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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무브먼트'로 살펴보는 시계업계의 기술 혁신 part.1

태엽의 장력이 마찰을 거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로 시간을 분할하는 메커니즘. 시계학의 역사에서 기술 혁신은 언제나 다이얼 뒤편, 즉 무브먼트의 공간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중력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해 초고주파 진동과 신소재의 도입, 그리고 전자 공학과의 대담한 접목에 이르기까지. 시계 제조사들이 정밀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던진 위대한 답안이자, 워치메이킹의 흐름을 결정지은 10개의 혁신적인 무브먼트를 통해 워치 산업의 진화사를 돌아봅니다.

프로필 by 차종현 202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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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VLGARI [ Caliber BVF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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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을 위한 신규 설계

사람들은 집이든 차든 무언가를 담는 물건은 대체로 클수록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무브먼트처럼 어딘가 담겨야 하는 물건은 작을수록 좋다. 언젠가 케이스를 줄여야 할 때 도움이 될 테니까.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쏟아진 다운사이징 모델들은 기존 무브먼트를 활용하되 외형만 작게 다듬어 출시되었다. 하지만 옥토 피니씨모 37mm 모델에서는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 없었다. 기존 40mm 모델의 칼리버 BVL 138은 직경이 36.6mm라서 새로운 37mm 케이스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다. 그래서 불가리는 같은 디자인에 사이즈만 다른 시계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를 제작했다. 바로 칼리버 BVF 100이다. 단순히 사이즈만 축소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다른 설계를 적용한 무브먼트다. 직경은 31mm로 기존 BVL 138에서 5.6mm 줄었고, 두께는 2.35mm로 기존 대비 0.12mm 늘었다. 이번 BVF 100을 개발하면서 불가리는 울트라-신 욕심을 잠시 내려놓았다. 대신 전체 부피를 20%가량 줄이면서 파워 리저브를 60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렸다. 일반적으로 무브먼트 사이즈가 작아지면 성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옥토 피니씨모 37mm는 그 반대인 셈이다. 불가리는 피콜리씨모 같은 여성용 소형 칼리버에서 축적한 미니어처화 기술을 BVF 100에 접목했다. 마이크로 로터에는 텅스텐이 아닌 플래티넘 소재를 사용했으며, 무브먼트에 옥토의 정체성을 반영한 팔각형 스크루를 사용한 것도 재밌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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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EMARS PIGUET [ Caliber 7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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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크라운 포지션

오데마 피게가 2025년 발표한 칼리버 7138은 퍼페추얼 캘린더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화 중 하나다. 새로운 칼리버 7138은 퍼페추얼 캘린더의 모든 메커니즘을 하나의 층에 통합했다. 핵심은 날짜 휠이 달의 길이를 인식하는 캠과 다음 달 휠을 구동하는 기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월말 형상을 감지하는 스네일 캠과 월 휠을 돌리는 핑거가 각각 별도의 부품으로 존재했지만, 칼리버 7138은 이를 날짜 휠 안으로 흡수했다. 날짜 휠의 비대칭 톱니가 스네일 캠을 대신해 그랜드 레버에 읽히고, 톱니 하나가 핑거 역할을 맡아 월 휠을 전진시킨다. 덕분에 세 개였던 층이 하나로 줄면서 무브먼트 두께가 4.1mm까지 감소했다. 캘린더 조작 방식도 특별하다. 칼리버 7138은 별도의 조정 버튼 없이 여섯 개의 캘린더 표시를 모두 크라운 하나로 조정할 수 있다. 기본 위치에서는 와인딩을 수행하고, 한 칸 당기면 날짜와 월·윤년, 두 칸 당기면 시간을 조정한다. 이후 한 칸을 다시 밀어 넣으면 요일·주 표시와 문페이즈를 조정할 수 있다. 이는 ‘원더링 휠(Wandering Wheels)’이 크라운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기구와 맞물리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또한 밤 8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는 날짜 변경을 물리적으로 차단해 고장 위험을 줄였다. 무브먼트를 구동하는 베이스는 2022년 로열 오크 점보 Ref. 16202에 처음 도입된 칼리버 7121이며, 약 55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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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PAIN [ Caliber 15GS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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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멜로디를 지닌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블랑팡이 2025년 공개한 그랑 더블 소네리의 칼리버 15GSQ는 브랜드 290년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무브먼트다. 8년의 개발 기간 동안 1200장의 기술 도면이 그려졌고, 21개의 특허 출원 중 13개가 최종 구조에 반영되었다. 그랑 소네리는 15분마다 시와 쿼터를 자동으로 타종하는 기능이고, 쁘띠 소네리는 15분마다 쿼터만 치고 시는 정시에만 치는 기능이다. 칼리버 15GSQ는 슬라이드를 통해 이 두 가지 모드와 무음 모드를 전환할 수 있으며, 미니트 리피터와 플라잉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까지 갖췄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계 최초의 ‘더블 소네리’ 기능이다. 8시 방향 푸셔로 두 가지 멜로디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전통적인 웨스트민스터 차임이고 다른 하나는 에릭 싱어가 작곡한 블랑팡의 오리지널 멜로디다. 4개의 공이 서로 다른 음을 내며, 레이저로 주파수를 측정해 정밀하게 조율했다.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무음 마그네틱 조속기다. 일반적인 조속기가 공기저항이나 마찰을 이용해 회전을 제어하며 소음을 발생시키는 반면, 칼리버 15GSQ는 자기력으로 회전을 제어해 이를 없앴다. 구동계와 타종계는 각각 별도의 배럴을 사용하며, 크라운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돌려 각각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구동계 파워 리저브는 96시간, 타종계는 그랑 소네리 모드에서 12시간, 쁘띠 소네리 모드에서 14시간이며 무브먼트는 총 1053개의 부품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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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IN STROM [ Caliber ARR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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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조낭스와 미니트 리피터의 만남

