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포토그래퍼들이 한국에서 남긴 사진들
고층 건물로 가득한 서울, 충무로 골목들, 시골 할머니들의 얼굴, 왕릉과 판문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을 꼽았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Marcin T. Jozefiak
@mtjozefiak
자기소개 - 폴란드계 영국인 시각예술가. 사진, 영상, 텍스트를 넘나드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버버리, 아디다스, 라코스테 등과 협업하고 서울, 런던, 베를린, 밀라노, 로테르담에서 작품 전시를 했다. 인물사진을 통해 정체성, 소속감, 사회적 기대에 대한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현대 문화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개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당신이 찍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 한국에서 6년을 머물렀던 내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현란한 네온사인이나 무수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 같은 게 눈을 사로잡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그 모든 건 일상이 되었다. 다소 개인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한국을 생각할 때 내 작업 <Fearless Flowers>에 포함되었던 가영의 초상 사진을 먼저 떠올린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인물 사진이지만, 내가 느끼는 한국의 특성을 정말 잘 응축해 보여준다. 회복력, 조용한 자신감, 표면 아래 숨겨진 복잡성까지. 그러고 보면 내가 한국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언제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을 가장 즐겼던 곳 - 서울에서는 충무로와 그 주변 거리인 을지로. 언제 가도 무언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리고 제주도. 주로 생일 기념 여행으로 떠났는데, 모든 것이 순식간에 느려지는 그 감각이 그때 촬영한 사진에도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한국인도 잘 모를 한국의 매력 - 압도적인 안전의 감각. 그 덕분에 내가 한국을 경험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목적지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동네 곳곳을 몇 시간이고 거닐고,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그저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 한국은 상반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특별한 나라다. 강한 유대감을 보여주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이런 모순적인 면에 매료되었고, 점차 내 작업의 중심 주제가 되었다.
다시 한국에 온다면 - 최근 나는 한국에서 보낸 세월, 그동안 만난 사람들, 대화에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단편소설집을 쓰고 있다. 다시 한국에 온다면 소설 중 일부를 사진, 글쓰기, 영상이 어우러진 단편영화로 발전시키고 싶다.
Lili & Rami Mekdachi
@lili_mekdachi, @ramimekdachi
자기소개 부녀지간인 릴리 맥다치와 라미 맥다치다. 가족 예술 프로젝트인 로라 제임스 하퍼(Lola James Harper)의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순간, 감정, 장소들을 사진, 영상, 음악, 향수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다.
당신이 찍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 (릴리)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간판들이었다. 서울에서는 일상 자체가 얼마나 그래픽적인지. 타이포그래피, 다채로운 로고, 겹겹이 쌓인 한글의 형태까지 모든 것이 시각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면서 평범한 거리를 거의 추상적인 무언가로 바꿔 놓는다고 느꼈다. (라미) 다양한 선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거리의 기하학적 구조, 지하철 노선, 완벽하게 정렬된 건물들까지, 곳곳에서 독특한 구조감을 느꼈다. 서울은 질서와 에너지를 놀랍도록 잘 조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내게는 다양한 선들이 사람들과 동네, 이야기들을 연결하며 깊이 있는 한국의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사진 촬영을 가장 즐겼던 곳 - 특별한 목적지 없이 서울 곳곳을 걸어 다닌 경험이 가장 큰 영감을 안겼다. 서울의 각 동네는 저마다 고유한 시각적 언어를 가지고 있다. 번화한 지역에서 간판, 조명, 다양한 그래픽 요소를 탐구한다면 조용한 주택가에서는 벽의 소재, 질감, 길거리에 놓인 작은 물건들이 조용히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마음을 빼앗았다. 시장에서는 풍부한 색감, 식재료, 사람들, 소리까지 어우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다시 한국에 온다면 - 다시 한국에 온대도 우리는 ‘촬영할 것들의 목록’을 가지고 오지 않을 것 같다. 그저 그 시기의 한국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것을 사진에 담을 것이다. 우리에게 사진의 의미가 ‘찾는’ 것이기보다는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분명 그때도 서울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Kate Molenkamp
@kate.molenkamp
자기소개 - 호주 멜버른 출신의 사진작가다. 다큐멘터리를 전공했으며, 시간, 공간, 장소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탐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서울, 부산, 경주의 도시 풍경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관찰한 <Outlander>와 제주도, 진도, 남해도 등 한국의 섬과 해안 도시 곳곳에 존재하는 삶의 리듬을 담아낸 <Sea & Sky> 작업을 했다.
당신이 찍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 ‘Gyeongju Halmeonim’. 나의 주관적 관점에 불과하지만, 나는 여성들이야말로 한국인의 강인함과 정신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느낀다. 역사의 생존자이자 사회의 버팀목인 할머니들을 통해 한국의 정신을 바라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찍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 - ‘Hanbok in Bloom’. 봄 축제 기간 부산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 군중을 보며 꽃처럼 피어난다는 감흥을 느꼈다.
