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빠니보틀, 곽튜브, 채코제와 함께 떠나는 랜선여행 (Part.1)

팬데믹으로 꽉 막힌 세상을 클릭한다. 어디로든 데려가줄 나의 랜선 여행 가이드, 여행 유튜버 7인의 세계.

프로필 by 박호준 2022.03.09
 
콜롬비아 보고타(Colombia Bogota) - 메데인(Medellin) - 카르타헤나(Cartagena) - 산타크루즈 섬(Santa Cruz Del Islote) - 페루 이키토스(Peru Iquitos) - 유리마구아스(Yurimaguas)

콜롬비아 보고타(Colombia Bogota) - 메데인(Medellin) - 카르타헤나(Cartagena) - 산타크루즈 섬(Santa Cruz Del Islote) - 페루 이키토스(Peru Iquitos) - 유리마구아스(Yurimaguas)

“이 자는 여행 중이다.” 빠니보틀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한 줄이다. 한국의 여행 유튜버 중 유일하게 백만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자이자 한국 여행 유튜브는 빠니보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선언이 통용될 만큼 독보적인 유튜버로서, 시인 김승일의 추천으로 그에게 입문했다. 시인은 빠니보틀이 <그리즐리 맨> 같은 영화를 만드는 광인, 베르너 헤어조크에 비견되는 괴짜라고 말했다. 과연 그는 자기 얘기를 남 얘기하듯 늘어놓는 자막과 시니컬한 코멘터리로 모든 상황을 게임 속 메타의 세계처럼 느끼게 한다. 뻔한 관광지 대신 허경영 랜드 하늘궁, 독재자가 꾸민 이상한 도시, 폐허, 망한 곳, 희한한 곳, 기상천외한 곳을 찾아 화산불에 화덕 피자 구워 먹기나 석유 목욕 같은 걸 하며 B급 취향을 과시한다.
그가 개척한 장르는 남들이 안 가는 여행, 다르게는 ‘생고생’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빠니보틀은 스스로에게 퀘스트를 부여하듯 고생을 사서 한다. 아무리 유명해져도 계속 힘들고 어려운 여행을 만든다. 돈이 없는 건 아닐 텐데, 굳이 인도 기차 꼴등 칸으로 며칠을 이동하고, 공짜로 먹여주는 사원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고, 허허벌판 오지에 텐트를 치고 드러누워 자는 일이 부지기수다. 성깔도 있어 자신을 벗겨 먹으려는 호객꾼들과 대판 싸우기도 하고,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땐 화면에 대고 거친 말로 투덜거리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이 모든 고생을 어딘가 좀 이상하고 웃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타고난 연출자라는 점이다. 참고로 그는 웹드라마 <좋소좋소 좋소기업> 시즌 1,2,3 각본과 감독을 맡아 성공시켰다.
세계 곳곳 안 가본 곳 없는 유튜버지만 추천하고 싶은 건 그가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여행 중인 남미 지역이다. 콜롬비아 메데인 슬럼가 구석구석을 돌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인공 섬을 찾고, 아마존강을 따라 4박 5일간 화물선을 타고 이동한다. 노트북을 도둑맞았지만 여행을 강행하겠노라며 라이브 방송도 했다. 미국을 여행하는 동안 다소 편안한 여정을 보여주며 초심을 잃었다는 평을 들었으나, 멕시코 아래로 내려와 고생을 사서 하며 열심히 투덜거리는 그의 장기가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B급 감성으로 세상을 비틀어보는 연출자, 빠니보틀의 눈에 비칠 다음 도시는 어디일까?
 
카자흐스탄 발하슈(Kazakhstan Balkhash) - 알마티(Almaty) - 춘자(Chundzha) - 바이코누르(Baikonur)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Uzbekistan Tashkent) - 사마르칸트(Samarqand)

카자흐스탄 발하슈(Kazakhstan Balkhash) - 알마티(Almaty) - 춘자(Chundzha) - 바이코누르(Baikonur) -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Uzbekistan Tashkent) - 사마르칸트(Samarqand)

