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음의 미학,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 전시 개최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가 브랜드를 상징하는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서울 아름지기에서 전시 <세계를 엮다 : 인트레치아토의 언어>를 개최한다. 조혜영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는 ‘엮임(Weaving)’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두고, 브랜드가 구축해온 직조적 미학의 의미와 그것이 동시대 예술 안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션 브릭 아 브락(Bric à Brac) / 이규홍 240210 2024. 글라스, 우드 / 강서경 둥근 유랑 – 얼굴, 자리, 배 #22-01 2021-2022. 조합된 구조물 : 철에 도색, 실, 세탁망,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바퀴, 나무 둥치

이번 전시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보테가 베네타의 브릭 아 브락(Bric-a-Brac)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베네토 지역 아틀리에에서 남겨진 가죽 조각들을 엮어 완성한 다섯 점의 크리에이션으로, 각기 다른 질감과 형태, 그리고 다채로운 색상이 어우러져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모든 작품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로, 그 자체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재료의 감각과 인트레치아토 수공예 기법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며, 하우스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장인 정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기도 한다. ‘엮임’의 본질과 가치를 온전히 담아낸 이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핵심 주제를 견인하는 중심축이 된다.

강서경 둥근 유랑 – 얼굴, 자리, 배 #22-01 2021-2022. 조합된 구조물 : 철에 도색, 실, 세탁망,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바퀴, 나무 둥치 & Mat 120 x 165 #23-60 2022-2023. 철에 도색, 화문석, 나일론 실, 실,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 Mat #24-06 2023-2024. 철에 도색, 화문석, 실,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 따뜻한 무게 610 #21-02 2021. 철에 도색, 실

강서경 둥근 유랑 – 얼굴, 자리, 배 #22-01 2021-2022. 조합된 구조물 : 철에 도색, 실, 세탁망,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바퀴, 나무 둥치 & Mat #24-06 2023-2024. 철에 도색, 화문석, 실, 나무 프레임, 볼트, 가죽 조각 & 따뜻한 무게 610 #21-02 2021. 철에 도색, 실 / 홍영인 Woven and Echoed 2021. 패브릭 / 이헌정 Island 2021. 클레이 / Untitled, Box Series 2021. 클레이 / 이광호 <Obsession> Series 2025. 전선, PVC

박종진 Artistic Stratum_Wall_B4B4/1 2025. 종이, 백자 슬립, 고화도 안료 & Artistic Stratum_Patch_BYRBG 2025. 종이, 백자 슬립, 반투명유, 고화도 안료 & Collapsed Form_WBWYWBWRWG 2023. 종이, 백자 슬립, 투명유, 고화도 안료 & Artistic Stratum_Knot_O4Y4G4/1 2025. 종이, 백자 슬립, 반투명유, 고화도 안료 & Artistic Stratum_O4/1B4/1 2025. 종이, 백자 슬립, 반투명유, 고화도 안료

이광호 <Obsession> Series 2025. 폼, 동파이프, 우레탄 코팅 / 온지음 집공방 취렴(翠簾) 2024. 대나무, 금속, 실크

두 번째는 한국 동시대 작가 9인이 각자의 언어로 해석한 ‘엮임’의 형상화다. 참여 작가로는 강서경, 박성림, 박종진, 이광호, 이규홍, 이헌정, 정명택, 온지음 집공방, 그리고 홍영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조형, 텍스타일, 설치, 가구 등 서로 다른 장르와 세대를 가로지르며 물성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방식으로 ‘엮임’이라는 개념을 풀어낸다. 전시 공간 외벽에는 이광호 작가가 다양한 재료를 조형적으로 엮은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2층 중정에는 조대용 염장과 박진영 작가, 박병용 장인이 협업한 온지음 집공방의 작품이 전통 대나무 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보테가 베네타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

세 번째는 ‘인트레치아토’라는 장인 정신의 근원을 재조명하는 사진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다. 전시장 2층에서 펼쳐지는 이 시리즈는 영국 사진작가 잭 데이비슨(Jack Davison)이 촬영했으며, 손의 제스처를 통해 인트레치아토의 감각과 의미를 포착했다. 캠페인은 밀라노 출신 예술가 브루노 무나리(Bruno Munari)의 1963년작 『Supplemento al Dizionario Italiano』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손의 움직임을 하나의 보편적이고 민주적인 언어로 재해석한다. 전시 프리뷰 기간 중에는 예술 및 사회과학 분야 연사들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손’이라는 도구이자 모티프가 예술과 소통, 감각의 경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한다.

보테가 베네타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비첸자에서 시작된 이래로, 로고 대신 장인의 손길이 만들어낸 감각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인트레치아토는 그 상징적 결과물로, 얇은 가죽 끈인 ‘페투체(fettucce)’를 손으로 엮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정교한 비율과 45도 기울기의 위빙 구조, 뛰어난 소재감은 보테가 베네타의 미학과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자 언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언어가 동시대 작가들의 시선, 그리고 손끝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읽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세계를 엮다 : 인트레치아토의 언어> 전시는 오는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로 17에 위치한 아름지기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카카오톡 링크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