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토미 캐시가 패션 악동이 된 이유

토미 캐시를 기상천외한 옷을 입고 패션쇼에 나타나는 별난 사람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사실 에스토니아 출신 음악가이자 예술가다. 군중심리, 예측 불가능한 트렌드에 관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닭장에 든 닭과 방목형 닭이 있다면 저는 방목형 닭입니다. 위대함과 독특함을 열망해요.”

프로필 by 박호준 2023.10.06
 
전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참 화보를 촬영하고 있을 때 토미가 갑자기 “제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음악가인 자신이 왜 패션 잡지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게 요지였다. 그러나 이 에스토니아 음악가는 2016년 ‘Winaloto’라는 곡으로 주목받은 후 ‘로에베’의 쇼에서는 털실로 자신이 입고 있는 점프슈트를 뜨개질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와 그의 아내 미셸 라미 사이에 나체로 눕는 것과 같은 파격을 거듭하며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등장이 곧 화제가 되는 셀러브리티의 삶을 살고 있는 그와 함께한 화보 촬영은 한마디로 ‘미쳤다’는 말의 연속이었다.
 
촬영 소감이 어때요?
좋은 질문이네요. 아주 즐거웠어요. 손발이 잘 맞았고요.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새삼 깨달아요.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채워주는 기분이죠. 사실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긴 연속이잖아요. 오늘 좋다고 해서 반드시 내일도 좋은 건 아니거든요. 결국 오늘을 즐기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오늘을 충분히 즐겼어요.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가진 사람처럼 보여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성공이란 파도를 과하게 즐기는 사람은 곧 닥칠 날씨 변화를 놓치기 쉬워요.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선 그 일에 대한 애정이 깊어야 하죠. 저는 타인과 비교하는 걸 지양해요. 제가 뛰어넘어야 할 대상은 오직 나 자신뿐이죠. 작년의 토미보다 지금의 토미가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더 똑똑해졌나요? 더 건강해졌나요? 더 행복해졌나요?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을 사는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고 믿어요.
과정과 결과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요?
아이디어가 탄생해서 결실을 보는 그 순간을 즐겨요. 영화와 음악이 대표적인 예죠. 완성본을 손에 넣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걸린다는 게 흠이죠. 다른 아티스트와 합을 맞추거나 앨범에 멋진 사진을 넣고 싶을 때 제작에 필요한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죠. 브랜드와 하는 협업도 마찬가지고요.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설령 그게 돈벼락을 맞을 정도로 뛰어난 수준이더라도 실현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소리예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군요.  
저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이 세상에 딱 하나 있는데, 바로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늘 당장 만들어서 내일 공개하고 모레엔 축배를 들어야 하는 사람인데 몇 주,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땐 돌아버릴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이 길게는 2~3년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에 매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죠. 요샌 소림사 스님처럼 인내심을 기르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인기가 많으면 일이 한결 수월하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만, 영향력을 갖게 될수록 더 많은 걸 원하게 돼요.