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제왕’ 해리 케인, 마침내 발롱도르를 품다
해리 케인이 2026 발롱도르를 수상했습니다. 토트넘의 ‘무관의 제왕’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 주역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그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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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 케인, 마이클 오언 이후 25년 만에 잉글랜드 선수로 발롱도르 수상.
- 토트넘 역대 최다 280골과 EPL 득점왕 3회에도 따라다녔던 ‘무관’의 꼬리표.
- 뮌헨 첫해 44골을 넣고도 놓친 우승, 두 번째 시즌 마침내 들어 올린 리그 트로피.
- 첫 우승 확정 순간, 토트넘부터 함께한 에릭 다이어를 끌어안으며 나눈 기쁨.
- 클럽·대표팀 65경기 73골을 기록한 최고의 시즌, 발롱도르로 완성한 역전 드라마.
무관의 제왕에서 발롱도르까지, 해리 케인이 써낸 역전 드라마
10월 26일 2026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해리 케인이 마침내 황금빛 축구공을 품에 안았습니다. 10월 26일(현지시간) 런던 팔라디움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케인이 남자 부문 수상자로 호명됐죠.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 킬리안 음바페와 바르셀로나의 신성 라민 야말을 제치고 오른 정상입니다. 잉글랜드 선수의 수상은 2001년 마이클 오언 이후 25년 만입니다. 스탠리 매슈스, 보비 찰턴, 케빈 키건, 오언에 이어 발롱도르를 받은 다섯 번째 잉글랜드 선수이기도 하죠.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은 케인에게는 오랫동안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습니다. 득점왕을 거듭 차지하고 구단의 기록을 새로 쓰면서도, 정작 소속팀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죠.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뮌헨으로 향한 뒤에도 기다림은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 좌절부터 동료들과 나눈 첫 우승, 서른세 살에 거머쥔 발롱도르까지. 케인의 여정을 돌아봅니다.
골을 넣고,
골을 만드는 토트넘의 중심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도움왕 동시 수상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케인은 골문 앞에서 득점 기회를 기다리기만 하는 공격수가 아닙니다. 직접 공격을 마무리하면서도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선수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도움왕 동시 수상입니다. 상대 골문을 가장 많이 열면서 동료의 골도 가장 많이 도운 선수라는 의미죠. 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시즌 두 부문 모두 정상에 오른 선수는 케인이 역대 세 번째였습니다.
토트넘 시절 특히 손흥민과의 호흡이 좋았던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국내 팬들에게는 손흥민과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선수로 익숙합니다. 케인이 내려와 공을 받아 연결하면 손흥민이 수비 뒷공간으로 달려 들어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죠. 두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서로 득점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47골을 합작했습니다. 해리 케인과 손흥민은 리그 역사상 어떤 두 선수보다 많은 골을 함께 만든 조합이죠.
2020/21시즌까지 세 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그 활약은 한두 시즌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케인은 2015/16시즌과 2016/17시즌, 2020/21시즌까지 세 차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토트넘에서 남긴 기록은 공식전 435경기 280골이죠. 2023년 2월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구단 통산 267번째 골을 넣어 지미 그리브스를 넘어섰습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누구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가 된 것이죠.
그러나 구단의 득점 기록을 바꾸는 동안에도 우승컵은 손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가장 아쉬운 순간 중 하나는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입니다. 유럽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대회에서 토트넘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마드리드에서 리버풀에 0-2로 패하며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죠. 케인도 그라운드에 있었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린 쪽은 리버풀이었습니다.
득점뿐 아니라 공격을 풀어가는 능력까지 갖춘 선수, 구단 역사에 가장 많은 골을 남긴 선수. 케인의 실력을 설명할 근거는 충분했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커리어를 평가할 때면 주요 팀 우승이 없다는 사실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우승하러 간 뮌헨,
44골로도 부족했던 첫해
2023년 8월 독일 리그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향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2023년 8월,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했습니다. 토트넘의 역대 최다 득점자라는 익숙한 자리를 떠나 새로운 리그에 도전한 것이죠. 이적 직후 한 인터뷰에서 그는 더 발전하고 싶었으며, 매년 우승해야 하는 새로운 압박을 경험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뮌헨에서는 우승에 도전하는 것을 넘어, 우승이라는 결과를 내야 했습니다.
첫 기회는 입단 직후 찾아왔습니다. 케인은 8월 12일 라이프치히와의 독일 슈퍼컵에서 뮌헨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한 경기의 결과로 트로피의 주인이 결정되는 무대였지만, 뮌헨은 0-3으로 패했습니다. 케인도 후반 교체 투입돼 패배를 지켜봐야 했죠.
분데스리가 첫 시즌 32경기에서 36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리그가 시작된 뒤에는 득점력을 곧바로 증명했습니다. 분데스리가 첫 시즌 32경기에서 36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죠. 리그를 옮겨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경기 수보다 많은 골을 기록한 것입니다. 컵대회까지 포함한 뮌헨 공식전 성적은 45경기 44골이었습니다.
그러나 뮌헨은 분데스리가를 3위로 마쳤고, DFB 포칼과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케인이 골을 쌓는 동안에도 팀은 정상에 닿지 못한 것이죠.
