다들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저희 채널의 구독자 코어층이 학생들이라면, 작년 하반기부터는 거기서부터 서서히 좀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때부터 제가 다른 채널들과의 협업 출연도 잦았고, 요즘은 또 쇼츠가 대세니까 거기서 알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구독을 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누군지 알고는 있는, 그런 얕은 수준의 인지도는 좀 올라간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도 쇼츠에서 미미미누를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그 쇼츠들도 대부분 입시 관련 콘텐츠잖아요. 관심사와 알고리즘의 장벽을 뛰어넘는 저력은 뭘까요?
공부를 열심히 했든 안 했든,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다들 별수 없이 공부와 입시에 대한 기억은 있잖아요. 국내 교육 환경의 특성상. 저도 사실 궁금했는데, 결국 그런 기억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요즘 애들은 어떻게 공부하지?’ ‘요즘 친구들은 어떤 대학교를 가고 싶어 하지?’ 그런 식으로 궁금해하는 거죠. 그리고 저희 채널이 좀 아이코닉해지고 있긴 한 게, 이 시장에 들어오려고 하는 크리에이터가 저 외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거든요.
미미미누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뒀는데 아직도 후발 주자가 없나요?
만약 저처럼 수험 생활을 오래 해서 결국 원하는 대학교에 간 사람이 있다면, 결국은 좀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죠. (미미미누는 수능 5수 끝에 대학에 진학했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유튜브를 보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일단 콘텐츠에 대한 대화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공감대가 없어요. 관심이 있다고 해도 공부를 하면서 유튜브를 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냥 대학 생활 브이로그를 만드는 정도죠.
민우 씨처럼 공부도 잘하면서 잘 까불고 기획력까지 좋은 사람이 흔치 않겠죠.
제가 공부를 뭐 그렇게 잘한다기보다, 저는 방송을 하면서 똑똑한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봐오다 보니 스스로를 그냥 중간다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똑똑한 친구들이랑 소통이 가능한… 광대 정도?(웃음) 요즘은 ‘입시’라는 틀 안에만 갇히고 싶지 않아 콘텐츠의 범주를 좀 넓혀가는 부분도 있고요. 그래서 ‘입시 유튜브’라는 표현보다는 ‘교육 유튜브’라고 불리기를 더 선호해요. 교육은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이잖아요.
요즘은 ‘교육을 빙자한 코미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하더라고요.
맞아요. 제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하고 다니죠. 저희 채널이 일단은 정보와 재미의 밸런스를 챙기려는 채널인데, 굳이 뭐가 더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결국 재미거든요.
하긴 미미미누가 교육 관련 콘텐츠만 파온 건 아니었죠. 게임 방송이나 먹방도 시도한 적이 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방구석 노래방’ 같은 것도 채널 초창기부터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라는 포맷으로 해온 콘텐츠고요.
‘방구석 노래방’이 지금 어떻게까지 발전됐냐면, SBS 유튜브 채널에서 아이돌 원곡자들을 실제로 만나서 배워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모비딕 <인기인가요>). 그게 참 의미가 큰 게, 어떻게 보면 제가 오래도록 품어온 바람이 이루어진 거거든요.
그냥 또 하나의 협업 콘텐츠가 아니라, 민우 씨의 열망이 담긴 콘텐츠군요.
네. 제가 관심사가 한정되어 있어서 교육 말고는 음악, 게임도 ‘LOL’ 하나, 딱 이렇게 좋아해요. 특히 음악이나 음악 예능은 옛날부터 정말 사랑했죠. 가슴 한편에 늘 품고 살아왔어요. 사실 저는 이제 구독자 수에 별로 욕심이 없거든요.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저에게 하나의 큰 동력이 된 것 중 하나가 이런 기회인 것 같아요. ‘아이돌 도전기’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니까, 보시는 분들도 거기에서 오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시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군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콘텐츠를 훑다 보니 문득 이런 게 궁금하기도 했어요. ‘미미미누 채널은 학부모들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웃음) 그 부분은 저도 되게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에요. 저희 채널의 특정한 콘텐츠들은 사실 학부모님들이 보시기에 되게 유익하게 메이킹을 해뒀거든요. 입시 관련 다양한 정보를 알기 쉽게 알려주는 부분이 있는 거죠. 또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게임 채널 같은 걸 보는 것보다야 미미미누 채널을 보는 게 낫지’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작년부터 학부모님 대상의 강연도 많이 나갔고, 사인해달라는 부모님들도 많아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이고 계신 듯합니다.
