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알로하 셔츠가 탄생시킨 기록들

에스콰이어가 들려주는 패션 아이템의 비하인드 스토리, 알로하 셔츠 편.

프로필 by 이하민 2025.07.14

알로하 셔츠

하와이안 셔츠라고도 불리는 알로하 셔츠(Aloha shirt)의 탄생 시기는 1920년대 말부터 1930년대 초반으로 본다. 당시 하와이엔 이미 많은 동양계 이민자들이 정착해 있었는데, 호놀룰루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던 코이치로 미야모토(Koichiro Miyamoto) 14가 시원한 기모노 원단으로 셔츠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1930년대 중반, 다양한 하와이 제품에 ‘알로하’라는 이름이 붙게 되면서 이 셔츠 역시 알로하 셔츠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와 태평양 제도에서 복무한 군인들이 돌아가면서 미국 본토에도 알로하 셔츠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1959년 하와이가 미국의 50번째 주가 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관광객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알로하 셔츠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기념품이자 패션 아이템으로 점차 대중화되었다.


스크린 속

여름, 이국적인 휴양지, 우쿨렐레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 파도와 선선한 바람, 걱정 없이 행복한 사람들… 알로하 셔츠가 주는 이미지는 뚜렷하다. 이렇게 분명한 인상 덕분에 알로하 셔츠는 스크린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영화 <블루 하와이>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11는 새빨간 알로하 셔츠에 꽃목걸이인 레이를 걸어 극 중 배경인 하와이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전달했고, <파이트 클럽> 속 브래드 피트 13는 화려한 알로하 셔츠에 짙은 레드 레더 재킷을 매치해 자유롭고 반항적인 캐릭터를 표현했다. 짐 캐리는 <에이스 벤추라> 10에서 알로하 셔츠와 프린트 티셔츠, 스트라이프 팬츠로 개성 있는 스타일을 선보이며 유쾌하고 엉뚱한 이미지를 살리기도 했다. 한편 <로미오+줄리엣>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12는 팝한 디자인의 알로하 셔츠를 활용해 영화의 독특한 미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다채로운 디자인

알로하 셔츠로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토미 바하마(Tommy Bahama)와 토리 리처드(Tori Richard). 하와이에 있는 이들 매장에 들어서면 꽃과 식물 프린트가 새겨진 수백 장의 알로하 셔츠를 마주하게 된다. 화려한 패턴, 현란한 색감에 압도되기 마련. 한편 전형적인 프린트를 벗어나 현대미술의 한 장르처럼 패턴이 변화무쌍한 알로하 셔츠도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카메하메하(Kamehameha) 3의 셔츠가 좋은 예다. 이런 특징은 패션 브랜드의 알로하 셔츠에서 한층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디다스는 2016년 퍼렐 윌리엄스와 협업해 마치 페이스페인팅을 연상시키는 그래픽 패턴의 알로하 셔츠4를 선보였다. 이 셔츠는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리셀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리트 브랜드 와코 마리아는 <하이 타임스> 매거진 표지를 패턴화한 셔츠 2를 출시했고, 그라피티 아티스트 넥페이스와 함께 헤비메탈 감성이 담긴 독특한 디자인 1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다채로운 디자인 덕분에 알로하 셔츠만을 아카이빙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hawaiian_shirt_gallery는 알로하 셔츠가 본격적으로 부흥하던 1930년대를 시작으로, 당시 출시된 다양한 디자인과 희귀한 패턴들을 소개한다.


알로하 셔츠 러버

이 옷의 대체 불가한 매력 덕분에 알로하 셔츠를 수집하거나 즐겨 입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픽사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감독 존 래시터(John Lasseter) 5가 있다. 그는 수백 벌의 알로하 셔츠를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신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테마를 활용한 알로하 셔츠를 공식석상에 입고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30년간 매일 알로하 셔츠만 입은 사람도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빈티지 알로하 셔츠 가게 베일리 앤티크 앤 알로하 셔츠(Bailey’s Antiques and Aloha Shirts)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베일리는 매일 알로하 셔츠를 입으며, 무려 1만5000장에 달하는 알로하 셔츠를 모아 판매하고 있다. 단돈 5달러부터 5000달러에 달하는 셔츠까지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의 가게에서 무려 1만 달러를 쓰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브랜드가 알로하 셔츠에 매료된 사례도 있다. 1986년,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 6는 하와이 전통 폴리네시안 문화에서 영감받아 파타고니아와 알로하의 합성어를 칭하는 파타로하(Pataloha)라는 라인을 만들어 매년 여름 다양한 디자인의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바캉스룩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데일리하게 입기에도 손색이 없는 것이 알로하 셔츠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는 것이 좋을까? 해리 스타일스 8처럼 단추를 여유 있게 풀고 스키니핏 팬츠와 첼시부츠를 매치하거나, 보디 룩 9처럼 셋업으로 위아래 패턴을 맞춰 입고 채도 낮은 재킷으로 밸런스를 잡을 수도 있다. 좀 더 차분하고 단정한 인상을 원한다면 테일러드 팬츠를 활용 7하는 것도 방법이다. 알로하 셔츠의 매력을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예상치 못한 패턴을 지닌 빈티지 알로하 셔츠에 주목해도 좋다. 특히 알로하 셔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두 곳, 일본과 하와이에는 이 셔츠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빈티지 숍이 많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숍 한 곳을 골라 보물찾기하듯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나만의 패턴을 찾아볼 것. 분명 마음을 사로잡는 알로하 셔츠를 발견하게 될 거다. 오직 이 계절에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알로하 셔츠. 취향 따라 기분 따라 마음껏 즐기는 일만 남았다.



Credit

  • EDITOR 이하민
  • ASSISTANT 송정현
  • ART DESIGNER 주정화

이 기사엔 이런 키워드!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