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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메리어트 서울에서 열린 타마유라 × 니쿠라 포핸즈 디너의 자세한 과정

두 셰프가 지난 호찌민 JW 메리어트에서의 첫 만남 이후 더 완벽한 조화를 선보였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9.08
타마유라의 이경진 헤드 셰프와 니쿠라의 이반 카수솔 로시 헤드 셰프의 모습.

타마유라의 이경진 헤드 셰프와 니쿠라의 이반 카수솔 로시 헤드 셰프의 모습.

JW 메리어트의 일식당 타마유라에서 JW 메리어트 사이공 니쿠라의 헤드 셰프 이반 카수솔 로시를 초대해 포 핸즈 디너를 치렀다. 사이공, 하노이, 깜란, 푸꾸옥, 제주, 동대문, 그리고 서울을 오가는 미식 릴레이의 두 번째 자리가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한강을 등진 반포의 랜드마크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럭셔리 호텔 체인의 상징인 JW 메리어트의 이름으로 2000년 국내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서울 강남권 호텔 서비스와 다이닝의 기준 역할을 해왔다. 특히 신세계가 인수한 뒤 가장 힘을 준 업장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타마유라다. 긴자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가이세키와 갓포 요리 전문 업장 코주(小十)에서 근무하고, 데판야키로 당시 미쉐린 1스타를 받은 우카이테이에서 승승장구한 젊은 셰프 이경진을 영입해 파인 다이닝의 축을 맡겼다. 데판야키, 가이세키 그리고 스시를 아우르는 현재 타마유라의 메뉴 구성은 그의 경력에서 기인한다.

이반 셰프의 세비체 페루가 이날 저녁의 문을 열었다.

이반 셰프의 세비체 페루가 이날 저녁의 문을 열었다.

이 타마유라가 JW 메리어트 여덟 곳을 잇는 '세이버 바이 JW 다이닝 시리즈'의 서울 무대가 됐다. 사이공, 하노이, 깜란, 푸꾸옥, 제주, 동대문, 그리고 서울. 도시마다 다른 셰프 조합이 서로의 주방을 오가며 협업 메뉴를 내놓는 넉 달짜리 미식 릴레이다. 지난 7월 사이공에서 JW 메리어트 호찌민시티의 니케이 레스토랑 니쿠라의 이반 카수솔 로시 셰프와 합을 맞춰 포 핸즈 릴레이의 시작을 끊은 이경진이 이번에는 서울로 이반 셰프를 초대했다.

니쿠라의 이반 카수솔 로시(Ivan Casusol Rossi)는 니케이 요리가 태어난 도시, 페루 리마에서 나고 자랐다. 일본의 정밀함과 페루의 활기가 뒤섞인 그 전통 속에서 자란 그는 10년 넘게 북미, 중동,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오가며 멕시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튀르키예, 벨리즈, UAE에서 니케이(日系, nikkei) 콘셉트의 다이닝을 열고 운영해왔다.(지난 기사 참조 : 베트남 사이공에서 만난 일식과 니케이 셰프의 포 핸즈 디너) 이 셰프는 이날 베트남에서 치렀던 첫 번째 포 핸즈 디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메뉴들을 선보이며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이반 셰프 역시 한국의 식재료에 적응해 특유의 니케이 스타일을 뽐냈다.

첫 디시는 세비체 페루. 광어를 타이거 밀크에 재우고 가라아게를 곁들였다. 산미와 바삭함으로 미각을 깨우는 이반 셰프의 인사말 같은 요리. 뒤이어 나온 것은 이경진 셰프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핫순. 단새우 타르타르에 관자, 그리고 설탕 한 톨 넣지 않고 양파의 단맛으로 끌어 올린 차게 식힌 수프가 일깨워진 미각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이경진 셰프의 핫순에 있는 세 개의 작은 접시들은 감칠맛의 폭탄이었다.

이경진 셰프의 핫순에 있는 세 개의 작은 접시들은 감칠맛의 폭탄이었다.

페어링은 사케로 시작했다. 김현정 식음료부 팀장이 행사를 위해 어렵게 구했다는 히라이즈미 양조장의 야마하이 준마이 여름 한정판이 잔을 채웠다. 리슬링을 연상시키는 산도와 요거트 같은 달콤함과 감칠맛이 두 셰프의 요리가 가진 산미와 단맛에 지지 않고 어우러졌다.

형형색색의 매콤한 소스들이 관자의 단맛을 한껏 끌어올렸다.

형형색색의 매콤한 소스들이 관자의 단맛을 한껏 끌어올렸다.

일본산 관자에 라임, 그리고 세 가지 크림 소스를 곁들인 '티라디토 콘차'는 지난 번 JW 메리어트 사이공에서 이반 셰프가 선보인 것과 같은 메뉴였지만, 확연히 달랐다. 테이블에서는 한국 재료를 쓴 이번 버전이 덜 맵고 더 둥글다는 평이 나왔다. 함께 한 술은 나가사키의 후쿠우미 양조장에서 사케 쌀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로 빚은 가쓰세이 니고리. 한 번만 살균해 병 안에서 효모가 아직 살아 움직이는 발포성 탁주다. 막걸리처럼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을 흔들어 따르니 스파클링 워터처럼 입을 씻어내는 자연 탄산이 올라왔다.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 갈증을 푸는 느낌, 과연 여름 사케라는 설명에 딱 들어 맞았다. 젓가락으로 원을 그리듯 형형색색의 소스들을 섞어 관자를 찍어 입에 넣은 뒤 사케를 한 모금 마시니 크림의 무게가 싹 걷힌다.