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는 거죠. 앞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하는 주변 환경이 달라질 뿐 여전히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돼요.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저는 운명을 믿거든요.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이 주연을 맡기로 한 영화에서 신인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르는 것처럼요.
운명이라고 하니 말인데요, 인생의 변곡점이라 할 만한 순간이 있었나요?
2016년에 ‘Winaloto’를 발표했던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 곡을 계기로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힐 수 있었어요. 다들 안 될 거라 했지만, 보란 듯이 원하는 걸 얻어낸 사건이었죠. 하지만 그건 과거에 불과해요. 계속 정진해야 해요.
‘Winaloto’의 인기를 예상했나요?
예상하지는 못했어요. 다만, 언젠가 사람들이 제 음악을 알아봐줄 날이 올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래서 당시엔 ‘오, 좋아. 드디어 됐어!’라고 생각했죠.
최근 포스트 말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는 저녁에 인터넷에 곡을 올리고 자고 일어났더니 슈퍼스타가 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전설은 그렇게 탄생하죠. 디지털 세상의 특징이자 축복이에요. 얼마 전 파리 패션위크에 다녀왔는데 제 스타일리스트는 대여섯 벌의 의상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의상을 릭 오웬스의 쇼를 위해 아껴뒀는데, 발목까지 내려오는 가발을 알몸에 걸치는 식이었죠. 다들 미쳤다며 뉴스에 도배될 거라고 했지만, 정작 그 옷을 입고 길을 나섰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다음 날 쇼엔 침대처럼 생긴 옷을 입고 갔는데 전날과 달리 너도 나도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더군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룩이나 아이디어가 먹힐지 예상하긴 무척 어렵다는 거예요. 그러니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하죠.
촬영 중에 ‘바이럴’이란 단어를 언급하셨잖아요….
제가 정말 ‘바이럴’이라고 했나요?
네.
이상하군요, 제가 결코 쓰지 않는 단어인데요. 사실은 싫어하는 단어죠. 2012년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활성화되면서 그 단어가 나왔죠. 그 이후 쭉 싫어했어요. 제 생각엔 추잡한 단어인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를 정량적 수치로 정의 내리려는 회색 정장 차림의 고리타분한 임원들이나 쓰는 단어예요. 저는 인플루언서 같은 단어도 싫어해요. 그런 신조어들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이런 몇 가지 단점만 제외하면 삽시간에 전 세계를 휩쓰는 ‘디지털 산불’은 아름다운 것 같아요. 그 어느 시대보다 개인의 파급력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죠.
토미 씨는 음악가라고 할 수 있나요?
그 이상입니다.
그럼 어떤 표현이 적당할까요?
아티스트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겠네요. 사람들은 툭하면 자신을 대단하고 심오한 존재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어요. 대리석 탁자 위에 향수를 올려놓고 사진을 찍은 후 인스타그램에 올려요. 그러고는 자신을 아트 디렉터나 비주얼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해요. 또는 티셔츠 몇 개를 만든 게 전부이면서 자신을 패션 디자이너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어요. 전부 한심한 짓이죠. 저는 직접 제 영상을 제작하고 촬영하지만, 스스로를 결코 감독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부끄럽고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인지 잘 알고 있어요. 아주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빅토리안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블랙 팬츠 요지 야마모토. 러버 부츠 Vors 아카이브.