자녀의 학업 성취도에 따라 미미미누에 대한 호오가 나뉠 수도 있겠네요.
예전에는 그랬어요. 제가 ‘실수(공부 실력자)’와 ‘허수(허투루 공부를 하는 학생)’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미미미누 채널을 보는 사람은 허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었죠.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보는 거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제가 봐도 다르다는 게 느껴져요.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공부에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어마어마하게 구독을 많이 하거든요. 카페에서도 영재고, 과학고 준비한다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많이 보이고, 또 한편으로는 직장 다니면서 수능을 다시 보는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그런 구독자분도 있고요.
‘길거리 수학 챌린지’ 시리즈. 말 그대로 국내 곳곳의 거리에서 학생 도전자를 받아 수학 문제를 내는 콘텐츠로, 미미미누 채널의 인기 코너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원격미팅 프로그램인 줌을 활용해 독서실 콘셉트로 소통을 하는 ‘줌 독서실’ 시리즈. 팬데믹 시절 시작해 이후로도 줌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당시 유튜브 및 방송사 콘텐츠 판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허수판독기’ 시리즈. 독서실, 학원 등에서 미미미누가 인터뷰를 통해 ‘실수(공부 실력자)’와 ‘허수(허투루 공부를 하는 학생)’를 가려내는 콘텐츠로, 미미미누 채널 최고의 인기 코너다. 윤도영에듀 대표 윤도영과 함께 하는 ‘All about 입시’ 시리즈. 입시나 진로와 관련한 구독자들의 다양한 고민에 답을 하는 콘텐츠로, 두 사람의 세심하고도 냉철한 분석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수능 현장을 미리 방문해 시간대별로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해주는 ‘수능 시뮬레이터’ 시리즈. 미미미누 채널이 교육과 입시 현실, 입시생의 상황을 얼마나 진심으로 고민하는지 보여주는 코너로, TV 주요 뉴스들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SBS의 웹 콘텐츠 채널 모비딕에서 공개되고 있는 ‘인기인가요’. 미미미누가 현직 아이돌들에게 아이돌 레슨을 받는 콘텐츠로, 어린 시절부터 노래와 춤에 열정이 컸으며 ‘교육 콘텐츠’ 폭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미미미누가 현재 가장 기대하고 있는 콘텐츠다.
저는 이제 공부랑은 별로 관련이 없는 삶을 살고 있고 솔직히 관심도 없는데요. 미미미누 채널을 재미있게 보고 있거든요. 저한테는 민우 씨가 공부와 입시, 취업, 나아가 삶에 대해 말하는 전략적 태도가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어쨌든 사람들이 좋은 대학을 가고 싶어 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벌고 싶어 하고, 그런 모든 마음의 기저에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개인의 투쟁인 거죠. 저도 그런 마인드로 이 콘텐츠를 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계속 맞닿아 있는 것이고요. ‘입시’라는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뭔가를 배우고 준비하는 모든 걸 다루고자 하는 것도 결국 그래서인 것 같아요.
미미미누 채널이 또 광고가 굉장히 다채롭게 잘 들어오더라고요.
저희 채널이 한 첫 광고가 5년 전쯤 제의가 들어온 ‘잼라이브’라는 퀴즈 앱이었어요. 그때 고민이 됐던 게, 그 광고를 재미있게 소화할 수 없다면 이 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팀원도 생기고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조회수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광고를 해서 시청자들이 부담감을 느끼거나 시청을 꺼려한다면 채널이 생명력을 잃는 거고요. 그래서 결국 라이브 퀴즈쇼 느낌의 기획으로 아예 콘텐츠로 승화시키게 된 거죠.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런 기조가 이어져온 거예요. 교재 광고를 위해서 시작한 ‘길거리 수학 챌린지’가 이제는 아예 시리즈로 나와서 인기 콘텐츠가 된 것도 좋은 예이고요.
