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곡은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카탈로그 송과 커런트 송을 구분하는 경계는 점점 모호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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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상반기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은 노래는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다. 한국대중음악산업협회가 10일 대중음악 차트 써클차트의 상반기 결산을 발표한 결과 디지털 차트와 스트리밍 차트 모두 1위에 오른 노래가 이 곡이었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주간 디지털 차트 톱 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노래로, 올해 상반기 차트에서의 누적 지수만 무려 3억1552만 회라고 한다.
2023년 8월 한로로의 첫 EP ‘이상비행’의 마지막 트랙인 이 곡은 발매 당시에도 소소하게 사랑받는 곡이었다.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 쪽은 앨범에 수록된 선공개 싱글 ‘자처’와 타이틀곡 ‘화해’ 그리고 ‘금붕어’였다. 그 곡이 3년이 지나 과장 좀 보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히트곡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현재 한국 음원 스트리밍 차트에서 인기 있는 노래를 살펴보고 싶어졌다. 1위는 리센느의 ‘러브 어택’이다. 거제 파이리와 갸루 귀신, 신라 공주 그리고 리트와 메트. 센스 있는 유튜브 웹 예능으로 전성기를 맞은 그룹의 인기를 이끄는 곡은 2년 전 케이팝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좋은 곡’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노래다. 그 아래는 우즈(WOODZ)의 ‘드라우닝’이 버티고 있다. 2026년 한국에서 가장 뜨겁게 소비되는 노래 중 2026년에 만들어진 곡은 의외로 드물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쯤 되면 반문하고 싶어질 거다. 아니, 코르티스의 도가니 팔랑귀 눈치나 살피기(‘레드레드’)도 안 들어봤나? 하츠투하츠의 ‘루드’, 에스파의 ‘레모네이드’는 2026년 노래 아닌가? 맞는 말이다. 신곡이 실종됐다는 게으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요즘 들을 노래가 없다는 푸념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신곡’의 개념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느슨한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분명히 하자. 과거의 노래가 현재의 차트에 돌아오는 일은 전혀 새롭지 않다. 영화 <마이클>이 역대 전기 영화 최고 수익을 올렸던 올봄에는 한국만 빼고 전 세계 음악 차트에 마이클 잭슨의 수많은 명곡이 올랐다. 2010년대 윤종신의 ‘좋니’로부터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차트 역주행’ 용어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신뢰와 다짐의 징표로 자리 잡았다. 레트로의 위력은 1970년대 엘튼 존이 1950년대 로큰롤을 그리워하고 영화 <스팅>이 1920년대 래그타임 유행을 조명하던 시절부터 선명했다. 그 옛날에도 좀 더 옛날이 좋은 시절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어쩌면 인류의 모든 세대는 자신들이 사는 시대를 음악적 정체기로 규정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리센느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 낸 신곡은 18년 전 인기를 끌었던 카라의 ‘프리티 걸’ 리메이크다. 김국진과 빨간 고무장갑이 머릿속에 떠오른 내 또래 친구들은 비로소 격세지감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깨닫게 됐을 거다. 매년 날이 더워질 때면 돌아오는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는 2002년 노래인데 올해는 볼빨간사춘기가 다시 불러서 또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이는 2020년대의 음악이 없다고도 한다. ‘레지던트 어드바이저’의 가브리엘 샤탄이 펼친 주장이다. 얼마 전 샤탄은 ‘2020년대의 소리는 아직 없다(There is No Sound of the 2020s. Yet.)’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제는 음악의 소리나 미학적인 파격, 스타일의 진화보다 음악의 둘레에 형성되는 사건과 맥락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라는 주장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포티파이는 2010년대에 등장한 하이퍼팝의 이름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분류’했다. 그 밖에 2020년대에 등장한 새로운 장르라면 트랩의 하위 장르로 출발한 레이지, 인디 슬리즈 리바이벌과 함께 돌아온 블로그하우스 등이 떠오르는데, 이 장르에 속한 노래들을 내게 들려줬을 때 구분해낼 자신은 전혀 없다.
