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페라리 그랜드 투어 재팬 2025

페라리와 함께한 1213km 일본 로드 트립

프로필 by 민병준 2026.01.01

보통 이 정도 프로그램의 자동차 관련 취재는 자동차 담당 에디터가 간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자동차 담당 에디터가 ‘페라리 그랜드 투어 재팬 2025(Ferrari Grand Tour Japan 2025)’를 얘기할 때는 뭔가 홀린 기분이었다. “페라리에서 일본 투어 건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일정이 좀 강행군인데 괜찮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페라리를 제대로 경험하기에는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나는 원래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내 차의 드라이빙 모드는 ‘컴포트’ 또는 ‘스마트’에서 바뀐 적이 거의 없다. 운전 실력도 ‘고수’라는 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두 단어가 마음을 건드렸다. 페라리, 그리고 일본 로드 트립. 대부분 도쿄를 오가던 비즈니스 트립의 일본이 아니라, 길 위에서 도시와 풍경이 계속 바뀌는 색다른 여행이 떠올랐다. 거기에 페라리까지. 그래서 덜컥 “그래, 한번 가보지 뭐”라고 말해버렸다. 11월 4일 긴자 도쿄 에디션 호텔에 도착했고 ‘퍼포먼스와 문화’를 하나로 조합한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검은색 말(프랜싱 호스)이 새겨진 초대장의 글을 곱씹으며 잠들었다.


DAY 1

TOKYO -> KARUIZAWA

313Km, The Highlands Drive

다음 날 아침 9시,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드디어 출발. ‘투어 공식 시작’이라는 멘트가 이렇게 심장을 뛰게 할 줄 몰랐다.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무게감이었다. 가뿐하게 스피드를 올리는 것이 아닌 도로 위로 단단히 내려앉는 방식의 안정감. 스티어링을 쥔 손은 아직 긴장으로 굳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페라리가 먼저 나에게 “괜찮아, 진정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스와호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우츠쿠시가하라 고원으로 향했다. 솔직히 여전히 긴장 상태라 이날의 와인딩 코스는 동승자에게 맡겼다. 우츠쿠시가하라 고원의 와인딩 코스는 ‘비너스 라인’으로 불리는 유명한 코스로, 난도도 만만치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아찔하고 짜릿해서 좀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그 떨림이 불안으로만 남지 않았던 건 페라리의 안정감 때문이다. 페라리는 운전자가 실수하지 않게 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수해도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방식으로 나를 설득했다. 와인딩 코스가 끝나자 짜릿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좀 더 달려 나가노현 미요타마치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 호텔 ‘히라마쓰 가루이자와 미요타’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 후 야외 라운지의 모닥불 앞에 잠시 앉았다. 페라리와의 첫 만남인 오늘 스피드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차에 대한 신뢰가 더 크게 느껴졌고 그만큼 긴장도 많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DAY 2

KARUIZAWA -> KANAZAWA

365Km, Heritage & Craft

둘째 날 아침, 안락했던 히라마쓰 가루이자와 미요타 호텔을 뒤로하고 산길을 달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 올드 타운에 도착했다. 독특한 형태의 지붕, 올드 타운 특유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잠깐의 산책이었지만 온전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마을 곳곳의 오래된 흔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최첨단 머신 페라리를 달려 오래되고 고즈넉한 이곳에 왔다는 것 또한 색다른 기분이었다. 골목 안쪽 작은 가게에서 말차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일본 말차 특유의 ‘쌉싸름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날을 내 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순간으로 바꾼 건 나기사 드라이브웨이였다. 일본 최고의 해변도로이자 드라이브웨이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번 투어에서 나의 페라리는 로마 스파이더였다. 이 차의 소프트 톱은 13.5초 만에 열리고 닫히며, 시속 60km로 달리는 중에도 작동한다. ‘오픈카’라는 단어가 순식간에 현실이 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해변의 모래 위를 달리며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해를 아무 막힘없이 바라보는 순간, 시원하다 못해 짜릿한 바닷바람이 머리를 날리고 페라리 안으로도 흘렀다. 나모 모르게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름다운 소리와 공기, 장면이 한 번에 들어오는 감각 앞에서 마음이 자연스럽게 열리고 자유로움을 느꼈다. 주황색 노을로 물든 바닷가를 뒤로하고 하얏트 센트릭 가나자와에 체크인 하고 저녁은 가이세키로 마무리했다.


DAY 3

KANAZAWA -> ISE-SHIMA

395Km, The Coastal Journey

투어 3일째, 이번 투어의 묘미는 랜드마크의 화려함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동 중에 느끼는 감정과 스치는 순간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여행은 목적지를 중심으로 기억에 남지만 이번 페라리 투어는 목적지보다 그 목적지들을 찾아가는 여정의 순간순간이 더 오래 남을 듯하다. 일본 여러 도시를 다니다 보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장면들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계속 길을 달려 오후에는 이세 신궁에 도착해 오카게 요코초를 걸었다. 이제는 페라리를 운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세시마를 달려 마지막 숙소인 아만네무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린 고요한 시간의 체크인.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방 안에 앉아 어두운 밤바다를 감상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꼈다. 페라리를 제대로 운전하고 드라이빙을 즐겨봐야겠다는 처음의 마음은 사라지고 페라리를 믿고 함께 여행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자동차 담당 에디터에게 이번에 내가 타게 될 차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V8 3855cc짜리 엔진에 터보 차저를 장착한 페라리 로마는 가속페달을 가볍게 밟기만 해도 엄청난 출력을 쏟아내는 모델입니다. 1900rpm부터 최대 토크의 약 80%를 발휘하는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죠. 로마의 성능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고 싶을 땐 엔진 회전수를 7500rpm까지 올려 620마력의 최고 출력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자동차의 스펙과 숫자가 늘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어렵게만 들렸던 저 설명이 좀 다르게 다가왔다. ‘뜨거운 심장’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3일간의 드라이빙을 통해 몸으로 느낀 것이다.


DAY 4

ISE-SHIMA

140Km, Skyline & Sea

아고 베이가 내려다보이는 아만네무의 ‘더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세시마 지역을 돌아보는 드라이빙이 예정된 마지막 날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Ama Hut SATOUMIAN’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해녀의 집’ 정도. 그곳에서 푸짐한 해산물구이로 점심을 해결했다. 지난 3일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었고 마음도 훨씬 가벼웠다. 페라리에 완전 적응한 느낌이었다. 오후에는 이세시마 스카이라인을 달렸다. 나에겐 고난도 와인딩 코스였고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페라리를 믿고 달렸다. ‘드라이빙의 전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는 순간을 여러 번 경험했다.

사흘간의 투어를 강렬하고 짜릿하게 마무리하고 안전하게 서울로 돌아왔다. 투어를 다녀온 후 아직까지도 운전대를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그때의 감각이 떠오른다. 묵직한 무게, 특유의 배기음, 넘치는 힘, 노면에 낮게 깔리는 안정감 그리고 뜨거운 심장. 지나간 여행이 아니라 몸에 각인된 경험으로 남아 있다. 페라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가 아니다. 그런데도 내 드림카 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했고 ‘갖고 싶다’는 욕망보다 ‘다시 그 감각을 느끼고 싶다’는 바람이 자리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많이 경험해봤지만, 페라리 그랜드 투어가 이렇게 강렬하게 남는 이유는 분명하다. 페라리는 브랜드 스토리와 차량 성능에만 머물지 않고,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 직접 경험해보게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페라리에 매료되었다.

Credit

  • PHOTO FERRARI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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