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인터뷰: 가족, 유년기와 음악에 대한 진솔한 고백
필릭스는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모르는 안타까운 세상에 살고 있고, 그러나 작은 제스처와 짧은 만남으로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이로운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고민들이 쌓여 필릭스의 세계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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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메트리컬 버튼 드레스, 미드나잇 펄 초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필릭스 특유의, 늘 사람들을 배려하면서도 그걸 부담스럽지 않은 온도로 내놓는 애티튜드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도드라지는 순간들이 쇼츠에서 유명해지기도 했고요. 그것도 가풍의 영향일까요?
네. 어릴 때 어른들과 시간을 많이 보낸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증조할머니까지 오래 같이 살았거든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예의나 삶의 기본적인 규칙을 많이 배웠고요. 최근에 유튜브 <홍석천의 보석함>에 출연했을 때도 홍석천 선배님이 제가 그런 환경 덕분에 잘 자란 것 같다고 칭찬해주셨는데요. 사실 저도 그게 맞는 말씀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할머니, 모든 가족에게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것에 대해) 늘 감사하고 있어요.
우애도 일반적인 남매와 다르던데요. 말없이 호주 본가에 돌아가서 여동생에게 서프라이즈하는 영상을 보니까, 울면서 껴안는데 굉장히 애틋해 보였어요.
(웃음) 어릴 때 제가 여동생이랑 많이 놀았거든요. 서로 장난도 많이 치지만 다투기보다는 즐거움과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가까웠죠. 그래서 그 영상에서도 그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오지 않았나 싶고요. 제가 봐도 저희 집이 사랑이 많은 집이었던 것 같긴 해요.

그래픽 트위드 퍼프 슬리브 바이커 재킷, 자카르 블라우스, 보디슈트, 미드나잇 펄 초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학창 시절 일화로, 학교 애들이 필릭스 보려고 부모님 차 대신 스쿨버스를 많이 탔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필릭스는 볕 좋은 곳 아무 데서나 누워 잠드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고요. 그렇게만 종합하니까 순정만화 속 남자 주인공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인기는 많지만 또래 친구들의 세계에 무심하고, 혼자 옥상에서 고독을 즐기는.
(웃음) 저도 제가 어떤 아이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때는 친구도 되게 많았고 즐거운 거, 재미있는 거 좋아했거든요. 그러다가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좀 바뀌었던 것 같긴 해요. 자라는 시기잖아요. 생각도 많아지고, 전에 없던 책임감도 생기고.
중학생이 벌써 책임감을 가져요?
저는 그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음악 분야에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커가면서 점점 ‘만약 그런 쪽에서 뭔가를 성취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하고, 내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죠. 좀 진지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춤을 추고, 피아노와 노래를 배우면서도 그게 좋아서 마냥 즐기고 노는 느낌은 아니었던 거죠.

그래픽 트위드 퍼프 슬리브 바이커 재킷, 자카르 블라우스, 보디슈트, 미드나잇 펄 초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첫 자작곡이었던 ‘Deep End’는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확장해서 만든 노래라고 들었어요.
네. 제가 MBTI가 ENFJ인데, F가 좀 강하거든요. 특히 곡 작업을 할 때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 하나하나에 주목하고 특정 감정에 깊이 연결된 상태로 쓰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추억이 중요하죠. 경험을 해봐야 사람으로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하지만, 그 경험들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이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잖아요.
‘Deep End’부터 최근 선보인 ‘Unfair’까지 틈틈이 자작곡을 선보이고 있어요. 지금의 필릭스에게 작사·작곡은 어떤 의미일까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공감’의 의미인 것 같아요. 제가 열심히 만든 작업물을 팬들에게,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지만, 결국 발표하고 나서 가장 큰 의미를 느끼는 건 그 곡에 대한 반응이거든요. ‘아, 이 감정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구나’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고, 우리가 서로 이렇게 공감할 수 있구나’. 반응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Unfair’는 특이하게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곡이에요.
어느 날 여동생이 영화 <미녀와 야수>를 봤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어, 그 영화 나도 옛날에 봤는데 재밌지” 하고 답하는데, 갑자기 그 영화 속의 것들이 데자뷔처럼 찾아오더라고요. 어릴 때 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 어릴 때는 이해를 못 했는데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상황들.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나니까 더 깊이 빠져들었고요. ‘내가 만약 야수라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벨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저런 상황에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상상이 계속 펼쳐졌고 결국 그 이야기의 스토리텔링을 제 스타일로 해보기로 한 거죠. 같은 스토리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추억과 경험 속에서 감정의 연결 고리를 찾은 ‘Deep End’ 때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이 들어간 작업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연장선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이렇게 가수로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만약 다른 삶을 살았다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상상해보는 거죠. 그걸 음악으로 풀어내고, 가사를 쓸 때도 기본적으로 그런 공감을 기반으로 쓰려고 노력해요.

