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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의 스토리캠프] 이종범은 이야기가 원래 '집단 행동'이라고 했다

아는 얘기도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들으면 더 재미있는 건 아마 그런 이유일 거라고 했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6.11.06
셔츠 쿠메. 슈즈 로맨틱무브. 안경 마치 아이웨어. 니트, 팬츠, 스카프,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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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철야를 하셨다고요.

맞습니다. 급하게 만들어야 하는 영상이 있어서, 밤 사이 계속 촬영을 했습니다. 자칫하면 화보 촬영 시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까 봐 미리 연락을 드렸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됐어요.

유튜브 채널 관련 업무였군요. 저는 ‘철야’라고 하셔서 막연히 만화 관련 업무이시려나 했어요.

제 본업은 사실 웹툰 쪽이긴 하죠. 개인 작품은 여전히 준비 중인 상황이지만 지금도 웹툰 프로듀싱 쪽 일을 많이 맡고 있으니까요. 10개 가까운 작품을 계속 체크하고, 컨펌해야 해요. (이종범은 <닥터 프로스트><투자의 여왕> <소왓툰> 등을 그린 웹툰 작가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를 거쳐 서울웹툰아카데미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어제의 철야는 그쪽 업무는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또 ‘스토리텔링 전문가’로서 다양한 업계와 협업하고 계시다고 듣기도 했어요.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요. 요즘 다양한 곳에서 많이 불러주세요. 감사한 일이죠. 어떻게 보면 원래 ‘스토리텔링적으로’ 접근해야 할 많은 일들이 그간 간과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게임을 예로 들어봐도, 해외의 게임 회사들은 스토리텔링에 전문성을 가진 임원들이 굉장히 많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스토리를 그냥 기획자가 쓰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외부 스토리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거나 자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거죠. 요즘은 또 아이돌 업계도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고요. 팀마다 콘셉트나 세계관을 만들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요즘은 훨씬 더 신경을 쏟는 것 같아요. 콘서트의 구성 측면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다거나, 어떤 대목에서 어떤 면을 보고 싶어하는지 잘 캐치해서 VCR을 구성해준다거나.

그건 스토리텔링 전문가 중에서도 본인이 ‘덕후’였던 사람이 잘 할 수밖에 없겠네요. 뭔가에 깊이 빠져 있는 사람의 마음을 알 테니까.

아무래도 그렇죠. 팬질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게 ‘맛돌이’지” 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미리 파악하고 있으면 유리하죠.

하시는 일이 이렇게까지 확장된 건 작가님의 의도였을까요?

사실 전혀 아니었어요. 제 의도는 어디까지였냐면, 웹툰 작가 지망생이나 신인 작가, 혹은 전공생을 위한 유튜브 채널 <웹툰스쿨>을 운영하는 거였죠. 그건 단순히 업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큰 선택이었고요. 작법 위주로 얘기를 하는 채널이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장을 하거나 채널이 커질 거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어요. 8, 9년 정도 운영했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사람들이 콘텐츠 감상에서 실패를 굉장히 싫어하게 됐구나.’ 재미없는 콘텐츠를 봤다는 그 매몰비용을 정말 싫어하고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뭘 볼까 고민하다가 선택을 못 하고 고민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많고.

듣고 보니 저도 밥 먹으면서 볼 거 찾다가 밥 다 먹어서 그냥 포기한 경험이 몇 번 있네요.

다들 그래요. 콘텐츠가 너무 많아지고, 사는 건 바빠지고, 그래서 그러려나요? 아무튼 마음에 안 차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신뢰할 만한 큐레이터를 찾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채널을 만든 거죠. 저 자체가 평생 이야기를 즐긴 사람인데, 재미있는 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봐도 좋지만 왜 재미있는지를 알면 더 재미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시작한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다양한 업계의 기획자나 마케터가 제 채널을 많이 본다는 피드백이 들리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본업이 작가라, 콘텐츠의 작법,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나 기획 이야기가 중간중간에 묻어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채널의 활동 범주를 ‘만화’가 아니라 ‘스토리’로 잡았어요. 마르지 않는 샘이긴 하지만 반면 채널의 뾰족함은 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을 것 같은데요.

