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터렐과 안토니 곰리의 전시를 관통하는 '물질의 문제'
안토니 곰리와 제임스 터렐이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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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James Turrell: The Return> 전시 중 3층 전체에 설치된 ‘웨지워크’ 연작의 최신작인 ‘The Wedge’(2025).
“빛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실체가 있는 물질입니다. 빛의 입자인 포톤에는 질량이 존재하니까요.” 제임스 터렐이 말했다. “미술의 역사에는 빛을 표현한 작가들이 정말 많았고, 그 자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죠. 그러나 제가 하는 일은 빛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빛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빛을 묘사하지 않고 빛으로 드러낸 세계. 그것이 터렐의 세상이고 그 세상은 물질적이다. 광자의 질량이 존재하는지는 물리학자들이 다퉈야 할 문제지만, 터렐이 물질의 세계라고 한 말은 지금 그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페이스 갤러리 3층 전체에 설치한 ‘웨지워크’(Wedgework) 연작 중 최신작인 ‘The Wedge’(2025)를 감상해보면, 순식간에 실감할 수 있다. 5초도 걸리지 않는다. 어둡게 만든 공간 속에서 조용히 흐르듯 그 색을 바꿔가며 빛의 벽으로 공간이 분리된다. 조각도처럼 터렐의 물질이 공간을 잘라낸다. 물리학자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터렐의 빛 안에서 우리는 물성을 느낀다. 오랜 시간 감상이 가능하다면 작품의 재생 시간이 한 번 돌 때까지 기다리길 바란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빛이 생겨나는 모습을 보면 공간마저 창조되는 듯 느껴진다. 예술의 물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면과 디지털의 시대에 절대로 전달될 수 없는 감각들은 모두 물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SAN)은 지난달 19일 안토니 곰리의 대규모 개인전 <DRAWING ON SPACE>의 개최와 함께 안도 다다오가 협업한 새로운 공간 ‘GROUND’를 선보였다. 그냥 ‘새로운 공간’이라고만 하면 그 엄청난 실감이 전달되지 않는다. 그라운드는 절벽에 면한 뮤지엄 산의 부지 지하에 엄청나게 큰 공간을 만들어 마치 판테온과도 같은 구 형태의 전시관을 지었다. 게다가 그 전면부를 개방해 절벽 바깥에서 보면 마치 거대 로봇이 출격하는 비밀 기지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 판테오닉한 공간에 곰리의 조각 일곱 점이 놓여 있다. 곰리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파편화 스타일로 인간의 형상을 해석해왔다. 그리드가 그려진 곡선의 납땜 스타일로, 또 마치 그리드만 남은 듯한 두꺼운 철사의 엮임 스타일로, 마치 나사가 박힌 듯한 느슨한 퀀텀 클라우드 스타일로. 이번 그라운드에 놓인 작품은 녹슨 철 블록 형태의 ‘Block Works’ 연작 조각들로 누워 있고, 쪼그려 앉아 있고, 허리를 굽히고 있고, 곧게 서 있다.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산소와 결합해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처럼 산소의 생명력을 받아 산화되어 녹슨 철 덩어리들은 거대한 공간 안에서 물질로서 자부심을 뿜어낸다. 강당을 가득 채운 기자들 앞에서 이날 곰리는 ‘조각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조각은 세상을 만듭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그것이 속해 있는 세상 자체를 변하게 하죠. 우리는 영화를 찍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들어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듭니다. 그게 이 그라운드가 중요한 이유죠.” 마스터 곰리가 답했다. 그러니 명심할 것. 물질이 중요하다.

뮤지엄 산의 새로운 공간인 ‘GROUND’를 입구 쪽에서 바라본 전경. 뚫려 있는 건너편 개방부의 바깥쪽으로 비로봉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COURTESY OF THE ARTIST AND PACE GALLERY/STUDIO_KDKKDK/뮤지엄 SAN
- ART DESIGNER 김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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