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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전거 브랜드 트렉은 왜 자꾸 국내에 직영점을 늘리는 걸까?

지금 국내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자전거 브랜드,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의 진정태 대표를 만났다. 트렉의 경영 전략에 대해 물었고, 다만 그는 자꾸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2.04.09
 
 
체격이 건장하고 자세가 굉장히 꼿꼿하다. 트렉 대표는 몸이 좋아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다른 나라의 지사장들을 생각해봐도 다 다르고.(웃음) 스포츠 중심 회사다 보니까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직원이 많기는 하다. 나도 체력 관리 삼아 거의 매일 운동을 하는 편이다.
원래 운동을 좋아했나?
처음 다닌 직장이 나이키였다. 아무래도 러닝화, 농구화, 축구화를 매니징하다 보니 운동을 직접 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 이후의 이력도 스포츠를 접할 일이 많았고, 사이클은 트렉에 들어오면서 시작하게 됐다.
첫 질문을 고쳐서 다시 해야겠다. 트렉 대표는 사이클 애호가여야 하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전거는 직접 체험해보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게 고객과 잘 맞을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지. 그런데 업무상 필요를 떠나서 일단 재미있는 취미이지 않은가. 내가 타는 게 워낙 고기능 고성능 제품이라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2019년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딱 재미를 느껴서 지금까지 잘 타고 있다.
팬데믹 이후로 자전거 인구가 부쩍 늘었겠다.
맞다. 아무래도 생활 환경이 많이 제한되고, 집단적으로 하는 스포츠나 모여서 하는 실내 활동도 하기 어려워지고,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자전거라는 취미를 시도하게 된 것 같다.
트렉은 코로나 초창기에도 국내에 직영점을 계속 열어서 기사화도 많이 됐었다. 이런 흐름을 미리 예측했던 걸까?
시대에 맞춘 전략이라기보다는 트렉의 방향성과 관련한 선택이었다. 직영점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가 트렉이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 거다. 많은 사람이 자전거에 관심이 생기면 멀티 브랜드 숍을 먼저 찾는다. 그런데 그런 매장에는 브랜드도, 모델도 너무 많아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준을 찾기 어렵다 보니까 압도당하고, 직원이 추천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게 되기도 한다. 각 브랜드가 가진 가치라거나 서비스 모델, 그런 걸 알기가 어려운 거다. 그래서 트렉은 직영점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 개성, 서비스에 대해 전달하려고 한다.
지난주에도 대전 서구에 국내 14번째 직영점이 오픈했다고 들었다.  
그간 수도권과 부산 같은 대도시에 주로 오픈했다면,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해나가려 한다. 곧 울산, 천안 등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매장이 가까이 있어서 자주 들락날락하면 브랜드에 애착이 생기겠다. ‘프로젝트 원’(다채로운 색상과 구성으로 자기만의 커스텀 바이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트렉의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도 더 충실히 제공할 수 있을 테고.
맞다. 소비자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프로젝트 원’은 온라인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단 한 대뿐인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드는 건 제대로 된 설명과 안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양의 제품을 택할지,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어떤 색상으로, 어떤 기능을, 어떤 부품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지.
트렉은 제품 품질도 유명하지만 유독 서비스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브랜드 철학 중 하나다. “소비자를 위해서 결단을 내려라.” 당장의 작은 금전적 이득과 소비자의 만족을 맞바꾸지 말라는 거다. 실제로 그런 견지에서 품질관리, 서비스, 카본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오래된 제품이라도 결함으로 인한 파손이 있을 경우 보상을 한다. 용품을 구입한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달 안에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혹시 직영점이 많고 서비스가 빼어나다는 면에서 부담감을 갖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트렉은 너무 전문적인 브랜드인 것 같다’는 인식이나 ‘굉장히 비쌀 것 같다’는 짐작으로?