빅토리안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블랙 팬츠 요지 야마모토. 러버 부츠 Vors 아카이브.

(토미 캐시) 슈즈 페라가모. (여자 모델) 드레스 테오 자크스 우디. 슈즈 마르지엘라. 브로치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토미 캐시) 슈즈 페라가모. (여자 모델) 드레스 테오 자크스 우디. 슈즈 마르지엘라. 브로치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페라가모.

슈즈 페라가모.

(토미 캐시) 슈트 크리스찬 디올. 셔츠 드롤 드 무슈. 안경 모스콧. 넥타이, 신발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토미 캐시) 슈트 크리스찬 디올. 셔츠 드롤 드 무슈. 안경 모스콧. 넥타이, 신발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티스트에게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아티스트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죠. 무언가를 보고 들었을 때 그게 제 안으로 들어와 감정을 휘젓는 상황을 좋아해요. 그런 순간 살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보통 안전함만을 추구해요. 겁이 많죠. 직장 잃는 걸 꺼리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걸 꺼려요. 이러한 풍토 탓에 창의적인 발상이나 언론의 자유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봐요. 제가 거리낌 없이 자기 의견을 내뱉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이유예요. 쿠엔틴 타란티노와 레이디 가가를 보세요! 그들은 우리 사회에 결여됐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잖아요.
사람들이 당신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걸 염려한 적은 없나요?
그런 일이 생기려면 진즉 생겼겠죠. 제 영상엔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이 많거든요. 오히려 수많은 유명인과 대기업이 저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걸 감히 제가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감 혹은 질문을 던지는 역할은 언제나 필요해요. 물론 그런 역할을 수행할 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죠.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니까요. 카니예 웨스트의 사례처럼 반유대주의는 위험한 요소예요. 젠더와 관련된 이슈도 까다롭죠. 어쩌면 제 팬의 대부분이 유럽 사람이라 다양성 측면에서 좀 더 관대하다고 볼 순 있겠네요.
작은 것에도 ‘불편하다’며 항의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죠.
제가 왜 그들을 두려워해야 하죠? 저는 그 누구도 해하지 않아요. 얼마 전 살바도르 달리가 남성의 성기만을 그렸던 시기를 다룬 전시회에 다녀왔어요. 그들 눈에는 달리도 변태로 보일까요? 아닌 건 아닌 거죠. 우린 시대와 맥락을 읽고 그 안에 숨은 의미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해요. 제가 보는 오늘날의 모습은 눈앞에 맛있는 견과류가 한가득 있는데 그걸 맛있게 먹는 대신, 썩은 것을 일부러 찾아내서 그 주변의 멀쩡한 것들까지 쓸모없는 것으로 만드는 꼴이에요. 설사 누군가 저를 걸고 넘어져 이슈가 되더라도 그건 엄청난 홍보가 돼요.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선 나쁠 것이 없죠. 요즘 저는 암묵적으로 퍼져 있는 사회 규칙을 깨뜨릴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촬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순수한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가 완전한 자유를 느끼는 순간들이죠. 열정은 전염성이 있어요. 열정 넘치는 사람들과 작업하는 건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희열을 줘요.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이 감정을 좇게 되고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음악, 패션 프로젝트가 탄생하죠. 이 감정은 제 삶의 연료와 같아요. 반대로 무관심과 권태로움은 저에게 죽음을 의미하고요.
앞서 언급한 창작의 자유는 당신에게 어떤 역할을 하나요?
저는 자유롭게 창작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얼마 전 ‘PC Music’의 유명 프로듀서 ‘A. G. 쿡’과 만나 비슷한 얘기를 했어요. 그가 말하길 사람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하더군요. 하나는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쌓아 올린 유형,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쌓는 걸 반복하며 자라온 유형이요. 이건 인생을 대하는 두 가지 다른 접근법이기도 해요. 한 손에는 닭장에 든 닭이, 다른 한 손에는 들판을 뛰놀던 방목형 닭이 있는 거죠. 저는 방목형 닭입니다.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이 궁금해요.
복잡한 생각 없이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찾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너무 많은 음악을 들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요즘엔 새로운 것에서 오래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요. 절대 좋은 방법은 아니죠. 하지만 모방해서 만든 창작물에선 감동이 느껴지지가 않아요. 무언가 하나 유행하면 그저 따라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해요. 계산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만든 음악을 들을 땐 기분이 나빠질 정도죠. 새롭다고 할 만한 음악을 못 들어본 지 오래됐어요.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저조차도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이럴 땐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이 맞나 싶기도 해요.
전 세계 패션위크에 자주 참석하고 릭 오웬스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걸로도 모자라 얼마 전엔 디젤의 새로운 얼굴이 됐어요. 토미에게 패션은 어떤 존재인가요?
저는 패션 브랜드를 혐오해요. 패션을 싫어하고, 완전 ‘안티 패션’이죠. 대부분의 패션쇼는 지루하기 그지없어요. 반복되는 시즌은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하죠. 똑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인상을 자주 받아요. 제가 패션업계에 친구들이 많은 건 사실이고 협력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도대체 패션이 뭔지 모르겠어요. 옷은 그저 옷일 뿐 중요하지 않아요.
 
스웨터와 바지 모두 Vors 아카이브.

스웨터와 바지 모두 Vors 아카이브.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팬츠 요지 야마모토.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팬츠 요지 야마모토.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팬츠 요지 야마모토.

가죽 코르셋 Vors 아카이브. 팬츠 요지 야마모토.

