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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공포 맛집. '백룸'과 함께 보는 A24의 호러 영화 5

독립 영화 스튜디오 A24가 인터넷 괴담을 기반으로 한 신작 〈백룸〉으로 마침내 그들의 고향인 호러 장르에 복귀했다. 낯선 소재와 실험적인 화법으로 독보적인 팬덤을 구축한 A24의 연도별 대표 공포 영화 6편을 소개한다.

프로필 by 정서현 2026.05.27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더 위치: 청교도 가족이 외딴 숲에서 마녀의 존재를 의심하며 서서히 무너져가는 시대극
  • 유전: 할머니의 죽음 이후 가족에게 대물림되는 피할 수 없는 저주의 구조를 다룬 오컬트
  • 미드소마: 백야가 지속되는 한낮의 눈부신 햇빛 아래서 벌어지는 잔혹한 축제와 기이한 의식
  • 더 라이트하우스: 외딴섬 등대에 고립된 두 남자가 폭풍 속에서 광기와 환각에 잠식되는 흑백 심리극
  • 톡 투 미: 영혼을 부르는 강령술을 SNS 챌린지처럼 즐기다 파멸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A24는 201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독립 영화 스튜디오 중 하나다. 할리우드의 대규모 블록버스터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낯선 소재와 새로운 이야기 방식, 감독 중심의 실험적인 연출, 그리고 인터넷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한 비주얼과 마케팅으로 빠르게 팬덤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패스트 라이브즈>, <머티리얼리스트>, <더 드라마>와 같이 사랑과 관계,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오늘의 정서에 맞게 풀어내는 작품들로 더 익숙해졌지만, A24가 2010년대 중반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데에는 개성 강한 호러 영화들의 역할이 컸다.



더 위치(2016)

마녀의 존재보다 가족 내부의 의심과 불안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마녀의 존재보다 가족 내부의 의심과 불안이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신앙이 공포가 되는 순간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ers)의 장편 데뷔작 <더 위치>는 1630년대 뉴잉글랜드의 외딴 숲을 배경으로, 한 청교도 가족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다. 막내 아이가 사라진 뒤 가족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 불안은 마녀, 흑마술, 빙의라는 오래된 공포의 소재와 맞물리며 점점 더 깊은 불신으로 번져간다. 이 영화는 1630년대 뉴잉글랜드 이주 초기의 분위기를 치밀하게 재현한 작품으로도 호평받았다. 아트 디렉터와 코스튬 디자이너 출신인 에거스는 당대의 세트, 소품, 의상은 물론 칙칙하게 가라앉은 화면과 초기 근대 영어에 가까운 대사를 활용해 시대극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전(2018)

토니 콜렛의 압도적인 연기와 불길한 가족 서사로 A24 호러의 인상을 강하게 남긴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토니 콜렛의 압도적인 연기와 불길한 가족 서사로 A24 호러의 인상을 강하게 남긴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가족이라는 저주를 물려받다

아리 애스터(Ari Aster)의 <유전>은 할머니 엘렌의 죽음 이후, 가족이 자신들의 혈통에 숨겨진 기이하고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가장 안전해야 할 집, 가장 익숙해야 할 기억이 하나씩 무너질 때 극한의 공포감을 조성한다. <유전>은 가족사를 둘러싼 죄책감과 상실감,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저주의 구조를 오컬트 호러로 밀어붙이며 A24식 심리 공포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미드소마(2019)

평화로운 축제의 풍경이 서서히 기괴한 의식의 현장으로 바뀌는 포크 호러 장르의 영화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평화로운 축제의 풍경이 서서히 기괴한 의식의 현장으로 바뀌는 포크 호러 장르의 영화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한낮에도 악몽은 계속된다

아리 애스터의 또 다른 작품 <미드소마>는 가족을 잃은 대니가 위태로운 연인 크리스티안과 그의 친구들을 따라 스웨덴의 외딴 마을 축제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영화는 대부분의 호러 영화와 달리 눈부신 햇빛과 꽃, 흰 의상, 축제의 리듬 속에서 서서히 불길함을 키운다. 이별 직전의 관계, 애도의 감정, 공동체에 대한 갈망은 점점 기이한 의식과 맞물리고, 관객은 아름다운 풍경이 얼마나 잔혹한 얼굴을 가질 수 있는지 목격하게 된다.



더 라이트하우스(2019)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등대’라는 공간을 인간의 광기가 폭발하는 무대로 만든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등대’라는 공간을 인간의 광기가 폭발하는 무대로 만든 작품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고립이 인간을 집어삼킬 때

로버트 에거스의 <더 라이트하우스>는 1890년대 뉴잉글랜드의 외딴섬, 두 등대지기가 폭풍 속에 고립되며 점차 광기에 잠식되어가는 이야기다.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과 윌렘 대포(Willem Dafoe)의 밀도 높은 연기만으로 구성된 영화는 폐쇄된 공간의 압박과 권력관계, 욕망, 환각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흑백 화면과 좁은 화면비, 신화적 이미지가 더해지며 영화는 단순한 생존극을 넘어 악몽 같은 심리극으로 변한다.



톡 투 미(2023)

유튜버 출신 감독들이 강령술을 온라인 세대의 놀이처럼 재해석한 오컬트 호러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유튜버 출신 감독들이 강령술을 온라인 세대의 놀이처럼 재해석한 오컬트 호러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놀이가 된 강령술

<톡 투 미>는 친구들이 방부 처리된 손을 통해 영혼을 불러내는 방법을 발견하고, 그 짜릿한 체험에 중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강령술을 오래된 의식이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퍼지는 위험한 챌린지처럼 다룬다는 데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웃고 떠들며, 더 강한 자극을 찾는 청춘들의 놀이가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공포로 바뀐다. 이 작품은 A24가 어떤 창작자에게 주목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검증된 거장보다, 유튜브와 온라인 문화 안에서 자기만의 화법을 만들어온 신인 창작자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영화는 ‘RackaRacka’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대니 필리푸(Danny Phillippou), 마이클 필리푸(Michael Phillippou) 형제의 감독 데뷔작이다.



백룸(2026)

이 작품으로 케인 파슨스는 A24의 역대 최연소 영화감독이 되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작품으로 케인 파슨스는 A24의 역대 최연소 영화감독이 되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인터넷 괴담을 극장으로 옮긴 A24의 호러 복귀작

A24가 다시 자신들의 장기인 호러 장르로 돌아온다. <백룸>은 평범한 현실에서 벗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힌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인터넷 괴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유튜브 시리즈 <더 백룸스(The Backrooms)>로 주목받은 케인 파슨스(Kane Parsons)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우연히 현실의 틈에 떨어진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복도와 텅 빈 사무실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되는 이 영화는, 온라인 괴담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A24의 손을 거쳐 극장 스크린에 걸리는 셈이다. 한때 <더 위치>, <유전>, <미드소마>로 ‘A24 호러’라는 하나의 취향을 만들었던 스튜디오가 이번에는 인터넷 괴담을 통해 새로운 공포 체험을 선사한다.

오늘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백룸>은 이틀 뒤인 29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숲, 집, 축제, 등대처럼 익숙한 공간을 불길하게 바꿔온 A24의 공포는 이제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복도에서 다시 시작된다.

Credit

  • WRITER 문가현
  • PHOTO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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