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논알콜 맥주는?
곧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팀 경기는 전부 오전에 시작된다. 치맥은 하고 싶은데 알콜이 부담된다면 맛있는 논알콜 맥주가 답이다. 맥주 전문가 3인이 꼽은 논알콜 맥주 월드컵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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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S 0.0
카스 0.0은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발효 및 숙성 과정도 동일하다. 다른 논알콜 맥주보다 카스 0.0의 칼로리가 95kcal로 유독 높은 이유다. 오비맥주는 맥주가 가진 풍미는 살리고 알코올만 걷어내기 위해 ‘스마트 알코올 분리 공법’(감압 증류 공법)을 사용한다. 쉽게 설명하면, 맥주를 진공 상태에 가까운 낮은 압력으로 낮춘 후 알코올을 증발시키는 식이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피니시가 깔끔하다’와 ‘탄산감이 적당하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이재범 대표는 “맥주라기보단 홉 워터 같아요”라고 말하며 낮은 점수를 준 반면, 주상헌 팀장은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피니시가 가벼워 치킨이나 피자 같은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을 듯해요”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KLOUD NON-ALCOHOLIC
맥주를 평가할 때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말은 긍정적인 뜻일까? 평소 카스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 주상헌 팀장은 블라인드 테스트 중 “탄산감이 좋고 전반적으로 드라이한 편이라 마시기 편했어요. 자주 마실 맥주를 골라야 한다면 저는 이걸 고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호 작가도 “굉장히 라이트해서 벌컥벌컥 들이켜기 좋아요. 경쾌한 피니시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재범 대표는 “전형적인 대형 주류회사의 논알콜 맥주 맛이에요. 경쾌한 건 사실이지만 보디감이 전혀 없죠”라고 평가했다. 클라우드는 독일산 홉과 호주 및 캐나다산 맥아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며 테스트한 제품 중 칼로리(50kcal)가 제일 낮다. 칼로리가 더 낮은 ‘클라우드 클리어 논알콜’과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도 있지만 판매량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클라우드 논알콜이 제일 낫다.
HEINEKEN 0.0
개인적으로 하이네켄을 즐겨 마시는 편이다. 그래서 하이네켄 0.0에 더 박한 점수를 줬다.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블라인드 테스트였는데도 불구하고 ‘이거 하이네켄 같은데요?’라고 말한 사람이 4명 중 3명이나 됐다. 다른 맥주들과 달리 특유의 바나나 향이 짙게 나는 탓이다. “강한 바나나 향과 대조적으로 보디감이 부족하고 뒷맛도 밋밋해요” 주상헌 팀장의 말이다. 공통 의견으로는 탄산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이네켄 0.0은 일반 하이네켄과 같은 재료를 이용해 양조하지만 진공 증류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한 후 향료를 첨가한다는 점이 다르다. 참고로 버드와이저, 칭따오, 기네스가 2020년대에 들어서야 논알콜 제품을 출시한 것에 비해 하이네켄은 2017년 이미 0.0을 선보였으며, 2025년 기준 글로벌 논알콜 맥주 시장에서 단일 제품으로는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GUINNESS 0.0
“기네스인데 기네스가 아니네요” 기네스 0.0의 평은 이 한 문장에 전부 담겨 있다. 블라인드 테스트인데도 평가에 참여한 모두가 기네스라는 걸 알아차렸다. “특유의 시큼하고 탄 곡물향이 나요” 김호 작가의 말이다. 주상헌 팀장 역시 “실크 같은 질감과 쌉싸름한 맛이 기네스의 특징이죠”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네스 0.0이 ‘진짜’ 기네스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부족한 보디감 탓이다. 알코올이 빠진 자리를 향료로 채우기엔 역부족이다. “개인적으로 기네스와 같은 스타우트를 선호하진 않아요. 하지만 입안에 느껴지는 맛만 놓고 봤을 때 제품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이재범 대표의 말이다. 맛과 별개로 기네스 0.0은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논알콜 스타우트라는 점에서 귀한 취급을 받는다.
