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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물을 만나는 열람실, 아뜰리에 사로 인터뷰

고미술, 골동품에서 나아가 취향으로서 기물을 큐레이션하고 흐름을 만드는 사로(sarō) 강채영 대표와의 Q&A

프로필 by 이진수 2026.03.31

2025년 시작된 고미술 트렌드와 취향 사이. 에디터가 촬영을 위해 늘 그렇듯 아름답지만 흔하지 않고, 오래된 것을 찾다가 다다르게 된 곳. 차분하고 정갈한 공간 아뜰리에 사로. 그 곳은 분명 몇 백 년이 넘은 기물을 모으고, 소개하는 공간이었으나 각기 다른 색깔과 이야기를 가진 수 십개의 물건들이 모여 또다른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그 조각들을 오롯이 모은 공간의 주인공, 사로 sarō 의 강채영 대표의 시선과 취향이 만든 세계일 것이다.

사로는 대표의 아뜰리에, 작업실로 시작된 공간이다. 때문에 방문 시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DM 예약이 필요하다. /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는 대표의 아뜰리에, 작업실로 시작된 공간이다. 때문에 방문 시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DM 예약이 필요하다. /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컬렉터 혹은 손님에게 '사로'라는 공간이 '열람실'로 기능하길 바란다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고미술 그리고 그 안에 역사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다. 유행으로든, 취향으로든 그것을 들춰보는 일은 선택이겠지만 사로의 세계를 통해 한 발짝 다가가보는 것은 꽤 정직하고 아름다운 방법일 것이다.

최근 고미술 트렌드 중심지인 답십리와는 조금 떨어져있는 곳인데요. 공간을 기획하고 만들게 된 배경은요

처음에는 작업을 위한 개인적인 수집에서 출발했습니다. 모티프가 되는 대상들을 가까이 두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작업 공간과 수집 공간이 동시에 필요해졌습니다. 공간을 꾸린 이후, 수집 과정에서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로라는 공간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사로 sarō'라는 이름의 의미

사로는 원삼국시대의 사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신라의 전신이 되는 국가로, 이후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시작점에 놓여 있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말씀주신 것처럼 한자로는 ‘흙, 모래의 길’, 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영문 표기는 saro가 아닌 sarō 로 미세한 변주를 주었는데요, 이후 모래시계를 뜻하는 한자의 영문발음 표기가 sarō라는 점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물질의 흐름을 함께 담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로에서 수집하고 있는 오래된 기물들. /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에서 수집하고 있는 오래된 기물들. /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가 수집하는 기물에서도 역시 '결'이 느껴지는데요. 대표님이 갖고 있는 기물 선정 기준에 대해 알려주신다면

기물의 표면에 남아 있는 시간의 흔적을 먼저 봅니다. 충분한 시간이 쌓여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미감과 어떻게 공명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형태, 재료, 용도에서 비롯된 서사나 소장한 사람의 사연이 있는 기물에도 자연스럽게 끌리게 됩니다.

끌린다는 부분에서, 서로 다른 문화에 기반한 기물인데도 어떠한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토기를 보면 그 공통점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서로 다른 문화권의 토기가 형태나 비례의 유사성이 발견되기도 하고, 토기에서 출발한 형태가 청자나 백자로 이어지는 흐름도 확인됩니다. 전반적으로는 과하지 않은 무심한 태도, 그리고 어떤 환경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성질이 공통된 정서처럼 느껴집니다.

대표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기물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안동소반만이 가지고 있는 미학에 빠져 있습니다. 안동은 사대부 문화가 깃든 곳으로 화려함보다는, 균형감 있고 절제된 형태가 특징적입니다. 제가 소장한 것은 여태 만난 소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나무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송 과정에서, 소반 다리를 지지하던 부분이 파손 되어 처음으로 수리를 맡기게 된 기물이기도 해 더욱 애정을 갖게 된 기물입니다.

이미지 제공 : 사로 saro

이미지 제공 : 사로 saro

사로 sarō 큐레이션 01
안동소반
"유교적 절제 미감이 반영된 지역 소반입니다. 장식을 배제한 단정한 선과 균형 잡힌 비례가 특징으로 일상과 의례에 두루 쓰인 생활 가구입니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작년 11월 아뜰리에 첫 오픈 기간 중 방문해주셨던 손님이 기억에 남습니다. 차를 취미로 하시는 분이었는데 첫 만남임에도 꽤 긴 시간을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후 인스타그램에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셨고, 그 분을 팔로우하고 계시던 주변 분들의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최근 참여한 전시에도 찾아와주셔서 풍란을 선물해주셨는데요. 이런 분들 덕에 공간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 감사해요.

기물과의 인연이 다 있다고 하죠. 신기하게 인연이 되었던 기물이 있나요

최근 전시에 출품했던 해태 먹줄통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막 들여온 기물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사로의 기물을 봐오신 분께 전달드리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다른 기물로 교환을 요청주셔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인연처럼 느껴졌습니다. 또 이태원의 한 앤틱샵에 들렀다가 거미줄 가득한 구석에서 고려토기를 발견한 경험도 있는데요, 예상치 못한 방식의 만남이 기물을 더욱 특별하게 여기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로가 추구하고 싶은 가치, 아뜰리에가 가져가고 싶은 작업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옛 기물이 지닌 미감과 서사를 공유하는 ‘열람실’로서 수집이라는 행위를 돕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SNS와 공간을 통해 소통하며 이번 화보와 같은 협업이나 워크숍이나 전시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이어가려합니다. 오는 6월에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오픈 아뜰리에를 열 예정입니다. 이 시기에 작업실 앞 큰 아카시아 나무가 만개하는데요, 옛기물과 초여름의 향기가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집의 출발점이었던 작업에도 집중하려 합니다. 현재 <Chrona>라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머지 않아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 sarō 큐레이션 02
해태먹줄통
"먹줄에 먹을 뭍혀 직선을 표시하는 목공도구입니다. 단단한 목재에 해태형상을 조각하고 눈과 이마를 철제 장식으로 표현한 디테일이 아름답습니다."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 sarō 큐레이션 03
흑유도기 (제작 시기 고려말~조선 초)
"세 개의 와문 장식과 투박한 빗살무늬가 특징. 검은 유약의 두터운 질감과 거친 태토가 어우러진 과도기적 양식이 도드라지는 도기입니다."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이미지 제공 : 사로 sarō

사로 sarō 큐레이션 04
대모부채
"바다거북 등껍질(대모)를 전면에 사용해 제작된 부채입니다. 파초선 형태에 반투명한 색감과 자연스러운 얼룩무늬가 특징적입니다."

Credit

  • Editor 이진수
  • Photo 사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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