팬데믹 때 시작한 ‘줌 독서실’ 같은 기획은 아예 당시 유튜브와 TV 콘텐츠의 판도까지 바꿨죠. 기획력이야말로 미미미누 채널의 가장 큰 자산 같기도 해요.
그게 없으면 결국 무너지는 것 같아요. 유튜브에는 이미 수많은 자본과 방송사, 연예인들이 투입되고 있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것이 만들어지고 있죠. 하지만 사람의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이에요. 그렇게 무수한 콘텐츠 중에서 선택받으려면 가치 있는 콘텐츠, 재미와 공감과 정보가 다 있는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는 거죠. 그 와중에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도 고려해야 하고요. 저는 한때 잠들기 전마다 정말 매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새로운 콘텐츠를 시작하면 이미 그게 언젠가 수명을 다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시작하고요. 뭔가가 큰 사랑을 받아도 불안해요. 언젠가 이게 끝날 거라는 걸 아니까요.
그건 ‘불안’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전략적 사고’에 가까운 걸까요?
둘 다죠. 감정적인 측면도 있고, 또 거시적으로 봐도 그런 판단들이 맞는 것 같고요. 어떤 좋은 콘텐츠라도 인간은 질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화를 줘야 하고, 하지만 그 변화도 너무 과하게 주면 안 되고, 그 미묘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촉각을 곤두세우다 보니 사람이 좀 예민해지고, 그게 심해지면 곤란하니까 제 스스로를 컨트롤하고 온화하게 하려고 하고…. 결국 제 삶이 이런 사이클의 반복인 것 같아요. 어쨌거나 일을 하면서 얻는 쾌감이나 행복이 그 스트레스보다 더 크니까 상쇄하면서 사는 거죠.
쾌감과 행복이 가장 클 때는 언제예요?
자기 나름의 사연을 가진 친구가 제 영상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할 때가 가장 커요. 정말 가슴 아프고 사정이 절절한 친구들의 연락이 1년에 몇 번씩은 꼭 오거든요. 그럴 때 좀 많이 뿌듯하죠. 제가 뭐라고 제 걸 보고 힘을 얻었다고 할까 싶기도 하고, 그런 부분 때문에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능 시험장 가림막 설치라든가 킬러 문항 논란 같은 이슈에 대응하는 영상들에서는 확실히 미미미누가 가진 어떤 종류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세심하고, 용감하더라고요.
그때는 정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제가 수험생이었다면 납득할 수가 없는 지점이 너무 많았어요. 대부분의 입시생 반응이 ‘굳이 갑자기 이렇게 해야 하나’였고 실제로 작년 수능도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대로 됐기 때문에 좀 많이 안타까웠죠. 그때는 ‘용기를 내야 한다’ 뭐 이런 마음도 아니었어요. 그냥 ‘아닌 건 아니지 않나’ 하는 부분이 제일 컸죠. 그래 봐야 대신 화를 내주는 정도인 거지만요. 제가 시위를 한다거나 근본적인 뭔가를 제시해주는 건 아니잖아요. 수험생들이 가장 화날 텐데 공부하느라 바쁘니까, 대리 만족할 수 있게 대신 시원하게 화를 내주는 거예요. 어쨌든 저는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그렇게 비쳐지고 싶지도 않고요. 그걸 원했다면 다른 일을 했을 테고, 지금은 그냥 작은 의미의 과외 선생님, 누군가의 형, 오빠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미미미누 채널의 역할이군요.
그런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거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께 위로나 공감이 될 수 있는 채널이 되기를. 그게 지금은 ‘공부’라는 키워드로 많이 보여지고 있지만 조금씩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좀 더 잘 지켜봐주시면 제게 큰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안리엔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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