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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번키즈 이은찬의 30가지 물건

<에스콰이어 코리아>의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며. 취향 좋은 남자들에게 물어본 30개의 소중한 물건.

프로필 by 성하영 2025.07.24

이은찬 @sunburnkids / 올해로 스무 살. 1년 6개월 만에 <에스콰이어>와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똑같았다. 호기심 어린 눈빛에 차분한 어조, 착하다는 표현으로는 한참 부족한 씀씀이. 이은찬은 전과 다를 것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한다. 스타일리스트이자 브랜드 1.7KG의 디렉터, 그리고 얼마 전 정규 앨범 <Elephant in the Room>을 발매한 뮤지션…. 이렇게 벌여 놓은 일이 많은데도 지금 그가 집중하고 있는 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건강한 삶의 터전을 만드는 일이다. 얼마 전 복지 관련 공부를 위해 한 달 동안 유럽에 다녀왔다는 그의 입가에 웃음이 서렸다.

1 내 등에 업히기를 좋아했던 교회 아이가 준 편지. 거미를 잡겠다고 숲속 여기저기를 함께 뛰어다니던 꼬마가 어느덧 열 살이다.

2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이방인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꺼내 보는 나의 어릴 적 사진. 나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3 내 모든 영상 작업을 함께했던 비디오그래퍼, 가족 같은 지훈이형 @someofuz. 작년 9월에 있었던 내 첫 음감회를 담아준 테이프다.

4 단독으로 디렉팅한 첫 영상의 아트. 마음에 쏙 드는 파란 별을 찾으려고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이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땀냄새가 난다.

5 올해 론칭한 브랜드 1.7KG @1.7kggggg의 첫 미숙아 기부 증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협업해 컬렉션마다 소외된 아이 한 명의 사연을 소개하고 전체 매출의 1.7% 이상을 소외 아동에게 기부한다.

6 이 베스트엔 많은 연구 끝에 살아남은 펑거스 디테일이 숨어 있다. 조용하게 퍼지는 타락한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

7 어릴 적 교회에서 달란트를 모아 샀던 첫 스케이트보드. 나의 장난기 어린 유년기를 증명하는 것 같다.

8 지훈 감독의 캠코더에 이번 유럽 출장에서 버스킹한 흔적들을 담아 왔다.

9 4년 전쯤 쓴 글이다. 내가 태어났던 몸무게를 떠올리며 삶의 본질적 의미를 공부했다. 어떻게 보면 1.7KG의 시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10 내 정욕적 삶을 부정하게 해준 리처드 백스터의 책 <회심>. 흔들리는 나를 잡아준다.

11 세상을 살아가며 목장의 양과 염소 중 난 어떤 존재인지 해답을 찾고 싶어 촬영했던 프로젝트.

12 새벽 4시, 한 번도 쳐보지 않은 기타가 갑자기 갖고 싶어져 당근마켓으로 구매했다. 약속 장소에 가보니 아주 큰 나무 밑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판매자가 말하길 멀리서 본 내가 너무 무서워서 거기에 두고 도망갔다더라.

13 통기타를 치던 어느 새벽 일렉 기타의 소리가 궁금해져 급작스럽게 또 구매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렉보다는 통기타 소리가 좋긴 하다.

14 애정하는 누리 작가님이 선물해준 헤드셋.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법한 낡은 소리가 매력적이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싶을 때면 이 헤드셋을 쓴다.

15 정확히 언제 그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감정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훨훨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 보이지만 다리가 없어 쉬지 못하는 안타까움. 이 그림을 그릴 때 내 모습이 그랬다.

16 돌을 굴리는 시지프 신화를 보며, 내 실수와 고민들이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 돌아오는 삶에 지쳐 있을 때 그린 그림이다.

17 어린 내 재능을 믿고 지지해준 민욱이 형이 생일 선물로 그려줬다. 풍선을 들고 별 위에 선 아이가 너라고 하면서.

18 1.7KG의 첫 프로젝트 포스터. 애정하는 페인터이자 우리 브랜드 디자이너 희림의 작품이다. 그녀와 앞으로 그려갈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19 처음 디렉팅한 뮤직비디오에서 푸른 물감이 범벅된 이 방탄복을 입었다. 스타일리스트 원종의 작품.

20 인체처럼 굽어져 있는 이 테이블을 벼룩시장에서 보자마자 구매했다. 스탠리 큐브릭이 선물해준 듯 그의 미감이 묻어 있다.

21 다양한 죽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다 스데반 집사의 죽음을 보게 됐다. 죽음 이후의 삶에 가치를 두어야겠다는 다짐으로 나무 박스에 글을 써 내려갔다.

22 오래된 건반이라 버튼을 10번 이상 눌러야 전기가 들어온다. 이 건반으로 모든 곡을 만들었다.

23 사랑스러운 교회 아이가 명패에 그린 그림.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24 레오 카락스의 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 이 영화를 여덟 번 본 뒤에야 비로소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25 어떤 공간에 있든 그림을 그리는 습관이 있다. 이 노트를 열면 그때의 향이 기억난다 .

26 하루에 성경 3장씩을 묵상하고 적어둔다.

27 설교를 들은 다음 그걸 정리하고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적어본다. 내게 이 노트의 글은 갈증을 해결해주는 생명수와도 같다.

28 마태복음의 강해를 정리한 노트. 내게 가장 필요한 구절을 정리해두었다.

29 그리고 마지막, 이건 성경을 좀 더 적용적 측면에서 정리한 노트다. 지식과 실천은 함께 가야 하기에 그 실천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대해 적었다

30 1.7KG 피스 중 한 피스만 제작하는 아트 피스들은 전부 이 오래된 재봉틀로 만든다. 중고 장터에서 데려와 끼릭끼릭 소리가 나지만 힘은 좋다.


Credit

  • PHOTOGRAPHER 표영민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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