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디 2025 F/W 패션쇼
100주년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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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거대 하우스로 자리 잡은 패션 브랜드의 시작과 발전에는 공통적인 특별함이 있다.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할 것, 브랜드를 확장시킬 수 있는 보편적이고도 고유한 언어를 만들 것. 모두가 그걸 해낸 것은 아니고, 해냈다 한들 모종의 이유로 사라진 이들이 너무나 많다. 바꿔 말하면 오랫동안 이름을 지켜온 브랜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펜디의 시작은 뛰어난 가죽과 퍼 제품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여기서 보란듯이 우아함, 장인정신, 혁신적 스타일이라는 기치를 세웠다. 올해는 펜디가 탄생한 지 딱 100주년 되는 해. 2월 26일, 밀라노에서 열린 펜디 2025 F/W 여성 및 남성 컬렉션 쇼는 지난 한 세기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비전을 공표하는 기념비적 이벤트였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길고 아득한가. 그동안 쌓인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 펜디의 이번 쇼는 하우스의 역사와 유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단 쇼장의 시노그래피부터 확실히 그랬다. 나무 패널로 장식된 육중한 이중문, 길게 깔린 카펫과 고풍스러운 의자, 화려한 샹들리에… 새로운 스파치오 펜디는 로마 비아 보르고뇨나(Via Borgognona)에 있었던 최초의 펜디 부티크 살롱을 재현하며 패션쇼를 위한 완벽한 무대로 변모했다. 그곳에서 뛰어놀았을 펜디 가문의 다섯 자매를 상상하던 찰나,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의 쌍둥이 손자들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쇼의 시작이었다. 컬렉션의 포문은 칼라를 높게 치켜세운 풍성한 플레어 퍼 코트가 열었다. 펜디의 정체성을 관객들에게 주지시키는, 명백한 스테이트먼트 피스. 그 뒤론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퍼와 레더 룩이 줄을 이었다. 현대적이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해석된 시어링이 상당 부분 폭스, 밍크, 세이블의 자리를 대체하고 고급 퍼에 주로 쓰이던 인타르시아, 허니콤, 게로나토 패치워크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실루엣은? 새틴 발자 스커트, 플라운스 디테일의 코롤라 재킷, 둥글게 볼륨을 살린 슬리브가 펜디 특유의 풍성함을 거침없이 드러냈고 마블 플리세와 리브드 니트 드레스, A라인 셰브론 스커트는 하우스의 현대적인 우아함을 대변했다. 물결 모양 퀼팅의 새틴 스커트, 비숍 슬리브로 드레이핑한 뒤셰스, 미러와 크리스털 자수로 장식한 체크 부클레는 이브닝 웨어로도 손색없었다. 테일러링은 브레이슬릿 슬리브 블레이저와 스토브파이프 플레어 실루엣에서 정점을 찍었다. 새틴 리비어 디테일을 강조한 보일드 울 코트, 오버사이즈 실루엣이나 플리세 타프타 스카프 칼라로 변주된 트렌치코트는 꼭 한번 입어보고 싶은 옷. 마르탱갈 디테일로 극적인 실루엣을 완성한 로 컷 코트는 불꽃놀이의 잔상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룩이었다.

게다가 백들은 또 얼마나 탐스러웠나. 두 개의 반달을 붙여놓은 듯한 펜디 지아노 백은 클러치에서 숄더백으로 변형되는 독특한 구조가,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펜디 스파이 백은 트위스트 핸들과 시어링 소재가 특히 아름다웠다. 또 시어링 인타르시아와 디스코 시퀸, 플루티드 스웨이드로 장식한 피카부 소프트, 레오퍼드 워터스네이크와 미러 자수로 화려함을 더한 바게트 백도 눈길을 끌었다. 업사이클 패브릭으로 만든 펜디 맥시 참은 컬렉션 곳곳에 위트를 더했으며, 펜디 루이 소프트 지퍼 더플백과 메탈 FF 로고 장식 호보백은 모든 남자가 탐낼 만한 가방이었다.
마침내 모든 룩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피날레. 런웨이 위로 쏟아져 나오는 86벌의 룩은 선명하고도 강렬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펜디의 유산과 비전, 가죽과 퍼, 이탈리아적인 기품과 과감한 파격, 유머와 절제, 엘레간차와 스트라바간차. 그 오묘한 조화와 대비가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하는 것만 같았다. 펜디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펜디다운 것은 과연 무엇인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하고도 강렬한 답을 찾고 싶었을 터. 결국 이번 쇼는 펜디의 지난 100년과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자기 증명인 셈이다.

Credit
- PHOTO 펜디
- ART DESIGNER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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