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가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이 달 나온 신간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고 오래 곱씹게 되는 세 권의 책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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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관측소
김세훈 / 책사람집 / 김세훈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설계를 연구하며 뉴노멀도시디자인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세훈은 다소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이다. 교수라는 직업군이 대부분 그렇듯 분명 어떤 종류의 조심성과 신중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은데, 도시 얘기를 할 때만큼은 거침이 없다. 문외한이 이론적 기반이 전무한 생각을 뱉으면 오히려 좋아한다. 정답과 오답을 따지기보다는 어디에서든 흥미로운 질문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라서. 출판사 책사람집이 쓴 그에 대한 소개, ‘25년 동안 세계 도시를 덕질해 온 도시설계학자’라는 표현은 그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는 뜻이다. ‘유동하는 도시에서 나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라는 책 <도시 관측소>의 부제도 마찬가지다. 김세훈 교수는 지금 이 시기를 도시화가 곧 성장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뉴노멀 시대’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는 물론, 개인의 관점에서 일상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까지 고찰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몰락, 서울 성수동의 재편, 제주 탑동의 재생, 네옴시티와 텔로사의 실험 같은 세계의 온갖 흥미로운 도시 사례를 유영하면서 말이다.
전쟁과 음악
존 마우체리 / 에포크

‘클래식’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쇼팽… ‘클래식’이라는 게 원래 그런 음악들을 말하는 거라고 우리 안에서 합리화된 구석이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았던 먼 과거의 인물들만 클래식이라는 장르 안에서 회자되는 걸까? 어째서 클래식 레퍼토리는 20세기 초에 뚝 멈춰버린 걸까? 비주류 문화가 되었다고 한들, 그 ‘명맥’은 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 지휘자 존 마우체리는 그 이유가 정치 사회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양차대전 사이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들은 들어야 할 음악과 듣지 말아야 할 음악을 구분하면서 음악가들을 통제했고, 이후 이어진 냉전 시대에는 ‘아방가르드’가 자유세계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며 클래식 음악이 청중과 멀어지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클래식 음악의 명맥은 ‘영화음악’이라는 장르 안에서나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도발적이면서도 정연하고, 아름답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 을유문화사

인간은 쇠퇴한다. 이런 명제를 꺼내 놓으면 누군가는 말년까지 창작욕과 정력을 뽐내며 중력을 거스르듯 살았던 전설적 인물 몇의 이름을 꺼내놓겠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는 대다수 정당치 못하다. 해당 인물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 보기 보다는 사실상 ‘신화화’에 요소요소를 끼워 맞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 <라스트 데이즈> 역시 천재들의 말년을 다룬다. 하지만 앞서 말한, 누군가의 삶을 무작정 예찬하고 싶어지는 욕망은 철저히 배제한 채로. 논픽션의 대가 제프 다이어는 말년에 접어든 밥 딜런의 공연에 대해서는 ‘보고 있기 힘들만큼 끔찍했다’고 말하고, 니체의 마지막 나날들에 대해서는 거의 악몽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그 꺼져가는 불꽃 속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별한 에너지를 함께 이야기한다. 그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건 스스로가 인생의 말년에, 최소한 작가로서의 말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 백미는 주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건조하고 담담하게 이어지는 사례들 속에서 작은 불씨가 일렁이듯한 문체라고 할 만하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온갖 인물을 이토록 심도 깊게 다룰 수 있는 것도 제프 다이어가 가진 저력이다.
Credit
- 자료제공
- 책사람집
- 에포크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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