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한강이 소설을 쓰며 겪은 것들
소설을 쓰는 일은 어떤 작가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5학년 학생이 충격이었겠죠. 그때 받은 충격이 <소년이 온다>의 동기가 됐어요.” 작가에게 기억은 멍에다. 작가는 어떻게든 그 기억으로 소설을 빚어 풀어보려 했을 것이다. 한강이 <소년이 온다>를 쓴 것은 2013년. 서른세 해가 지나도록 그 거대한 슬픔은 풀어지지 않았다. 기억들이 그의 속을 얼마나 갉아먹었을까? 그 소설을 쓰기로 한 뒤로 ‘읽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다 읽기’로 결심한 그는 광주의 기록만을 두 달 동안 읽다가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한 무리의 군인들을 피해 달아나는 꿈. 그러다가 누군가가 다가와 불과 열아홉 시간 뒤면 5.18 연행자 수십 명이 처형당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꿈. 꿈속에서 그는 어떻게 하면 처형을 막을 수 있을지 입이 타들어가도록 걱정하다 잠에서 깼다. 이 꿈은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어진다. 1부 ‘새’에는 소설가 화자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거의 한강이다. 화자는 2014년 여름, 그러니까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낸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을 때’, 어떤 꿈을 처음으로 꾼다. <소년이 온다>가 2014년 5월에 출간됐으니 정확하게 들어맞는 시점(時點)이다. 눈이 내리는 벌판에 서 있는 꿈. 벌판의 한쪽 끝부터 이어지는 산등성이에서부터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이 봉분들 앞에 묘비처럼 심겨 있는 꿈. 그런데 지평선인 줄 알았던 벌판의 끝에서 바닷물이 밀려들어 무덤들을 휩쓸고, 바닷물이 더 들이치기 전에 뼈들을 옮겨보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검은 나무들 사이를 달릴 수밖에 없는 꿈. 소설의 어떤 부분은 배우의 연기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우 최민식은 <악마를 보았다>를 찍고 난 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 남자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근데 이 새끼 왜 나한테 반말을 하지?’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소설가는 광주에 관한 소설을 쓰다 ‘화사하고 태연하고 낯설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데’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물 위를 걷는 심정으로 사건과 인물이 지닌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고, 살아내야 한다. 그건 정말이지 너무도 위험한 일이고, 그걸 해낼 수 있는 건 소설가의 재능도 능력도 아닌 ‘권능’이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소설가 화자는 몇 번인가 개인적인 이별을 경험하고, 자살을 마음에 품는다. 죽음은 아슬아슬하게 유서까지 썼던 그의 곁을 비껴간다. 그것이 한강의 이야기라는 것을, 정확하게 같지는 않아도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직감한다. 어떤 소설은 죽음을 곁에 두고 써야 써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Credit
- ILLUSTRATOR KASIQ
- ART DESIGNER 김동희
CELEBRITY
#로몬, #차정우, #노재원, #진영, #A20, #솔로지옥, #tws, #카이, #kai, #아이브, #가을, #필릭스
이 기사도 흥미로우실 거예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에스콰이어의 최신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