사진 촬영을 가장 즐겼던 곳 - 진도에서 열렸던 ‘신비의 바닷길 축제’. 가족들이 다 함께 바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정말 좋았다. 한국에서 처음 경험한 특별한 순간 중 하나였고, 대도시 밖의 장소들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해줬다.
한국인도 잘 모를 한국의 매력 - 한국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으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문화를 보존한다. 삶의 속도가 천차만별이라는 게 언뜻 보기에는 현대화에 대한 걸림돌로 보일 수 있지만, 지역 전통문화가 존중받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감명받게 된다. 원주민이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서, 이런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과 보존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 중요하다고 느낀다. 또 한국인들은 일제강점기, 전쟁, 정치적 문제 같은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뭉쳐 헤쳐온 강인한 사람들이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나는 그런 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Michael Gessner
@m_gessner
자기소개 - 베를린 기반의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디자인 분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 전에는 목수로 일했고, 이후 사진에 대한 열정이 커지면서 사진을 삶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당신이 찍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 한국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고도로 발달한 기술, 대중문화, 그리고 국가의 역사와 전통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주목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내게는 한국의 정밀함, 세심한 세부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두 장의 사진이 떠오른다. 첫째는 저녁 햇살에 빛나는 황금빛 건물. 황금빛 색상과 위로 솟아오른 모습이 기술 발전과 끊임없는 변화를 보여준다. 둘째는 격자 블록에 떨어진 다듬은 소나무 가지. 식물 및 주변 환경에 대한 한국의 의식적 접근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 촬영을 가장 즐겼던 곳 - 서울에서 특히 나를 매료시킨 요소는 오래된 건축물과 새로 지어진 건물이 겹겹이 쌓인 모습이었다. 수많은 요소로 가득한 좁은 골목길, 그리고 마치 모놀리스(monolith)처럼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거대한 고층 빌딩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조화와 끊임없는 변화가 강렬한 매력을 발산했다.
당신이 보내준 사진 모음에 제목을 붙인다면 - 내 의도는 사람이 없는 사진을 통해 고요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세부 특성, 질감, 색감, 형태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Pause>라거나 <Moments Between> 같은 제목이 어울릴 것 같다. 물론 외양은 언제든 사람을 속일 수 있고, 내가 바라본 이 고요함 속에는 실제로 생동감 넘치는 삶의 흔적이 가득했지만.
다시 한국에 온다면 - 도시 외곽, 즉 도시의 에너지가 점점 줄어들고 조금씩 시골로 바뀌다 자연이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지역에 집중하고 싶다. 최근 내 관심사가 도시와 자연의 관계에 좀 더 집중되고 있기도 하고, 창작자로서 동식물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높여야 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Mark Edward Harris
@markedwardharrisphoto
자기소개 - 사진가로 7개 대륙 100여 개국을 여행했으며, <South Korea>는 물론 <North Korea>,<Faces of the Twentieth Century: Master Photographers and Their Work>, <The Way of the Japanese Bath>, <Wanderlust>, <Inside Iran> 등의 사진집을 펴냈다.
당신이 찍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 세종대왕의 왕릉인 여주 영릉의 사진. 나는 북한에 10번, 남한에 11번 다녀오며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영릉의 사진이 내게 의미 있는 이유는 이곳이 한반도 분단 이전의 유적이고, 군사적 업적보다는 한글이라는 언어 체계를 통해 대중에 문자를 보급한 지도자를 기리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오늘날 세계의 지도자들이, 정부 형태를 막론하고 자신이 다스리는 국민을 위해 이런 긍정적인 일에 힘을 쏟기를 기원한다.
한국에서 찍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 - 가수 싸이,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골프선수 최경주, 야구선수 류현진 등을 촬영한 인물사진. 사실 엄밀히 말하면 싸이의 사진은 한국에서 촬영한 게 아니긴 한데… 내가 케이팝을 좋아한다. 그와 LA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정말 좋았고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사진 촬영을 가장 즐겼던 곳 -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는 비무장지대, 특히 판문점 주변에서 일하는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한국인도 잘 모를 한국의 매력 - 한국에는 대도시의 매혹적 풍경뿐 아니라 놀라운 모험을 즐길 기회도 많다. 그중 하나가 완주 대둔산도립공원에 있는 출렁다리(금강 구름다리)와 아찔한 127계단(삼선계단)을 연달아 올라 왕관 바위에 도달하는 것이다.
다시 한국에 온다면 - 제주도의 유명한 해녀들을 촬영하고, 독도를 기록하고, 38선 일대를 좀 더 탐험해보고 싶다. →
Credit
- ART DESIGNER 김동희
MONTHLY CELEB
#허남준, #나우아임영, #프로미스나인, #나경, #채영, #지헌, #존박, #우도환, #임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