어째서일까? 곽튜브를 만난 아저씨들은 그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만다. 러시아 호수에서 낚시를 하다가 만난 아저씨는 곽튜브와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에서 재회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택시를 태워준 기사 아저씨는 곽튜브와 온천도 가고, 집에도 가고 마, 다 했다. 둥글둥글 친근한 외모, 동구권과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기에 부족함 없는 러시아어, 능청 맞은 성격이 한몫한다. 처음 가본 곳도 현지인처럼 철썩 눌러앉는 그의 랜선  여행에 동행하면 낯선 것도 익숙하게 보인다. 생경하게 느껴졌던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마냥 푸근하고, 황량하게 보이던 풍경도 이젠 정겹다. 우즈베키스탄에 초대해 먹여주고 재워준 어몽 형님, 돈가스를 좋아하는 오리뽀 형님, 그 밖에 오며 가며 만난 각종 형님들. 한국에서의 노동 경험 덕에 능숙한 한국어로 “그래, 동생아”라며 보드카 잔을 함께 기울여주는 우즈벡 형님들을 보고 있자면 잊고 살았던 내 안의 인류애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보게 하는 건 재능이다. 타지에 여행을 간다는 건 필연적으로 겉핥기다. 대개의 경우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한 경탄에서 멈추게 되는 ‘여행’을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좀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 곽튜브의 장기다. 특유의 친화력과 세상을 친밀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아제르바이잔 대사관에서 일하던 곽튜브는 한때 작은 나라 아제르바이잔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가 되길 꿈꿨으나, 이젠 스승 빠니보틀에 견줄 유튜버로 성장했다. 그를 높이 사고 싶은 또 다른 점은 감동을 연출하는 방식. 우즈벡 형님들과 헤어지고 걷는 길에 눈물을 쓱 닦는다. 오로라를 찾아 헤매다 허탕 치고 돌아가는 길에 절대 보지 못할 것 같던 오로라를 본다. 눈물을 훔쳤다는 것만 추측할 수 있는 어두운 화면과 분분한 눈발 사이 흔들리는 카메라에 잡힌 희미한 오로라 자락. 절제된 감동의 순간들이 곽튜브의 또 다른 맛이다. 추천 콘텐츠는? 역시 곽튜브 하면 우즈베키스탄이다. 아저씨들의 뜨거운 우정을 한번 맛보시라.  
 
슬로베니아 피란(Slovenia Piran) - 크로아티아 리예카(Croatia Rijeka) - 스플리트(Split) - 보스니아 모스타르(Mostar) - 몬테네그로 코토르(Montenegro Kotor) - 알바니아 티라나(Albania Tir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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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코제는 잘생겼다. 채코제는 건강하다. 채코제는 ‘인싸’다. 그의 여행은 이 세 명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일단 모두가 그에게 친절하다. 특히 놀 줄 아는 젊은 남녀들이 그렇다. 특기는 훌렁 벗고 입수하기. 발리의 비치 클럽, 슬로베니아의 누드 비치, 그리스의 숲속 폭포 등 어디든 물만 보이면 계절 불문하고 상의를 탈의하고 훌쩍 뛰어든다. 특히 크로아티아 리예카의 해변에서 그의 ‘인싸력’이 제대로 빛난다. 채코제가 리예카의 해변에서 휴가 온 영국 대학생들과 맥주병을 들고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청춘 영화처럼 싱그럽다. 그리스에서처럼 한 무리의 여대생들이 가이드를 자처하는 사건도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잔디밭에 쇼츠 차림으로 털썩 앉아 햄버거를 덥석 베어 물고, 아무 데서나 낮잠을 퍼질러 자며 타임랩스를 걸어놓는 여유도 있다. 채코제의 랜선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쾌적한 일인지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별다른 말장난 없이 담백한 코멘터리와 기교를 부리지 않은 단순한 편집도 장점.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무던한 성품에서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슴슴한 매력이 단짠의 조미료가 판을 치는 여행 유튜브의 세계에서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역시 세계 여러 나라를 누볐으나 추천할 콘텐츠는 동유럽이다. 서울에서 옥탑방 브이로그를 찍어 화제가 되기도 한 채코제는 극한의 아끼는 여행을 추구해 아무 데나 텐트 치고 자기, 대학교 기숙사에서 자기 등을 거리낌 없이 하는데, 물가는 저렴하나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동유럽이 그가 활개를 치기엔 제격이다. 시대에 뒤처진 듯한 낡은 분위기도 채코제의 느긋한 속도와 맞아 마음을 편하게 한다. 빛과 자연과 유적이 멋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 보스니아 모스타르, 몬테네그로 코토르 콘텐츠를 추천한다. 반드시 눈이 즐거워진다.

Credit

  • FREELANCE EDITOR 이예지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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