카르타 파타 필름으로 감싼 옥돔.

카르타 파타 필름으로 감싼 옥돔.

이날 이경진 셰프의 필살기는 '카르타 파타'로 감싼 옥돔 파피요트였다. 파피요트('포장지'라는 뜻)는 그 이름 그대로 종이에 생선과 채소, 버섯 등을 싸서 오븐에 굽는 프랑스 요리. 종이 안에서 촉촉하게 익히는 조리법이라 웬만하면 실패하는 법이 없지만 유일한 약점이라면 조리 중에 안을 볼 수 없다는 것.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베네치아의 한 요리사가 유리 공예에서 착안해 만든 투명 필름이 바로 '카르타 파타'다. 이경진 셰프는 이 필름으로 감싼 옥돔을 오븐이 아닌 뜨거운 물에 넣어 익히고, 테이블에서 가위로 열어 그대로 그릇으로 썼다. 냄비 역할을 하던 필름이 그대로 접시가 되는 셈이다. 지난 번 사이공에서 맛 봤던 이 셰프의 현지 생선을 사용한 요리는 질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살짝 아쉬웠던 반면, 한국 식재료로 돌아오자 원래의 실력을 되찾았다.

한우로 만든 규카츠에 트러플을 잔뜩 올린 호사스러운 메뉴.

한우로 만든 규카츠에 트러플을 잔뜩 올린 호사스러운 메뉴.

한우 규카츠에는 호텔 7층 JW 가든에서 딴 바질과 딜을 섞은 빵가루를 입히고 트러플을 듬뿍 올렸다. 함께 나온 와인은 폴 자냉의 물랭아방 2020. 보졸레 크뤼 중에서도 원톱으로 꼽히는 마을이다. 소믈리에는 화이트 다음 레드라는 통상의 순서를 이날은 일부러 뒤집었다고 했다. 요리의 질감과 와인의 질감을 맞추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 화강암 토양에서 나온 가메의 붉은 과실과 흙내음이 트러플의 향과 맞물렸다.

이반 셰프의 아사도는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이었다.

이반 셰프의 아사도는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이었다.

이어진 우니 가라야키 그라탱에는 북부 론의 메종 드뉘지에르 생조제프 블랑 2024를 곁들였다. 론 밸리의 화이트 품종인 마르산과 루산을 탄산 침용 방식으로 발효해 과실의 생동감을 살린 화이트다. 소믈리에는 "탄산 침용은 보통 레드에서 하지만, 화이트 품종에서도 산화를 거치지 않은 또렷한 과실미를 남기기 위해 사용한다"고 밝혔다. 통영에서 올라온 성게알은 시즌 끝자락이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 재료를 쓸 수 있을지 없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는 이 셰프는 동해는 이미 끝났고, 통영에 겨우 남은 우니를 구했다고 말했다.

여름 우니의 끝물에 통영에서 어렵게 구한 성게알로 만든 우니 가라야키 그라탱.

여름 우니의 끝물에 통영에서 어렵게 구한 성게알로 만든 우니 가라야키 그라탱.

이반 셰프의 필살기는 남미의 소고기 요리인 '아사도'. 그러나 이반 셰프의 아사도에는 한국의 터치가 잔뜩 들어갔다. 페루식으로 커팅한 한우 소갈비를 48시간 저온으로 익히고 간장에 마리네이드했다. 익숙한 갈비 맛이면서도 옆에 미소 소스, 캐슈넛 크럼블과 감자, 그리고 페루를 상징하는 과일이라는 아보카도를 곁들여 함께 하니 퓨전에 퓨전을 더한 느낌이었다. 간장의 감칠맛 덕에 앞서 나온 화이트가 아사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JW 메리어트 사이공에서 열린 첫 포핸즈 디너보다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 셰프는 "지난 사이공에서 열린 첫 번째 포핸즈 디너 때는 이반 셰프와 메신저로 소통하다보니 완전한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베트남 현지 식재료가 예상과 다르다는 이슈도 있었다"라며 "그러나 그때 이반 셰프의 요리를 직접 보고 자신의 요리도 보여주는 경험을 한 번 한 뒤라 이번에는 서로를 이해하며 더 높은 수준의 요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날 포핸즈 디너가 끝나고 둘이 맥주를 꽤 많이 마셨는데, 그것도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JW 메리어트가 국경을 넘는 포핸즈를 계속 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호텔이 셰프의 철학과 기술을 교류하는 플랫폼이 될 때, 손님은 한 도시의 호텔에서 두 도시의 맛을 경험하고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낯선 눈으로 다시 보며 성장한다.

Credit

  • PHOTO JW 메리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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