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이공에서 만난 일식과 니케이 셰프의 포 핸즈 디너
한국인 셰프가 선보이는 일식과 페루인 셰프가 선보이는 니케이의 협업을 베트남 호찌민시의 JW 메리어트 호텔 앤 스위트 사이공에서 만났다. 문화가 부딪혀 생기는 흥미로운 창조의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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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에서 나고 자란 셰프 이반 카수솔 로시가 세비체를 플레이팅하는 모습. 그는 니케이 퀴진을 ‘일식의 정교함과 페루의 활력이 어우러진 요리’라 평한다.
네 개의 손, 하나의 춤
JW 메리어트가 대담한 여정을 시작했다. 2026년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에 걸쳐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특별한 다이닝 이벤트 ‘세이버 바이 JW 다이닝 시리즈(Savor by JW Dining Series)’를 연다. 베트남의 호찌민시티, 깜라인, 하노이, 푸꾸옥과 한국의 서울, 제주 모두 여섯 개 도시 JW 메리어트 지점의 셰프들이 총 여덟 번의 포핸즈 디너를 열 예정이다. 그 첫 무대는 이미 성료. 지난 8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호찌민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호텔 앤 스위트 사이공의 니케이 레스토랑 ‘니쿠라(Nikura)’에서 열렸고, 나는 운 좋게 행사 첫날에 초대받았다.
주방에 선 두 셰프가 걸어온 길이 이미 하나의 이야기였다. 니쿠라의 이반 카수솔 로시(Ivan Casusol Rossi)는 니케이 요리가 태어난 도시, 페루 리마에서 나고 자랐다. 일본의 정밀함과 페루의 활기가 뒤섞인 그 전통 속에서 자란 그는 10년 넘게 북미, 중동,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오가며 멕시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튀르키예, 벨리즈, UAE에서 니케이(日系, nikkei) 콘셉트의 다이닝을 열고 운영해왔다. 그야말로 니케이 전도사. 서울 JW 메리어트의 ‘타마유라’ 헤드셰프 이경진의 여정도 만만치 않다. 도쿄 츠지요리전문학교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인 핫토리영양전문학교 고등조리과를 마치고 긴자 코주(小十)와 우카이테이(うかい亭)에서 요리를 배웠다. 코주는 긴자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가이세키와 갓포 요리 전문 업장으로 2008년 미쉐린 가이드가 일본에 처음 진출했을 때 3스타를 받은 곳이다. 우카이테이 역시 거대한 철판 앞에서 곧바로 요리를 해주는 데판야키로 당시 미쉐린 1스타를 받아 명성을 떨친 곳이다. 그 후 이 셰프는 대만 가오슝과 타이베이에서 우카이테이의 오픈을 맡았고 2022년부터 JW 메리어트 서울의 타마유라를 이끌고 있다.
코스는 이경진 셰프의 문법으로 시작했다. 차갑게 식힌 봄 양파 수프, 보타르가를 곁들인 치킨 테린, 참치 타르타르를 채운 김. 세 개의 작은 그릇이 타마유라 박스 안에서 조용히 자세를 잡고 우리를 기다린다. 바삭한 김이 부서지자 입안을 가득 채우는 감칠맛, 크리미하고 시원한 수프, 하얀 단백질의 깔끔함이 즐겁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다음 코스인 티라디토 콘차(Tiradito Concha)로 넘어가는 순간 대륙이 바뀐다. ‘티라디토’는 해산물을 얇게 저며 시트러스 베이스의 소스를 끼얹는 요리. 조리법만 들으면 세비체와 비슷해 보이지만, 소스에 절이는 게 아니라 소스 위에 사시미를 얹는 방식이라 세비체보다 산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 날것의 식감이 한층 살아 있는 게 특징이다. 콘차(가리비)로 만든, 니케이 요리를 대표하는 이 티라디토는 특히 페루 고추로 맛을 내 산미와 감칠맛, 거기에 톡 쏘는 매운맛이 폭발한다. 타이거스 밀크(세비체에 쓰는 새콤하고 매운 국물)에 절인 붉돔과 튀긴 오징어를 먹으며 카수솔 셰프의 세계로 더 깊숙이 들어섰다가 이경진 셰프의 시그너처와도 같은 호두 크러스트를 입혀 구운 로브스터를 먹자니 다시 동아시아의 차분함으로 돌아온다.
두 명의 셰프가 함께 짠 메뉴는 계속 이런 식이었다. 가지에 발효 고추 마요네즈를 곁들인 베렌헤나로 입안 가득 태양의 열기를 머금었다가 트러플과 매시트 포테이토를 곁들인 허브 비프 카츠를 먹으면서 다시 익숙한 세계로 돌아왔다.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오가며 추는 듯한 탱고와도 같은 이날의 코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진정한 성취였다.
일본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서 고등 요리 기술을 익힌 이경진 셰프는 한국, 일본, 대만에서 활약하며 자신의 기술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왔다.
니케이와 사이공
그런데, 대체 니케이란 무엇일까? 니케이. ‘일본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요리에는 기원이 있다. 1899년 4월 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항한 사쿠라마루호가 이날 페루 카야오항에 일본인 계약 노동자 790명을 내려놓았다. 사탕수수 농장으로 향한 이들 대부분에게 귀향은 옵션이 아니었고 정착은 불만족의 연속이었다. 특히 음식이 그랬다. 타지에서 고향의 맛을 되살리려 애써봤지만, 페루에는 참치도 방어도 간장도 미림도 넉넉하지 않았다. 대신 훔볼트 해류가 키운 낯선 흰살생선이 있었고, 아히 아마리요(Ají Amarillo)와 로코토(Rocoto) 같은 다양하게 매운 고추들과 풍부한 라임이 있었다.
