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르가즘의 새로운 챕터, 신박한 AI ASMR 추천 리스트

여전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AI. 하지만 이로 인해 인간의 상상으로 그쳤던 많은 부분이 비교적 손쉽게 구현화, 구체화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중 하나가 요즘 SNS 피드를 점령한 AI ASMR, 소위 유리 과일을 자르는 영상으로 대표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의 오감에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AI ASMR 계정을 모아봤다. 업무와 여러 스트레스로 뻣뻣해진 머리를 잠시 이 끝을 모르는 상상력으로 점철된 영상들을 감상하며 말랑하게 만들어 보길.

이전에는 마인크래프트 관련 영상을 업로드 했으나 언젠가부터 AI ASMR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SNS의 수많은 유리 과일 자르는 ASMR 영상들 중 유리 소재 특유의 서걱거림을 절묘하게 캐치해냈다. 얼음이 잘리는 소리처럼도 들려 더운 날씨를 잠시 잊고 목 뒤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썰린 과일의 단면 역시 리얼함이 넘쳐 시각적인 만족도도 높은 편.

이외에도 물과 솜사탕, 네온 사인 등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사물들로 만든 책을 넘기는 소리를 담은 ASMR 영상과 비즈 헤어를 손질하는 소리 등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해준다. 영상 재생 시간도 다양해서 선택의 폭이 넓다. 짧은 것은 5분가량, 긴 것은 2시간 정도 되어 틀어 놓고 작업하거나 ‘멍’때리기도 좋다.

유튜브 @arjunerathore1730

유리 과일 자르는 영상, 여러 과일로 된 키보드를 두드리는 영상 등 AI ASMR의 ‘캐논’으로 자리 잡은 것 외에 다른 것을 싶다면 인스타그램에서 @arjunerathore을 검색해 볼 것. 마치 광고제에 출품될 것 같은 아이디어의 AI ASMR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베르메르의 대표작인 <진주 귀고를 한 소녀>의 그림 속 귀걸이를 떼 아이스 라테 잔 속에 넣고 고흐의 <해바라기> 속 해바라기 한 송이를 뽑아와 내 방 화병에 꽂는다.

역사 덕후라면 더욱 흥미롭게 볼 영상도 있다. 지도 위에 해당 국가의 국기 또는 자연환경에서 주로 나타나는 색상의 염료를 부으면 그 나라를 상징하는 건물이 물감 속에서 솟아오른다. 중국에 빨간색 물감을 부었더니 만리장성과 같은 건축물이, 이집트에는 사막처럼 곱고 반짝이는 모래와 같은 염료를 흘려 넣었더니 피라미드가 맑고 고운 소리를 내며 튀어나온다. 이외에도 잘 구워진 토스트에 골드 바를 버터처럼 바르는 영상, 번개 치는 먹구름을 자르는 영상, 가상 햄스터가 도리토스를 야무지게 먹방하는 영상 등이 있다. 주말에 무심코 봤다가는 그날 하루가 사라져 있을 듯 싶다.

유튜브 @내맘대로AI

유튜브 @내맘대로AI

이 채널의 재미있는 점은 바로 ‘실패작 모음집’ 영상이다. 제작자로서 자신의 실패를 공개하는 게 한 편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데 이를 엮어서 또 하나의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자막 없이 보면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한눈에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으니 꼭 자막을 켜고 보도록. 똑똑하지만 아직은 내 의도대로 찰떡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AI로 인해 여러 번 재도전하는 제작자를 보며 왠지 모를 동질감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예상치 못한 실수담이 가장 재밌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