B LAGER
처음 비 라거를 마셨을 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논알콜 맥주에서 이런 맛이 난다고?” 깔끔한 맛 위주인 다른 제품들과 달리 비 라거는 또렷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기분 좋게 느껴지는 풀 맛과 꿀 뉘앙스가 좋았어요” 김호 작가의 말이다. 이재범 대표 역시 “레몬과 라임, 시트러스의 풍미가 상쾌해요”라는 평을 남겼다. 비 라거가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는 비결은 효모에 있다. 후처리 작업으로 알코올을 제거하는 다른 논알콜 맥주와 달리 비 라거는 애초에 알코올을 적게 내뿜는 특수 효모를 사용해 만든다. 사실 비 라거를 만든 ‘부족한녀석들’은 국내 수제맥주 업계에서 논알콜 맥주를 잘 만들기로 소문난 곳이다. “직업상 다양한 맥주를 접할 기회가 많은데, 국내 논알콜 맥주 중에선 부족한 녀석들의 어프리데이 페일에일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상헌 팀장의 말이다.
TSINTAO 0.0
평가에 참여한 모두가 칭따오 0.0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쌉쌀한 홉의 맛을 아주 잘 구현했어요. 살짝 열대 과일 맛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줄곧 깐깐하게 점수를 주던 이재범 대표의 말이다. 김호 작가의 의견도 비슷하다. “살짝 시큼하다가 프루티한 맛이 올라와요. 피니시가 경쾌해서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좋을 것 같고요.”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주상헌 팀장은 “그냥 맥주 같은데요? 밸런스가 완성형에 가까워요”라는 극찬을 남겼다. 칭따오 0.0은 2021년 ‘유러피언 비어스타’에서 논알콜 맥주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4년 설립된 이 대회에는 매년 2000종 이상의 맥주가 경쟁에 참여하며 150여 명의 전문가가 블라인드 테스트로 품질을 가린다. 2017년 논알콜 맥주 부문이 신설된 후 비유럽권 맥주가 상을 받은 건 현재까지 칭따오 0.0이 유일하다.
SAN MIGUEL NON-ALCOHOLIC
김호 작가는 산미구엘 논알콜을 마신 후 ‘뭉근한 고구마 향’이 난다고 말했다. 내 입맛에는 고구마보다 단호박에 더 가까웠는데, 뭐가 됐든 우리가 기대하는 일반적인 맥주의 맛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마시고 싶지 않다”는 주상헌 팀장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맛도 과하게 시큼하다. 이재범 대표는 “밸런스가 아예 맞지 않아요. 빵 맛이 나긴 하는데 그게 홉과 어우러지지 않는 느낌이죠”라며 “혹시 상한 건 아니겠죠?”라고 말할 정도였다. 탄산도 다른 맥주에 비해 약한 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필리핀 스타일대로 얼음을 넣어 마셔보았으나 단맛이 살짝 줄어들 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BUDWEISER ZERO
블라인드 테스트가 끝난 후 맥주 리스트를 공개했을 때 평가자들이 입을 모아 “의외네요”라고 말한 맥주다. 일반 맥주보다 논알콜 맥주에서 버드와이저의 매력이 더 빛난다고 말할 정도다. “한마디로 딱 깔끔해요. 강렬한 탄산감도 마음에 들고요. 어중간하게 맛과 향을 내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톡 쏘는 탄산과 심플한 맛으로 승부를 보는 게 논알콜 맥주에선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주상헌 팀장의 말이다. “거슬리는 게 없었어요.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한 맛이긴 해요. 탄산감이 좋다는 점엔 동의해요” 이재범 대표의 말이다. 버드와이저 제로는 보리만 사용하는 다른 맥주와 달리 쌀도 함께 사용해 텁텁한 맛을 줄이고 워터리한 피니시를 낸다.
Credit
- PHOTOGRAPHER 정우영
- ASSISTANT 정서현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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