대체와 타협이 새로운 미식을 만들었다. 그 좋은 예시가 앞서 말한 메뉴에 등장했던 티라디토다. 전통적인 티라디토는 얇게 저민 생선 사시미에 라임으로 산미를 내고 로코토 고추로 매운맛을 더한 소스를 끼얹는 요리다. 일본식으로 손질한 생선에 페루의 태양을 받고 자란 양념을 끼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페루의 세비체가 생선을 산에 오래 절이지 않고 짧게 마리네이드하는 것도 일본계 이민자들이 생선의 본래 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라는 설명이 있다. 즉 니케이 퀴진은 페루 요리 옆에 나란히 놓인 별개의 장르가 아니라, 현대 페루 요리의 뼈대 안쪽에 있는 하나의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남는다. 대체 왜 특급 호텔에 니케이 요리가 있는가? 전 세계에서 호텔의 미식을 대표하는 퀴진은 그리 많지 않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정도의 퀴진이 대부분 호텔의 업장을 대표한다. 이 네 개의 미식 중 세 개 정도가 5성급 호텔의 파인 다이닝 업장으로 대체로 정해져 있고, 그 바깥은 캐주얼 다이닝이나 뷔페의 자리다. 사실 니케이는 그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어쩌면 그 범용성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 니케이는 일식으로 분류하면 페루가 지워지고, 라틴으로 분류하면 일본이 지워진다. 그러나 반대로 일식이라고 하면 일식이고, 라틴이라고 하면 라틴이다. 동아시아 사람들도, 멕시코 사람들도 모두 익숙한 맛이다. 분류 자체를 거부하는 요리를 호텔의 얼굴로 세우는 결정은, 카테고리에 기대지 않고 퀄리티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어딜 가나 프렌치, 이탈리안, 재패니스잖아요.” JW 메리어트 호텔 앤 스위트 사이공의 세일즈 및 마케팅 디렉터 타카미 코가가 말했다. “저희는 이 도시에 없는 새로운 파인 다이닝급의 퀴진을 선보이고 싶었어요.” 이 말을 들으니 장소 역시 절묘하다고 느낀다. 사이공만큼 혼종의 음식 문화를 자연스럽게 품은 도시도 드물다. 프랑스 식민기의 바게트가 반미가 되었고, 화교 이민이 남긴 국수와 볶음이 로컬 식탁의 일부가 되었으며, 참파와 크메르가 남긴 맘(생선젓)의 흔적이 베트남 남부의 대표 도시인 사이공의 미식 전반에 겹쳐 있다. 이 도시에서 니케이는 같은 방식을 공유하는 혼종의 언어다.
JW 메리어트의 위치 선정
호텔의 매력은 절반이 위치에서 온다. JW 메리어트 호텔 앤 스위트 사이공은 20층 305객실 호텔과 31층 260세대 레지던스 타워로 이루어져 있고, 엠플라자 사이공과 바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 호텔의 진짜 자산은 정문에서 반경 몇백 미터 안에 관광지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정문에서 나가면 길 바로 건너편에 응우옌반빈 책방거리가 보인다. 야자수 그늘 아래 서점들이 늘어선 한 블록짜리 보행자 거리에는 아침이면 커피를 든 현지인들이, 낮이면 책을 뒤적이는 학생들이 자리를 채운다. 이 거리를 관통해 걸어 나가면 곧장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오고, 그 옆에 사이공 중앙우체국이 서 있다. 도시의 가장 유명한 두 랜드마크가 호텔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다는 뜻이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통일궁, 전쟁증적박물관, 호찌민시 미술관, 호찌민시 박물관이 모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흩어져 있다. 사이공 오페라하우스와 동커이 거리, 벤탄 시장까지 포함하면 이 도시에서 꼭 봐야 할 것의 대부분이 택시 없이 해결된다. 여행에서 이동에 쓰는 시간이 얼마나 큰 낭비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입지의 가치는 객실 등급 몇 단계보다 크다. 러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기쁨이 있다. 호텔에서 멀지 않은 사이공강을 건너가면 살라 지역(‘티소몰’을 찍고 가면 좋다)이 나오고 차량이 다니지 않는 넓은 도로들이 러너들을 기다린다. 해당 지역은 사이공 러너들의 성지로 이른 아침에 가면 마라톤 대회라도 열린 듯 수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다. 호텔에는 야외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 일곱 개 트리트먼트 룸을 갖춘 스파 바이 JW가 있으며, 떤선녓 국제공항까지의 거리는 불과 6km. 도착한 날 저녁부터 도심을 걸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고, 떠나는 날 아침에도 강변을 달릴 수 있다. →
크리미한 소스에 월넛 크러스트를 곁들인 이경진 셰프의 랍스터 요리. 그의 시그너처 중 하나다.
페루비안 퀴진의 정석을 보여주는 티라디토 콘차. 가리비의 달콤함과 페루의 신맛, 매운맛이 화려하게 어우러진다.
Credit
- PHOTO JW메리어트 제공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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