팀 우승은 놓쳤지만, 케인의 첫 독일 무대는 개인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리그에서 넣은 36골로 유러피언 골든슈를 받았고, 2024년에는 음바페와 게르트 뮐러 트로피를 공동 수상했죠. 득점력을 인정하는 상이 더해질수록, 동료들과 함께 들어 올릴 우승컵은 여전히 남은 과제였습니다.
마침내 끝난 무관,
동료와 나눈 뜨거운 포옹
2025년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갖게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기다림이 끝난 것은 뮌헨에서 맞은 두 번째 시즌입니다. 2025년 5월 3일 뮌헨은 라이프치히와 3-3으로 비기며 분데스리가 우승 확정을 미뤘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뮌헨과 우승을 다투던 2위 레버쿠젠도 프라이부르크와 2-2로 비겼습니다. 레버쿠젠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도 뮌헨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되면서 우승이 확정됐죠. 케인도 마침내 리그 챔피언이 됐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처음 경험한 주요 팀 대회 우승이었습니다.
우승이 결정될 때 케인은 동료들과 레버쿠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는 에릭 다이어를 끌어안았죠.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두 선수는 뮌헨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케인은 구단 공식 인터뷰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죠.
곧바로 에릭을 끌어안았어요. 우리는 함께 긴 여정을 걸어왔죠.
2025년 5월 해리 케인의 축구 인생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끌어안게 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2025년 5월 케인은 우승 트로피를 끌어 안았습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묀헨글라트바흐와의 홈경기에서 케인은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뮌헨은 2-0으로 승리했고, 경기 뒤 우승 세리머니가 이어졌죠. 토마스 뮐러에 이어 트로피를 들어 올린 케인은 그 위에 입을 맞췄습니다. 경기장에는 ‘We Are the Champions’가 울려 퍼졌습니다.
시즌을 리그 26골로 마치며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는데, 그중 10골이 0-0 상황에서 뮌헨에 리드를 안긴 선제골이었습니다. 해당 시즌 분데스리가 최다 기록이었죠. 상대 수비를 뚫지 못해 팽팽하던 경기에서 먼저 골문을 여는 역할을 누구보다 많이 해내며 팀 우승에 큰 힘을 보탰죠.
첫 우승 이듬해 발롱도르, 73골로 쓴 반전
독일에 온 뒤 세 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오르고, 두 번째 유러피언 골든슈를 수상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첫 우승을 이룬 뒤 케인은 더 많은 골과 팀 성과를 쌓았습니다. 2025/26시즌 뮌헨 공식전 51경기에서 61골을 넣었습니다. 리그뿐 아니라 국내 컵대회와 유럽 무대를 모두 합쳐, 경기당 한 골을 넘는 득점력을 보여준 것이죠. 분데스리가 36골, DFB 포칼 10골, 챔피언스리그 14골, 독일 슈퍼컵 1골입니다. 잉글랜드 대표팀 기록까지 더하면, 2025년 8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총 65경기 73골입니다.
이번에는 골과 함께 우승컵도 늘었습니다. 뮌헨은 분데스리가 정상을 지켰고, 독일의 컵대회인 DFB 포칼과 슈퍼컵까지 차지했습니다. 슈퍼컵을 포함해 국내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것이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에 진출했습니다.
케인은 독일에 온 뒤 세 시즌 연속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올랐고, 두 번째 유러피언 골든슈도 받았습니다. 첫해에는 개인상만 손에 남았지만, 이제 그의 득점 기록 옆에는 팀과 함께 이룬 우승도 쌓이고 있었습니다.
1966년 우승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잉글랜드 대표팀과 주장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으로도 성과를 남겼습니다. 케인은 2026 월드컵 본선 7경기에서 6골을 넣었고, 잉글랜드는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1966년 우승 이후 가장 높은 월드컵 순위입니다. 클럽에서의 활약을 대표팀에서도 이어간 시즌이었죠.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수상 소식과 함께 소개한 인터뷰에서 케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뮌헨과 잉글랜드의 동료들, 지도자들의 기여를 함께 언급했죠.
2026년 10월 축구 선수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불리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그 활약에 이어 10월에는 축구 선수에게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불리는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케인은 같은 시상식에서 남자 올해의 스트라이커에게 주어지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도 받았죠. 첫 팀 우승을 이룬 이듬해, 세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2026년 발롱도르 1회, 게르트 뮐러 트로피 2회, 유러피언 골든슈 2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3회, 분데스리가 득점왕 3회,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2회, FIFA 월드컵 골든부트 1회, UEFA 유로 득점왕 1회, 프리미어리그 도움왕 1회, 바이에른 뮌헨 소속 분데스리가 2회 및 DFB-포칼 1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해리 케인. / 이미지 출처: 해리케인 인스타그램 @harrykane
케인은 토트넘의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을 때도, 뮌헨 첫해에 득점왕에 올랐을 때도 이미 뛰어난 공격수였습니다. 직접 골을 넣고 동료의 골을 도우며 쌓아온 기록 위에 첫 리그 우승과 더 많은 팀 트로피, 마침내 발롱도르가 더해졌죠.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던 시절에도, 케인은 꾸준히 골을 넣고 있었습니다.
Credit
- Editor 엄예지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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