주얼 버튼 슬리브리스 카디건, 미드나잇 펄 소트와르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Unfair’는 래퍼, 보컬 필릭스의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곡 같기도 해요. 존재감이 큰 목소리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사용해서 한 곡을 흥미롭게 채울 수 있다는 데에 저는 새삼 놀랐거든요.
개인적으로 곡을 다이내믹하게 끌고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재미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반대로 고민도 많이 하죠. 다양하면서도 내추럴해야 하잖아요. 어쨌든 곡으로 전달하려는 건 감정이니까요. 그래서 ‘Unfair’ 때는 연습도 정말 많이 하고, 열심히 준비했어요. 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제 안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늘 ‘두 배로 돌려줄’ 생각뿐이군요.
그만큼 고마우니까요.(웃음) 제 팬들은 늘 저에게 예쁘게 말해주고 어떻게 하면 저를 더 잘 응원할지 고민하잖아요. “네가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 그만큼 나도 더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 많이 보여줄게.” 제가 하는 노력들이 궁극적으로는 그런 메시지로 전달될 거라고 믿어요.

프린지 트림 카디건, 프린지 트림 풀오버, 플레어팬츠, 미드나잇 펄 소트와르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LV 바로크 부츠 루이 비통.
다정하고 건강한 마음이네요.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이 필릭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있었잖아요. 그 영상에서 보니까 오래도록 동고동락한 멤버들도 경이로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필릭스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모르겠어요. 사실 저는 어느 영화에서 나왔던 이런 대사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어요. “Do you believe you’re a good person?”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느냐는 거죠. 그 순간 든 생각이,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사실 저도 “Yes”라고 답은 못 할 것 같았거든요. 답은 이랬어요. “I don’t believe I’m a good person. But I try to be.(나는 좋은 사람은 아냐. 하지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지.)” 그 표현이 크게 와닿았고, 정말 많이 곱씹었어요.
천성이 선량한 부분도 있겠지만, 필릭스도 기본적으로는 계속 좋은 사람이고자 노력하는 거군요.
맞아요. 어쨌든 저는 정말 많은 사람을 마주치는 직업을 갖고 있잖아요. 주변에 소중한 사람도 많고, 또 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저는 늘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싶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그 노력이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거나, 어떤 종류의 연기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우리는 서로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잖아요. 저 사람이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얼마나 바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면 저절로 사람들을 잘 대하고자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시작할 때 한 악수가 생각나네요.
저랑 한 악수요?
네. 들어오면서 “아까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다”며 눈을 보고 악수를 청하셨잖아요. 그때 제가 느낀 묘한 감동이 ‘나이스한 애티튜드’에 대한 건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하며 곱씹어보니 ‘신시어(sincere, 진심 어린)한 마인드’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웃음) 신시어하고자 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제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이런 자리를 워낙 좋아해요. 사람이 다 다르잖아요. 저는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게 아직도 너무 신기하고 좋은가 봐요.

스카프 블라우스, 플레어팬츠, 미드나잇 펄 소트와르 네크리스 모두 루이 비통 by 니콜라 제스키에르.
Credit
- FASHION EDITOR 윤웅희/이하민
- FEATURE EDITOR 오성윤
- PHOTOGRAPHER 박종하
- STYLIST 권혜미
- HAIR & MAKEUP 장해인
- SET STYLIST 최서윤
- ASSISTANT 박예림/송채연
- ART DESIGNER 김대섭
CELEB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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