 
사회를 반영한다는 면에서 패션도 예술의 일부 아닌가요?
일정 부분 동의해요. 옷을 이용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관람하는 사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해요. 저도 그걸 기준으로 창작하려고 노력하고요. 예를 들어 오늘 제가 예수님과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해 사진을 찍었잖아요? 그건 마치 고층 건물처럼 수많은 레이어가 쌓인 작품이에요. 우리는 독자들이 몇 층에 방문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어요. 그 사진을 보고 화내는 사람도, 웃는 사람도, 영감을 받는 사람도 있겠죠. 이건 창작자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이건 감흥을 주는 데 성공했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얼마 전 인공지능 ChatGPT가 쓴 랩 가사를 보고 꽤 놀랐어요. 혹시 본 적 있나요?
두려움을 넘어 혐오스럽기까지 하네요. ChatGPT는 정말 소름 끼쳐요. 애플의 신제품 가상 안경도 마찬가지고요. 저한테 이 모든 건 악마와 다름없어요. 이 세상에 저보다 혁신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세상 만물이 알고리즘에 굴복하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을 가져야 해요. 저는 신기술에 대한 존경이 없어요. 우사인 볼트보다 100배 더 빠른 사람이 나온다면 그건 아주 대단한 일이에요. 아니면 UFC에서 누군가 조지 마스비달의 역사상 가장 빠른 녹아웃 기록을 경신한다면 놀라 까무러칠 거고요. 한마디로 저는 여전히 사람 중심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응원해요.
스포츠 팬인 줄은 몰랐네요.
좋아하는 편이죠. 주로 UFC만 보긴 하지만요. 한 10년 전쯤 코너 맥그리거가 등장했을 때부터였어요. 시차가 있어 경기가 보통 새벽 4시쯤 시작했는데, 친구들과 모여서 빔 프로젝터로 생중계를 보곤 했어요. 지금은 저스틴 게이치와 더스틴 포이리에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죠.
응원하는 파이터가 있나요?
토니 퍼거슨이요. 매번 케이지에서 모든 걸 쏟은 후 피를 뒤집어쓴 채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은 전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최근에는 체코 선수인 이리 프로하즈카도 꽤 인상 깊게 봤어요. 그의 독특한 스타일, 격투에 임하는 변함없는 열정, 무엇보다 일본 검객이자 불교 철학자인 무사시 미야모토에 대한 존경이 마음에 들어요. 코노라도 여전히 좋아해요. 요즘은 좀처럼 이기는 일이 없지만요. 지금은 UFC엔 출전하지 않지만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도 좋아했어요. 아, 예전엔 함자트 치마예프의 광팬이기도 했어요. 그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체첸 독재자 람잔 카디로프와 어울리면서 관심을 끊었죠. 함자트는 침묵에 잠긴 신비주의 콘셉트일 때가 멋있었던 것 같아요.
저스틴 게이치와 더스틴 포이리에의 격투 말고 토니의 일상엔 뭐가 있죠?
글쎄요….
인생?
그래요, 인생! 저는 성장을 위해 계속 달릴 거예요. 저는 제 작품이 타란티노의 영화와 닮았다고 봐요. 제 작품들이 50년 후에도 저항적이고 전위적인 이미지로 남길 바라요. 동시에 위대함과 독특함을 여전히 고대하고 있죠. 그래서 UFC를 그렇게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선수들이 케이지 안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저도 매 순간 치열하게 싸우고 있거든요.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점도 종합격투기와 제 인생이 닮은 부분 중 하나네요.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유일한 건 모든 순간을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밖에 없어요. 저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그 누구와도 싸울 준비가 됐어요.
인생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을까요?
그건 모르죠. 이미 지나갔을 수도 있고요. 항상 왔다 갔다 하거든요. 위대한 예술가는 시대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재평가받는 경우도 있고 너무 멀리 가버려서 사람들이 더는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있죠. 하지만 흐름만 잘 탄다면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기도 하고요.
몇 주 전 저는 2012년 성층권에서 뛰어내린 최초의 사람이자 그 점프 후 바로 은퇴한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인 바움가르트너를 인터뷰했어요. 그가 말하길 모든 시대엔 그에 맞는 운동선수가 있고, 모든 운동선수는 그에 맞는 시대가 있다고 하더군요. 토미 씨의 시대가 갑자기 끝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 적이 있나요?
제 생각은 달라요. 예술가엔 두 가지 부류가 있죠. 유행에 영향받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세월을 초월한 작품을 지향하는 부류도 있어요. 현장에 불쑥 나타나 난데없이 천재성을 뿜어내는 사람도 있는데 전 그런 타입은 아니고요. 저에게 모든 프로젝트는 새로운 모험이나 다름없어요. 저는 매우 까다로운 편인데, 인내심을 가지고 밑바닥에서부터 단단하게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힘써요.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요일을 가리지 않죠. 요즘 일반 래퍼들의 쇼 비즈니스 수명은 약 4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전 이 바닥에 들어온 지 10년째입니다. 계속 여기 있을 거고, 오히려 더 강해질 거예요.

Credit

  • TEXT PETR MATEJCEK
  • PHOTOGRAPHER BENEDIKT RENC
  • STYILING Charlotte Buchal
  • MODEL Alica N / Max S
  • HAIR Margita Sk?enkova
  • MAKE UP David?estak
  • PRODUCER Kristina Ka?parova / Ivona
  • STYLIST ASSISTANT Michaela ?indlerova
  • Moritz Alte
  • PHOTO ASSISTANT Malatek
  • TRANSLATOR 태평양전문번역원
  • ART DESIGNER 김동희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