아르민 스트롬은 레조낭스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드문 매뉴팩처다. 레조낭스란 서로 인접한 두 진동체가 미세한 에너지를 교환하며 자연스럽게 동일한 리듬으로 동기화되는 물리 현상이다. 이를 시계에 적용하면 외부 충격이나 자세 변화가 발생해도 두 개의 밸런스 휠이 서로의 오차를 보완하며 높은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다. 미니트 리피터 레조낭스 12:59의 칼리버 ARR25는 기존 ARR18을 전면 재설계한 것으로, 레조낭스 메커니즘과 미니트 리피터를 하나의 무브먼트에 통합했다. 무브먼트에는 2개의 완전히 독립된 레귤레이팅 장치가 들어 있으며, 각각 자체 배럴과 휠 트레인, 이스케이프먼트, 밸런스 휠을 갖춘다. 두 장치는 클러치 스프링 하나로 연결되어 미세한 진동을 주고받으며 동기화되고, 결과적으로 오차가 평균값에 수렴된다. 칼리버 ARR25에는 웨스트민스터 타종이 결합되었다. 일반적인 미니트 리피터가 두 개의 공으로 두 음을 내는 것과 달리, ARR25는 해머 네 개와 공 네 개로 네 음의 웨스트민스터 시퀀스를 연주한다. 또한 9시 방향 슬라이더로 표준 모드와 ‘12:59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표준 모드는 현재 시각을 울리고, 12:59 모드는 현재 시간과 무관하게 미니트 리피터가 낼 수 있는 최대 시퀀스인 12시 59분의 타종을 재생한다. 두 모드의 전환은 칼럼 휠 시스템으로 제어되며, 선택된 모드는 다이얼 인디케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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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MILLE [ Caliber RMUL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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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가벼움

RM 55-01에 탑재된 칼리버 RMUL4는 무게가 5g 미만이다. 일반적인 수동 무브먼트가 15~25g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이다.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비결은 소재와 비움의 미학에 있다. 메인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했고, 심플한 스켈레톤 디자인으로 그 가벼운 소재마저 덜어냈다. 무게는 가볍지만 구조는 간단치 않다. 경량 모델답지 않게 트윈 배럴을 사용했는데, 2개의 배럴에서 힘이 고르게 나오는 가운데 구간만 사용함으로써 등시성을 확보했다. 전체 구간을 다 쓰지 않기 때문에 파워 리저브는 55시간 정도다. 사실 리차드 밀이 가벼운 무브먼트를 만드는 것은 내구성을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손목에서 시계가 흔들릴 때 무브먼트에 걸리는 관성력은 질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같은 충격이라도 부품이 무거울수록 더 큰 힘을 받는다. 반면 가속도는 외부 환경에 의해 결정되므로 설계자가 통제하기 어렵다. 결국 내충격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는 질량이다. 무브먼트와 부품을 더 가볍게 만들수록 충격 시 각 부품에 전달되는 힘이 줄어들어 내구성이 향상된다. 결국 칼리버 RMUL4의 극단적인 경량화는 내구성과 착용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리차드 밀의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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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CHA JONGHYUN
  • writer LEE SA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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