그런 생각도 했죠. 근데 그냥 ‘해보자’ 했어요. 날카로움이 부족하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되니까. 제가 뭔가를 결정할 때 기본적으로 그런 자세인 것 같아요. 계획을 세워서 어떤 의도를 갖고 기획을 하면 세상이 나를 비웃을 거라는 확고한 느낌이 있어요. ‘니가 계획을 세워서 그대로 될 리가 있겠어?’ 하는 내면의 소리를 품고 사는 거죠. 그래서 그냥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게 많아요.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 설명회 영상. ‘명작 설명회’ 시리즈 중에서도 올해의 대형 프로젝트로, 완전판 영상은 13시간이 넘어간다.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 설명회 영상. ‘명작 설명회’ 시리즈 중에서도 올해의 대형 프로젝트로, 완전판 영상은 13시간이 넘어간다.

‘제2의 원나블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이유’ 영상. 본업 웹툰 작가인 이종범과 만화 평론가 이재민이 나누는 만화 관련 대담은 채널의 단단한 코어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원나블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이유’ 영상. 본업 웹툰 작가인 이종범과 만화 평론가 이재민이 나누는 만화 관련 대담은 채널의 단단한 코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은 정말 많지만, 신기한 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는 딱 라이벌이라고 할 만한 채널은 떠오르질 않아요. 리뷰 채널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고, 리액션 채널이나 몰아보기 채널이라고 하기에는 결이 맞지 않고.

그래서 저도 라이벌이라고 의식되는 채널은 현재 없어요. 여기저기에 조금씩 걸친 느낌이라서 그렇겠죠. 결국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의 핵심 상품은 채널에서 다루는 콘텐츠들이 아니라 그 콘텐츠들에 대해 얘기해주는 ‘저’인 것 같아요. <천일야화>의 셰헤라자드나 조선시대의 전기수처럼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는 사람 역할을 저희 채널이 하고 있는 거죠.

그건 확실히 맞는 것 같은 게, 원래 좋아하던 작품도 작가님 얘기로 들으면 더 재미있어요. 딱 제가 느꼈던 감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줘서 명쾌해지는 부분도 있고,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고 정리하는 대목에서는 새롭게 곱씹어보게 되기도 하고요.

정말 저희 채널이 상상한 대로 정확하게 즐겨주고 계신 거라, 일단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게 제가 계속해서 영상 아래 댓글창을 ‘놀이터’라고 언급하는 이유예요. 왜 같은 여행지를 갔던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더 선명해지는 기억도 있고 다시 가고 싶어지는 마음도 생기고 그렇잖아요. 내가 즐겼던 이야기의 해상도가 올라가는 거죠.

소통 속에서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는 거군요.

인간에게 이야기란 애초에 ‘집단 행동’이었잖아요. 무리에 속하지 않은 누군가가 들어오면 모닥불 피워 놓고 듣는 게 시작점이었을 테니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생존 가능성도 높여주고 세상을 확장시켜주는 일이었으니 아주 중요했겠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즐기는 걸 개인적인 활동이라고 생각하게 됐는데요. 저는 원초적인 측면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혼자 이야기를 전하는 것보다, 댓글란에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덕후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그 ‘애정’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말해야 할 기회가 오면 너무 많은 걸 말하고 싶은 바람에 ‘우다다’ 하게 된다는 거. 작가님은 그런 측면에서 놀라운 부분이 있어요. 명장면도 문외한이 맥락을 파악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미련 없이 딱 잘라내고 일목요연하게 전달해주니까.

