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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유튜버 파뿌리가 꿈꾸는 새로운 챕터

파뿌리는 이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5.03.04

파뿌리 영문명이 ‘popfree’더라고요. 채널명을 지을 때부터 의도한 걸까요?

진렬이(이하 ‘진’) 아뇨. 나중에 끼워 맞춘 거예요. 어느 순간 영문명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직역해서 ‘그린 어니언 루트’ 이렇게 하기도 애매하고. 급하게 지었죠.

강호이(이하 ‘강’) 파뿌리는 원래 어릴 때 부산 친구들과 함께 만든 ‘크루 네임’ 같은 거였어요. 사실 팀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냥 맨날 PC방 같이 다니고 모여서 놀고 이런 친구들이었는데 팀 이름을 지으니까 실제로 뭔가를 해보게 되더라고요. 단편영화 같은 것도 찍어보고, 소극장에서 공연도 올려보고. 그러다 여기까지 온 거죠.

노랭이(이하 ‘노’) ‘popfree’는 강호이가 지었는데, 잘 끼워 맞췄어요. 뭔가 자유롭게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온다는 느낌이 있어서 저희랑 잘 맞는 것 같아요.

결국 이번에 에스콰이어, 1989 스튜디오와 협업해 만든 티셔츠에도 표기가 ‘popfree’로 들어갔기 때문에, 나중에는 오히려 이게 메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BTS의 RM 님처럼.

채널 소개에 ‘일상 예능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어요.

다채로운 상황을 비교적 자유로운 포맷으로 다루는 예능을 ‘버라이어티’라고 하잖아요. 저희도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다루는데, 일상에서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 거죠. 친구와 어디 놀러 가고, 뭘 같이 먹고, 작은 내기를 하고. 스케일이 큰 뭔가를 벌이기보다는 그렇게 일상적인 상황을 확대해서 재미를 찾는 거예요.

그 틀 안에서 정말 다양한 것들을 해왔죠. 처음에는 강호이랑 둘이서 뭐 어떻게든 튀어보려고 음식 리뷰, 영화 리뷰, 할 수 있는 거 다 해서 하루 1개씩 영상을 올렸고요. 그다음에는 짠내 나는 자취생들의 이야기를 다뤘죠. 저희가 4평짜리 옥탑방에 둘이 살았거든요. 그러다가 ‘땅굴’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챌린지 성격의 프로그램들을 시도하고, 현재 채널의 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처럼 일종의 ‘페이즈’ 같은 게 있었다고 볼 수 있죠.(웃음) 이제 엔드 게임에 다다랐고요.

안 그래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기간의 콘텐츠를 오가면서 보다 보니까, 최근 들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일단 저희가 이사를 많이 했는데, 일상 버라이어티다 보니 거기에서 오는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고요. 무엇보다 채널 운영을 9년 동안 해왔잖아요. 저희 나름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왔지만 이제는 좀 더 치열하게, 어떤 것들을 더 해볼 수 있을지 이야기해볼 타이밍이라고 봐요.

구독자 층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죠. 초등학생 때 저희 채널을 보던 친구들이 이제 군대 갈 나이가 됐단 말이에요. 실제로 데이터 분석을 봐도 주요 구독자가 10대에서 20~30대로 옮겨오기도 했고요. 사실 저희는 저희가 재미있는 것들을 해왔지 특정 연령층을 겨냥해서 뭔가를 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성인과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두루 고려해야 하니까.

최근에 ‘연령층에 맞춰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 우려를 표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걱정을 안 하셔도 되는 게, 그렇다고 저희가 우리에게 맞지 않는 뭔가를 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저희는 분석을 많이 하는 팀이에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저희 결에 맞는 뭔가를 계속 하는데, 조회수가 점점 줄어드는 성격의 콘텐츠는 폐기하는 거죠. 조회수가 느는 것들은 확장하고, 그 이유를 찾고, 새로운 기획을 더해갈 거고요.

