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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무브먼트'로 살펴보는 시계업계의 기술 혁신 part.2

태엽의 장력이 마찰을 거쳐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로 시간을 분할하는 메커니즘. 시계학의 역사에서 기술 혁신은 언제나 다이얼 뒤편, 즉 무브먼트의 공간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중력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해 초고주파 진동과 신소재의 도입, 그리고 전자 공학과의 대담한 접목에 이르기까지. 시계 제조사들이 정밀함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던진 위대한 답안이자, 워치메이킹의 흐름을 결정지은 10개의 혁신적인 무브먼트를 통해 워치 산업의 진화사를 돌아봅니다.

프로필 by 차종현 202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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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ER DUBUIS [ Caliber RD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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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토르와 퍼페추얼 캘린더의 만남

엑스칼리버 퍼페추얼 캘린더 콰토르의 칼리버 RD116은 4개의 밸런스 휠을 가진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다. 콰토르 개념 자체는 2013년 로저드뷔가 선보인 것으로, 투르비용과 다른 방식으로 중력 문제를 다룬다. 투르비용은 이스케이프먼트 전체를 케이지에 넣고 회전시켜 자세에 따른 오차를 서로 상쇄한다. 반면 콰토르는 밸런스 네 개를 서로 다른 각도로 놓고, 그 오차를 곧바로 중화한다. 네 개의 밸런스는 모두 4Hz로 진동하며, 두 개씩 짝을 이뤄 서로 90도 각도로 배치된다. 어느 한 자세에서 두 밸런스가 중력의 영향으로 느려지면, 그와 직교하는 다른 두 밸런스가 그만큼 영향을 덜 받거나 반대 방향의 오차를 만든다. 이 네 개의 서로 다른 값을 하나의 출력으로 합치는 것이 디퍼렌셜 기어다. 로저드뷔의 콰토르 시스템은 네 개를 두 쌍씩 묶어 평균을 산출하고, 그 결과를 다시 평균화해 최종적으로 하나의 기어 트레인으로 내보낸다. 칼리버 RD116은 이 콰토르 메커니즘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더한 새로운 무브먼트다. 캘린더 메커니즘 자체는 기존 방식을 따르지만, 이것이 콰토르 메커니즘과 결합해 만들어내는 조형적 아름다움은 무척 인상적이다. 주변부 4개 밸런스 휠의 배치를 고려해 무브먼트 중앙에 캘린더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4개의 밸런스 휠을 움직여야 하는 탓에 에너지 소모가 커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파워 리저브는 40시간에 불과하다. 그래서 RD116은 사용자가 월 표시를 직접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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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ERAI [ Caliber P.2031/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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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지속되는 파워 리저브

파네라이는 파워 리저브 분야의 전통 있는 강자다. 이탈리아 해군이 극한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파네라이는 1950년대 중반 안젤루스 SF240 칼리버를 사용해 8일간의 파워 리저브를 갖춘 다이버 워치를 개발했다. 이 역사는 2005년 칼리버 P.2002(8일), 2007년 칼리버 P.2003(10일)으로 이어졌고, 올해 루미노르 31 지오르니의 칼리버 P.2031/S로 정점을 찍었다. ‘31’이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무브먼트는 31일의 긴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P.2031/S에는 4개의 배럴이 있는데, 메인 스프링을 모두 펼치면 전체 길이가 3.3m에 달한다. 이론상 36일까지 구동할 수 있지만, 정확하고 안정적인 작동을 위해 파네라이는 토크 리미터(Torque Limiter) 시스템을 넣어 파워 리저브를 31일로 제한했다. 이 토크 리미터 장치는 배럴이 31일을 초과해 감기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시계를 미리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칼리버 P.2031/S는 토크 곡선의 양 끝을 잘라내고 안정적인 중간 대역만을 사용하게 된다. 참고로 완전 방전 상태에서 풀 와인딩을 하려면 크라운을 128회 돌려야 한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4시 방향에 큼직하게 배치되었으며, 날짜는 편광 투명 디스크를 통해 창 안에서만 보이도록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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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ILTON [ Caliber H-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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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의 대중화