이 말은 요새 ‘새로운 음악’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솔직히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일보다 이제는 음악이 얼마나 틱톡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도록 하는지, 스트리밍 음악 감상의 보편화에 맞춘 유통의 형태에 착 달라붙는지가 더 중요하다. 음악 스타일 역시 그 방향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음악가들과 레이블은 음악의 완성도나 음향적 세밀함, 창의적 시도만큼이나 새로운 플랫폼 안에서 특정한 사건을 유도하고 대중의 유행을 촉발하도록 설계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작업 중 가장 주요한 전략이 신곡의 유효기간을 넓히는 일이라고 주장할 생각이고, 유효기간을 넓히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재발굴이다. 아이오아이가 10주년 기념 앨범에 실은 ‘웃으며 안녕’은 10년 동안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녹음 원본을 비로소 완성한 곡이다. 그야말로 사장 위기에 있던 노래를 길어내는 것. 두 번째는 리메이크다. 태연의 ‘만찬가’는 2023년 열다섯 나이에 틱톡에서 시작해 빌보드 재팬 최연소 1위곡을 써낸 투키(tuki.)의 노래를 다시 해석했다. 그리고 그걸 구독자 153만 명을 거느린 유튜브 채널 <동네친구 강나미>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일본 히트곡을 다시 부르게 하는 프로젝트 형태로 발표했다. 세 번째 방법은 생소함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것이다. 리센느의 ‘러브 어택’은 아무것도 다시 만들지 않았다. 유튜브 자체 제작 콘텐츠에 유입된 대중이 어렴풋이 귀에 남아 있던 그룹의 대표곡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을 뿐이다.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 지나친 바이럴 논란 속에도 유려하고 섬세한 멜로디라인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대중은 이제 ‘러브 어택’을 지난달 나온 노래처럼 신선하게 소비하고 있다.
그리하여 소위 ‘카탈로그 송’(catalog song, 구보)과 ‘커런트 송’(current song, 신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외부의 사건, 재결합, 리메이크, 발굴 등 능동적이고 상업적인 ‘재발행’ 공정이 최근 몇 년 사이 기억의 저편으로 흐릿해지는 노래에 새 생명을 부여한다. 지금부터 들어도 평생이 모자랄 정도로 음악이 쏟아지는 시대에 신곡이 되기까지 2년에서 3년이 걸리는 노래가 많아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셀 수 없이 많은 60초 이하의 동영상, 유명 유튜브 채널과의 컬래버레이션, 모래바닥에서의 열악한 라이브와 이를 촬영하는 직캠 영상, 혹은 하늘의 계시처럼 내려오는 밈. 무엇이든 일어나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새로운 노래’로 인정받기까지 방망이를 깎아야만 새 노래의 자격이 주어진다.
세계 음악 시장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국제 음반 산업은 발매 18개월이 지난 곡을 카탈로그로 분류해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인기를 끄는 음악을 분류하고, 현대의 차트와 구분짓기 위한 1990년대의 합의였다. 3년 전 빌보드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카탈로그 음원의 높은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는 흥미롭다. 우리가 옛날 노래라 여겼던 상당수 노래는 발매 후 10년 이상 혹은 1980년 이전 곡을 뜻하는 ‘딥 카탈로그(deep catalog)’가 아니었다. 발매된 지 18개월에서 10년 이내의 ‘섈로 카탈로그(shallow catalog)’였다. 우리가 옛날 노래라 여겼던 상당수 곡은 최근 10년 이내 발매된 익숙한 노래다. 2023년 BMG(베르텔스만 뮤직 그룹)는 스트리밍 시장에서 카탈로그 음원이 매출의 최대 75%를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하여 신보를 담당하는 프런트라인(Frontline) 사업부와 카탈로그 사업부를 완전히 통합했다. 업계조차 구분을 포기하고 있다.
이제 다시 2026년 9월의 음악 차트로 돌아가보자. 곡 이름 옆에 찍힌 발매일은 처음 그 소리가 실제로 창작되어 음원 형태로 공개된 그 시기가 맞는 걸까. 아니면 그 노래가 가장 뜨겁게 소비되고 있는 오늘날 시점을 진짜 생년으로 기념하고 축하해야 하는 걸까. 이쯤 되면 리센느의 ‘러브 어택’은 역주행이 아니라 신곡이라 불러도 크게 무리 없다고 생각한다. 2년 동안 아무도 모르던 노래를 ‘거제 야호’ 유행 덕에 처음 들었다면 그 곡은 그 사람에게는 그냥 신곡이다. 이미 알던 노래가 돌아오는 고전적인 흐름과는 성격이 다르다. 처음 듣는 노래가 뒤늦게 도착하는 새로운 청취 습관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니 요즘 노래, 신곡이 없다는 말 하지 말자.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음악을 듣고 있다. 다만 그 노래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더 이상 묻지 않을 뿐.
김도헌은 음악 웹진 ‘IZM’의 에디터부터 편집장까지 맡았던 대중음악 평론가로, 음악 웹진 ‘제너레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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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 박세회
- WRITER 김도헌
- ILLUSTRATOR MYCDAYS
- ART DESIGNER 주정화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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