그럼 파뿌리 채널이 기약하는 변화의 가장 큰 틀은 뭘까요?

‘공감’과 ‘소통’이에요. 지금까지는 저희가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는 채널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저희 팬들, ‘뿌독이’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함께 살아가는 느낌을 전하려고 해요. 사실 저희가 그에 대한 전략도 다 세워뒀는데요. 아직은 과도기여서 변화를 불러오고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워요.

사실 파뿌리가 친근감이 중심인 채널치고 소통이 좀 약한 편이긴 했거든요. 조심하자는 생각이 컸던 거예요. 영상은 노랭이가 열심히 편집해서 내보내는 거니까 좋은 것만 보여줄 수 있잖아요. 그런 안전장치 없이 만나다 보면 말실수라든가, 의도치 않게 실망시킬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생길 거라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9년 동안 저희를 응원해준 분들을 보면서 이제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느껴요. 그분들께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면할 수 있는 행사라든가, 멤버들 개개인의 스토리를 좀 더 채워나가는 작업을 생각해보고 있어요.

노랭이 씨 생각은 어때요?

저는… 전부 동의합니다.

(웃음) 노랭이는 뭔가에 앞서서 부담을 먼저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변화’라든가 ‘오프라인’이라든가 이런 얘기가 좀 버거울 거예요. 제가 파뿌리 멤버들의 역할을 자동차에 많이 비유하거든요. 제가 추진력, 엑셀을 담당한다면 노랭이는 브레이크예요. 제가 신나서 막 빠르게 나가면 ‘이거 위험해’ ‘이거 검증이 안 된 부분이 있어’ 이렇게 잡아주는 거죠. 진렬이는 타이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밟으면 신나게 나가고, 멈추면 또 꽉 멈춰주는 거죠.

핸들이 없네요.

아… 핸들요. 맞네, 핸들. 저희가 또 핸들이 고장 난 8톤 트럭이라서.(웃음) 방향성은 다 같이 고민하는 거죠. 그렇게 서로 유기적으로 맞아서 잘 돌아가는 것 같아요. 제가 이것저것 벌이려고 하면 노랭이가 문제점을 나열하고. 물론 그게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사실 그런 게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잖아요.

앞선 얘기에 답을 드리자면, 제가 굉장히 내성적인 편이거든요. 그래서 원래는 파뿌리 채널에도 출연 자체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출연까지 하게 됐고,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멤버가 되면서 사랑도 많이 받게 됐죠. 정말 과분하다고 느낄 만큼요. 그 응원과 애정을 몸소 받은 사람으로서, 저도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대면할 기회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요.

말하면서 실시간으로 얼굴이 빨개지네. 붉은빛이 메이크업을 뚫고 나온다.

9년 동안 채널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사랑을 받다 보면, 채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셨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희가 요즘 자주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선한 영향력’이에요. 놀라운 게, 가끔 저희 채널을 보면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든지, 어떤 희망을 발견했다는 댓글이나 메일을 주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그런 포인트를 더 많이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다짐을 해요. 물론 안 좋은 댓글을 남기는 분도 많지만…. 뭐 그런 건 좀 덜 보여지면 좋겠죠.

야 너는 파뿌리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다가 ‘악플 좀 달지 마라’ 이런 답을 하고 있냐.(웃음) 일단 저희는 유튜브 채널이니까 영상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보면 파뿌리가 일상의 요소들을 비틀어서 경쟁하고, 대결하고, 벌칙도 받는데요. 그래도 웃어요. 젖고, 춥고, 배고프지만 억지로 웃는 게 아니라 진짜로 즐거워서 웃는 거죠.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저희 채널이 은연중에라도 그런 가치들에 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웃음을 잃지 않는 자세, 관계의 소중함.

노랭이 씨는요?

저는… 전부 동의합니다.(웃음)


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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