그런 오해를 많이 한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 생활형 자전거부터 사이클링 자전거, MTB 자전거까지, 30만원대 자전거에서부터 1000만원이 넘는 자전거까지 폭넓게 갖추고 있는 브랜드다. 물론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최고 수준의 자전거를 지향하는 브랜드이긴 하다. 비쌀 것 같다는 오해가 있더라도 우리는 트렉이 가진 그런 정통성, 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전기자전거도 출시했다.
맞다. 산악용 전기자전거인 레일, 파워플라이는 보쉬와 협업해 만든 구동 시스템으로 좀 더 편하게 MTB를 즐길 수 있게 만든 모델이고, 통근 바이크인 알란트+는 좀 더 편리한 일상생활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 모델이다. 올해 6월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FX+도 출시할 예정이다. 직장까지 거리가 멀어도 걱정 없이 통근할 수 있고, 그러다가 주말에 갑자기 양수리까지 한번 다녀오고 싶으면 선뜻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아주 매력적인 라인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렉의 제품 개발 주안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러면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 특히 요즘에는 환경 문제, 정신 건강 문제가 많이 대두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에 트렉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트렉 파워플라이 FS4. 작년 여름 트렉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전기 산악형 자전거로, 보쉬와 협업해 만든 구동 시스템이 MTB를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트렉 파워플라이 FS4. 작년 여름 트렉이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전기 산악형 자전거로, 보쉬와 협업해 만든 구동 시스템이 MTB를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역할. 경영 전략이라기보다 어떤 종류의 사명감처럼 들리는 표현이다.
자전거는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고, 에너지자원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고, 환경 문제에도 공헌할 수 있다. 분명 세상을 ‘better place’로 만들 수 있는 매체다. 특히 트렉은 글로벌 자전거 브랜드 중 유일하게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한 기업이다. 물론 자전거업계는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전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 그게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트렉은 제품별로 탄소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것들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계획까지 수립해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보고서를 읽어봤는데, 좀 놀라긴 했다. 항공 수송을 줄이고, 유통 시스템을 바꾸고, 재생에너지와 대안 소재를 쓰고, 제품 패키지를 개선하고… 제스처만 취하는 게 아니라 정말 할 수 있는 걸 다 한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진지하다. 우리가 매해 진행하는 캠페인 ‘#GoByBike’도 동일한 맥락이다. 한 달 동안 자동차를 두고 자전거로 출퇴근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인데, 그런 식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그러면서도 최대한 재미있게 만들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진행한 자전거 기부 프로젝트도 인상 깊었다.
트렉과 월드 바이시클 릴리프가 협업으로 진행한 ‘Annual Fund Campaign’의 일환이다. 아프리카에는 교통 환경이 열악하고 악천후가 잦아 물을 수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많다. 월드 바이시클 릴리프는 이런 지역의 사용성에 특화한 ‘버펄로 바이시클’을 기부해 지역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트렉이 작년에 적극 동참해 기부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그 결과로 18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모였고, 1만1000대 이상의 자전거를 기부할 계획이다. 글로벌 캠페인과 별개로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에서 진행하는 로컬 캠페인도 있다. 작년에는 앞서 말한 #GoByBike와 연계해 달린 만큼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는 방식의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물로 모은 돈을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단체에 기부했다.
대단하다. 통상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넘어서는 느낌이 있다.
트렉의 브랜드 철학 자체가 그렇다. 창립자인 딕 버크가 늘 ‘Give Back’, 환원을 강조했으니까.
마지막은 그래도 트렉 자전거 이야기로 끝내면 어떨까 싶다. 트렉 자전거 구매를 고려 중인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자전거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건 여행을 떠나건, 내 발로 직접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동반자인 셈이다. 그런 물건을 아무렇게나, 혹은 유행을 따라, 또 남의 이야기만 듣고 사고 싶지는 않다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관계를 맺고 애착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트렉 자전거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얘기해주고 싶다.
상투적인 질문에 비해 훌륭한 답변이다.
(웃음) 직접 타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답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면 나도 ‘최고의 제품, 최고의 서비스를 기대하세요’ 뭐 이렇게 상투적으로 답했겠지.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김성룡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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