해밀턴이 오랜만에 새로운 무브먼트인 H-23을 선보였다. ETA가 해밀턴 전용으로 제작한 이 무브먼트는 기존 파워매틱 80 계열의 수동 무브먼트에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을 더했다. 파워 리저브 표시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기능이다. 태엽이 얼마나 감겨 있는지를 직접 재는 방법이 시계 안에 없기 때문이다. 대신 두 가지 회전을 비교해 간접적으로 알아낼 수는 있다. 즉 메인 스프링을 얼마나 감았는지, 그리고 메인 스프링이 얼마나 풀렸는지, 이 두 가지 정보의 차이를 계산하면 남은 동력을 파악할 수 있다. 두 정보를 입력받아 그 차이만큼 바늘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차동 장치인데, 칼리버 H-23의 차동 장치는 톱니의 맞물림이 아니라 부품 사이의 마찰로 작동한다. 이렇게 하면 구조가 단순하고 얇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충격을 받으면 마찰면이 미끄러져 바늘이 가리키는 값과 실제 태엽 상태가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해밀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럴 내부에 슬리핑 스프링을 적용했다. 원래 오토매틱 시계에 들어가는 장치로, 메인 스프링을 미끄러지게 해서 로터가 계속 움직이더라도 오버 와인딩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수동 무브먼트인 칼리버 H-23에도 이 부품이 탑재되었으며, 덕분에 태엽을 끝까지 감을 때마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자동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표시가 어긋나더라도 완전히 감아주면 다시 복구되는 셈이다. 오버 와인딩으로 인한 고장 위험이 봉쇄되는 것도 부가적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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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MIGIANI FLEURIER [ Caliber PF0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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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를 숨기다

파르미지아니의 칼리버 PF053은 최근 등장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중 가장 흥미로운 엔진이다. 톤다 PF 크로노그래프 미스터리외의 다이얼에는 서브 다이얼이나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보이지 않는다. 시·분침과 크로노그래프 핸즈가 완벽하게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타임 온리 워치처럼 보이지만, 모노푸셔를 누르면 겹쳐 있던 두 쌍의 핸즈가 분리된다. 로즈 골드 시·분침은 현재 시각을 계속 가리키고, 다른 한 쌍과 중앙 초침은 12시 방향으로 이동하며 즉시 크로노그래프 계측을 시작한다. 다시 리셋하면 크로노그래프 핸즈는 원래 위치로 돌아가 로즈 골드 핸즈와 포개지며 타임 온리 스타일로 복귀한다. 이 미스터리한 효과의 핵심은 스플릿 세컨즈 메커니즘이다.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리셋 시 12시 방향으로 복귀하는 것과 달리, 이 시계의 크로노그래프 바늘은 계속 움직이는 시·분침을 따라잡아 다시 포개진다. 파르미지아니는 기존에 크로노그래프 계측에 사용되던 스플릿 세컨즈를 시·분침과 통합해 크로노그래프 핸즈를 숨기는 데 활용했다. 이를 위해 칼리버 PF053에는 시침과 분침을 각각 따라잡는 2개의 라트라팡테 장치가 탑재됐다. 시·분 카운터에는 수평 클러치, 중앙 초침에는 수직 클러치를 적용했으며, 중앙 초침은 평상시 초침과 크로노그래프 초침 역할을 번갈아 수행한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에도 셀프와인딩 칼리버 PF053의 두께는 약 6.9mm에 불과하며, 22K 골드 로터와 약 6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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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EX [ Caliber 4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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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식의 레가타 카운트다운

2007년 등장한 요트 마스터 Ⅱ는 롤렉스 라인업에서 가장 복잡한 조작 체계를 가진 시계였다. 칼리버 4160은 링 커맨드 베젤과 연동해 레가타 카운트다운 시간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었는데, 기술적으로는 새로웠지만 사용이 그리 직관적이지 않았다. 2026년 출시한 새로운 요트 마스터 Ⅱ에 들어간 칼리버 4162는 링 커맨드 방식을 버리고 일반적인 크로노그래프에 가까운 조작 체계를 채택했다. 카운트다운 설정은 하단 푸셔로, 시작과 정지는 상단 푸셔로 실행한다. 조작은 단순해졌지만 요트 마스터 Ⅱ 고유의 기능들은 그대로 유지했다. 칼리버 4162는 1분에서 10분까지 카운트다운 시간을 기억하는 기계식 메모리를 갖췄다. 하단 푸셔를 누를 때마다 카운트다운 분침이 한 칸씩 움직이며, 원하는 위치에서 상단 푸셔를 누르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이때 중앙 초침과 카운트다운 분침은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남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설계다. 또한 ‘온 더 플라이 동기화’ 기능도 제공한다. 카운트다운 작동 중 하단 푸셔를 누르면 즉시 초가 리셋되고 카운트다운 분침이 가장 가까운 분에 맞춰져 대회 공식 경기 시계와 빠르게 동기화할 수 있다. 기본 베이스는 이전 칼리버 4161에서 발전한 형태다. 칼럼 휠과 수직 클러치 구조를 유지하면서 크로너지 이스케이프먼트, 파라크롬 헤어스프링, 파라플렉스 쇼크 업소버 등 롤렉스의 핵심 기술을 모두 담았으며, 파워 리저브는 약 7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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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CHA JONGHYUN
  • writer LEE SA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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