(웃음) 맞아요, 맞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작품과 관계를 맺을 때는 ‘우다다’ 하게 되죠. 중요한 건 제 역할에 대해 이해하는 거예요. 그 스토리와의 연애는 저 사람이 하는 거고, 저는 결혼정보회사 정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아는 거죠. 거리 조절을 잘 하고 잘 만날 수 있도록 한발 빠지는 거.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른 거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슬램덩크> 안 봤다는 사람에게 완결편의 여러 장치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 좋아하는데요. 말하다가 늘 제가 먼저 울컥하거든요. 그 감동을 너무 잘 전달하려다가 제 말에 제가 감동받아서.

저도 한 번씩 그래요.(웃음)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설명회 하면서도 그랬고,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 설명회 할 때도 서너 번 울컥했었고. 저는 그간 만화를 배우고, 스토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작가 수업을 하면서 트레이닝 된 거예요. 그럼에도 계속 의식적으로 거리 조절을 해야 하고요. 전달하는 사람이 먼저 감정에 매몰되면 전달받는 사람은 감동의 기회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웃기는 얘기 해주겠다는 사람이 먼저 빵 터져버리면 얘기가 재미없어지듯이.

정말 폭넓은 범주에서 아이템을 선정하잖아요. 별달리 시의성도 없고요. 기본적으로는 이종범 작가가 좋아하는 작품을 선정한다고 보면 되겠죠?

맞습니다. 저희 채널이 시의성과는 정말 거리가 먼 채널이에요.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빠르게 다루는 것도 몇 번 시도해봤거든요? 큰 교훈만을 남겼죠. 우리는 그런 것과 무관해야 하는구나. 내가 그 작품을 충분히 즐겼고, 오랜 기간 그 작품을 즐긴 사람이 나 외에도 많고, 다 무르익은 다음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구나. 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기조는 그렇습니다.

반면에 인류사에 큰 이정표를 남긴 이야기들도 있잖아요. <삼국지>라거나 <스타워즈>라거나 J.R.R. 톨킨,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이라거나. 그런 것도 아직 안 다루신 것 같아요.

하고 싶어요. 너무 하고 싶어요. 워낙 큰 작업이라 엄두가 안 나서 시작을 못 하는 거죠. ‘건드리면 이것도 몇 시간이 될까?’ 싶어져서.(<이종범의 스토리캠프>는 편집본 기준으로도 한 작품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레드 데드 리뎀션2> 설명회 영상은 총 13시간이 넘는다.) 계속 벼르고는 있는데 그런 건 건드리면 1년짜리 빅 프로젝트거든요. 작년의 빅 프로젝트가 <눈물을 마시는 새>였고, 올해의 빅 프로젝트가 <레드 데드 리뎀션2>였고요. 내년에 하려고 마음먹고 있는 건 <해리 포터>인데요. 그것도 워낙 엄두가 안 나죠. 원고를 정말 많이 써야 할 테고, 그만큼 시간을 확보해야 하니까.

정말 시의성이랑은 별 상관이 없네요.

(웃음) 없죠. 딱히 ‘이 이야기는 다루지 말아야겠다’ 하는 기준도 없어요.

‘영화 애호가 모임’ 시리즈. 김민경, 단군, 최성운과 함께 온갖 주제로 수다를 늘어놓는 해당 시리즈는 빼어난 예능성으로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영화 애호가 모임’ 시리즈. 김민경, 단군, 최성운과 함께 온갖 주제로 수다를 늘어놓는 해당 시리즈는 빼어난 예능성으로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흑백요리사 김학민PD 초대석’ 영상. 다양한 분야의 문화애호가들을 초청해 콘텐츠 작법과 취향에 대해 듣는 ‘덕후 초대석’ 시리즈 역시 채널의 큰 매력 중 하나다.

‘흑백요리사 김학민PD 초대석’ 영상. 다양한 분야의 문화애호가들을 초청해 콘텐츠 작법과 취향에 대해 듣는 ‘덕후 초대석’ 시리즈 역시 채널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 ‘이런 건 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마지노선은 있을까요?

