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가 추천하는 이달의 신간
이 달 출간된 책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고 오래 곱씹게 되는 세 권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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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세계
데얀 수직 / 북스톤
」
필름카메라나 바이닐 레코드의 재유행 현상을 다루는 기사에는 으레 ‘레트로’나 ‘복고’ 같은 표현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오늘날 이런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가 그것들을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평생을 디지털 문물에 둘러싸여 살아온 세대가 아날로그 매체들을 ‘신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비록 편의성은 디지털에 못 미칠지라도 아날로그에는 그것만의 아름다움, 그것과 상호작용할 때 고유의 감흥이 있기 때문일 테다. <아날로그의 세계>는 그 아름다움과 고유의 감흥을 글과 화보로 풀어놓은 책이다. 턴테이블, 트랜지스터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기, 필름카메라, 손목시계, 타자기 등 250개 물건을 사운드, 비전, 커뮤니케이션, 인포메이션이라는 4개 카테고리로 구분해 정연하고 세심하게 소개하는데, 레코드 플레이어 하나만 해도 수동식 축음기부터 시작해 단셋 컨퀘스트, 베오그램 4000, 테크닉스 SL-1200, 손덱 LP12까지 역사적으로 주요했던 모델을 두루 다루는 식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구성. 하지만 런던 디자인박물관의 명예 관장이자 전설적 디자인 저술가, 큐레이터인 데얀 수직은 기어코 매 챕터를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과 새로운 영감으로 채워 놓았다.
버터밀크 그래피티
에드워드 리 / 위즈덤하우스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는 에드워드 리가 얼마나 빼어난 셰프인지 우리에게 알려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몇몇 대목에서는, 이를 테면 그가 자신의 요리에 깃든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미리 써 둔 편지를 꺼내 읽는 대목에서는, 좀 더 깊숙한 측면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내면을 가진 사람인지. 익히 알려졌듯 에드워드 리는 미국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우승자이자 백악관 국빈 만찬을 맡았던 셰프다. 그리고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은, 그가 자신의 저서로 ‘요리계의 아카데미상’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기도 한 작가라는 것이다. 영광을 안겨준 책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그가 젊은 시절 미국 곳곳을 여행하며 만난 ‘이민자들의 음식’에 대해 쓴 책이다. 미국식 논픽션 특유의 매력적 문체와 로드 트립의 낭만적 이미지들 속에서 그 모든 낯선 음식들이 사람, 문화, 기억,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버무려지는데, 그 결과물은 에드워드 리라는 사람이나 음식 문화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이들에게도 무작정 권할 만하다.
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 어크로스
」
우리는 우리가 ‘한국’을 안다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국민과도 구별되는 ‘한국’ ‘한국인’의 특성이 존재한다고 여기며, 외부에서 우리 문화의 별난 측면을 지적하면 ‘그것이 한국이다’ 자조하거나 묘하게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과연 그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설명한다면 그건 얼마나 정답일까?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그것들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3일에 이르러 그는 “한국을 이해해온 언어의 실패”를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의 모습은 상당 부분 여전히 불가해하다. 불가해하기에 원인을 적시하기 어렵고, 원인을 적시하기 어렵기에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기에 문제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단군신화 속 건국이념과 ‘삼국시대’라는 표현을 고찰하고, 안동의 ‘유교랜드’를 방문해 그 면면을 살피며, 해외의 ‘한국’ 주제 전시에서 드러나는 시선을 곱씹는다. 한국 사회에 대해 고찰하는 무수한 책 중에서도 이 책이 갖는 미덕은 김영민 교수 특유의 유머감각이다.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만들고, 그러나 끝내 냉소하지 않으며, 담백하게 희망을 끌어 안는다.
Credit
- 에디터
-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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