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에스콰이어>가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이 달 출간된 책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고 오래 곱씹게 되는 세 권을 꼽았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5.04.29

아날로그의 세계


데얀 수직 / 북스톤

필름카메라나 바이닐 레코드의 재유행 현상을 다루는 기사에는 으레 ‘레트로’나 ‘복고’ 같은 표현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 이런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가 그것들을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평생을 디지털 문물에 둘러싸여 살아온 세대가 아날로그 매체들을 ‘신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비록 편의성은 디지털에 못 미칠지라도 아날로그에는 그것만의 아름다움, 그것과 상호작용할 때 고유의 감흥이 있기 때문일 테다. <아날로그의 세계>는 그 아름다움과 고유의 감흥을 글과 화보로 풀어놓은 책이다. 턴테이블, 트랜지스터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기, 필름카메라, 손목시계, 타자기 등 250개 물건을 사운드, 비전, 커뮤니케이션, 인포메이션이라는 4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정연하고 세심하게 소개하는데, 레코드 플레이어 하나만 해도 수동식 축음기부터 시작해 단셋 컨퀘스트, 베오그램 4000, 테크닉스 SL-1200, 손덱 LP12까지 역사적으로 주요했던 모델을 두루 다루는 식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구성. 하지만 런던 디자인박물관의 명예 관장이자 전설적 디자인 저술가, 큐레이터인 데얀 수직은 기어코 매 챕터를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새로운 영감으로 채워 놓았다.





버터밀크 그래피티


에드워드 리 / 위즈덤하우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는 에드워드 리가 얼마나 빼어난 셰프인지 우리에게 알려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몇몇 대목에서는, 이를 테면 그가 자신의 요리에 깃든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미리 써 둔 편지를 꺼내 읽는 대목에서는, 좀 더 깊숙한 측면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내면을 가진 사람인지. 익히 알려졌듯 에드워드 리는 미국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우승자이자 백악관 국빈 만찬을 맡았던 셰프다.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은, 그가 자신의 저서로 ‘요리계의 아카데미상’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기도 한 작가라는 것이다. 영광을 안겨준 책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그가 젊은 시절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이민자들의 음식’에 대해 쓴 책이다. 미국식 논픽션 특유의 매력적 문체와 로드 트립의 낭만적 이미지들 속에서 그 모든 낯선 음식들이 사람, 문화, 기억,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버무려지는데, 그 결과물은 에드워드 리라는 사람이나 음식 문화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들에게도 무작정 권할 만하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 어크로스

우리는 우리가 ‘한국’을 안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국민과도 구별되는 ‘한국’ ‘한국인’의 특성이 존재한다고 여기며, 외부에서 우리 문화의 별난 측면을 지적하면 ‘그것이 한국이다’ 자조하거나 묘하게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과연 그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설명한다면 그건 얼마나 정답일까?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3일에 이르러 그는 “한국을 이해해온 언어의 실패”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습은 상당 부분 여전히 불가해하다. 불가해하기에 원인을 적시하기 어렵고, 원인을 적시하기 어렵기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에 문제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단군신화 속 건국이념과 ‘삼국시대’라는 표현을 고찰하고, 안동의 ‘유교랜드’를 방문해 그 면면을 살피며, 해외의 ‘한국’ 주제 전시에서 드러나는 시선을 곱씹는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찰하는 무수한 책 중에서도 이 책이 갖는 미덕은 김영민 교수 특유의 유머감각이다.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만들고, 그러나 끝내 냉소하지 않으며, 담백하게 희망을 끌어 안는다.

Credit

  • 에디터
  •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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