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자라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의 과거와 현재

디올과 메종 마르지엘라를 거쳐 자라까지. 익숙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네 가지 장면을 짚어봤다.

프로필 by 김민호 2026.03.31
존 갈리아노의 흐름을 바꾼 4가지 장면
  • 1984년 : 졸업 컬렉션이 곧바로 판매되며 브랜드 론칭
  • 1997~2011년 : 디올에서 ‘서사 중심의 쇼’를 구축
  • 2011년 이후 :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공백기
  • 2014~2024년 : 마르지엘라를 거쳐 2026년, 자라로 커리어 확장
미국 뉴욕의 밀크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은 존 갈리아노의 모습.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미국 뉴욕의 밀크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은 존 갈리아노의 모습.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2026년 3월, 존 갈리아노가 자라와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라의 기존 아카이브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는 지난 시즌 제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실루엣과 소재, 컬러를 더해 컬렉션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첫 결과물은 2026년 9월 FW 시즌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약 2년에 걸쳐 이어질 예정. 이토록 혁신적인 복귀가 또 있을까요? 이쯤에서 갈리아노의 작업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올과 마르지엘라를 거치며 축적된 방식, 그리고 그 이면에 있었던 몇 가지 장면들까지. 지금 시점에서 그의 흐름을 짚어보면, 이전과는 다른 맥락이 보일테니까요. 이 변화의 흐름을 중심으로,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네 가지 장면을 정리했습니다.



1. 1984년, 졸업 컬렉션으로 바로 시장에 들어갔다.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한 장면.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코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코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코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존 갈리아노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 졸업 컬렉션인 레 앵크루아얄르의 코트 이미지. / 이미지 출처: wordpress.com

그 당시 존 갈리아노의 시작은 굉장히 또렸했습니다. 1984년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하며 선보인 ‘Les Incroyables’는 프랑스 혁명 이후 청년 문화를 모티프로 한 컬렉션입니다. 이 작업은 발표 직후 패션 관계자들로 부터 관심을 받으며, 특히 런던 부티크 브라운스(Browns)를 통해 전량 판매됐었죠. 당시 바이어였던 조안버스타인이 직접 컬렉션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졸업 컬렉션이 곧바로 상업적으로 연결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죠. 이 시점에서 그는 단순한 신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그의 작업이 늘 장면과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 배경도 이때의 출발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연히 당시 신인 디자이너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임에 틀림없는 사실이죠.



2. 1997–2011년, 디올을 하나의 무대로 만들었다.


디올 2006 가을 꾸뛰르 컬렉션 중 존 갈리아노의 이미지.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디올 2006 가을 꾸뛰르 컬렉션 중 존 갈리아노의 이미지.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디올 2002 가을 꾸뛰르 컬렉션 피날레 속 존 갈리아노의 이미지.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디올 2002 가을 꾸뛰르 컬렉션 피날레 속 존 갈리아노의 이미지.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디올 1998 SS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피날레 장면.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디올 1998 SS 오뜨 꾸뛰르 컬렉션의 피날레 장면.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1997년, 갈리아노는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합니다. 이후 약 15년 동안 브랜드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죠. 그의 컬렉션은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매 시즌 하나의 시대나 인물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룩을 풀어내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특정 역사적 배경이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과 연출이 함께 등장했으며, 모델들 역시 단순히 걷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역할을 맡은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쇼는 종종 하나의 공연이나 연극처럼 느껴지곤 했죠. 그 결과 굉장히 도전적이고 새롭다는 평과 동시에 난해하다는 평을 동시에 받기도 했죠. 그런데도 지금까지도 그의 디올 시절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패션쇼를 예술적인 경험으로 바꾸었기 때문인데요. 요즘처럼 패션쇼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대였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탄생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3. 2011년 이후, 속도를 늦추며 방식을 바꿨다.


1994년 당시 자신의 작업실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배경에는 수많은 의상들이 걸려있다.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1994년 당시 자신의 작업실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배경에는 수많은 의상들이 걸려있다. / 이미지 출처: 게티 이미지.

2011년 이후 그는 잠시 패션계에서 물러났습니다. 인종차별 및 반유대주의적 발언 논란 이후 디올과 자신의 브랜드를 모두 떠난 시기였는데요. 이는 커리어의 급격한 단절이었죠. 이후의 그의 시간은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습니다. 빠른 컬렉션 생산 시스템에서 벗어나, 단 하나의 의상을 오래 다루는 과정에 집중했죠. 그는 이 시기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복귀 이후 작업이 이전보다 절제되고 구조 중심으로 바뀐 이유도 이 경험에서 비롯됐죠. 이전의 과장된 연출보다 밀도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중요한 시점이었으니까요.



4. 마르지엘라에서의 10년, 그리고 자라로 이어지는 흐름.


메종 마르지엘라의 2018 FW 남성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특유의 해체주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룩이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2018 FW 남성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특유의 해체주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룩이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0 SS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복 및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0 SS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군복 및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4 아티즈널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안개가 자욱한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에서 쇼를 진행했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4 아티즈널 컬렉션의 런웨이 모습. 안개가 자욱한 파리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아래에서 쇼를 진행했다. / 이미지 출처: 메종 마르지엘라.

2014년, 그는 메종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복귀하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브랜드를 이끌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작업 방식 역시 분명하게 달라졌는데요. 화려한 서사 대신 해체와 재구성에 집중했죠. 안감이 드러나거나 구조가 비틀린 디테일, 제작 과정이 드러나는 옷들이 그 중심에 있었고요. 이후 컬렉션에서는 레이스를 입체적으로 가공하거나, 원단을 변형해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내는 실험도 이어졌습니다. 감정을 반영한 커팅 방식 등 이전과는 다른 접근도 이 시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2024년 봄 꾸뛰르 컬렉션은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그의 변화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 작업으로 남았습니다.


2024년 12월,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마르지엘라와의 이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2026년 자라로 이어지게 되는데요. 기존 아카이브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마르지엘라에서 구축한 접근을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하는 셈이죠. 자라 역시 디자인 중심 브랜드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중요한 시점이고요.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는 한 번도 같은 방식에 머문 적이 없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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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OTO 각 캡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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