있습니다. 특정 작품이 ‘왜 별로인가’ 같은 얘기는 안 해요. 그런 얘기는 잘하는 분들이 많이 있고, 그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분들도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종범의 스토리캠프>는 애초에 제가 그런 걸 하고 싶어서 만든 채널이 아니니까요. 좋을 때 더 좋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행복할 때 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을 나누는 채널이기 때문에 비난을 하고, 점수를 매기고, 그런 건 안 하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가 하고 있는 게 건강한 의미의 비평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창작 관점에서 인류가 어디까지 했고, 거기서 이 작품이 어느만큼 더 내딛었나 하는 걸 고찰하는 거죠. 어디가 어때서 별로라고 흠을 잡는 게 아니라.

동감합니다. 저도 우리 사회에 ‘건강한 크리티컬 씽킹’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비평이 별점 매기기 같은 걸 하는 거라고 오해를 하는 거죠. 평론이라는 건 정말 거대한 애정에 기반해서,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확장해보는 거거든요. 그런데 너무 많은 콘텐츠들이 리뷰라는 껍데기를 쓰고 별점 매기기를 해요. 내가 욕하고 싶은 거 누가 같이 욕해주면 달달하거든요. 내가 욕하고 싶었던 거 어디에서 욕해주면 같이 가서 욕하고, 조회수 올려주고. 저는 그런 걸 안 하겠다는 거예요.

이종범 작가가 논쟁을 무서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일부러 사실 관계를 틀리게 말할 때가 있다’고도 하셨죠.

그럼 사람들이 진짜 빨리 뛰어오거든요.(웃음) 틀린 얘기 나오면 다 뛰어와서 그거 아닌데, 이건 이런 건데, 저런 건데, 얘기를 나눠요. 너무 심각하게 문제가 될 만한 오류만 아니라면 저는 그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작가로서의 전문성에 너무 매몰되어서 사실관계 하나하나 틀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게 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니까 너무 재미없더라고요. 겁이 나니까. 그래서 그 두려움을 벗으려고 일부러 틀린 말을 해봤더니 사람들이 막 결집하고 저도 즐길 수가 있고, 좋았어요.

소비 풍조로 보면, 요즘 사람들이 점점 스토리 콘텐츠를 예전의 호흡으로 즐기기 힘들어하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몇 배속으로 돌려서 보고, 유튜브 ‘몰아보기’ 콘텐츠로 훑고는 다 봤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사실 이해가 되긴 해요. ‘이제 사람들이 진득하게 앉아서 원전을 즐길 만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구나.’ 비판적으로 보게 되기보다는, 그런 식으로라도 이야기를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게 굉장히 애잔하죠. 예를 들어 저는 만화가 지망생 때 환자 유동식을 많이 먹었거든요. 뭘 먹긴 해야 하는데 시간은 없고, 그래서 달콤하고 영양 균형이 잡혀 있는 그걸 한 박스씩 사다가 계속 먹었어요. 그런 시기가 있잖아요. 저는 사람 누구에게나 그런 시기가 있다고 봐요. 다만 그런 몰아보기 콘텐츠가 ‘종점’이라면 <이종범의 스토리캠프>는 축약해 설명을 하면서도 ‘기점’을 추구하는 거죠. ‘이 사람 설명을 들었더니 원전을 보고싶은데?’ 하도록 만드는 거.

그런데 그렇게 개인의 관점으로만 보기에는 흐름이 너무 커서, 이제는 아예 드라마들 원전의 편집이 그 몰아보기 콘텐츠 호흡을 따르기도 하잖아요. 스토리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건 걱정 돼요. 꼭 ‘몰아보기’ 콘텐츠라서가 아니라, 한 가지 유형의 콘텐츠가 너무 많아져 버리면 우려가 되죠. 그런데 사실 우리는 숏폼이 처음 나왔을 때도 우려를 했었잖아요. 요즘 보면 롱폼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해요. 한창 즐기고 나면 다시 원래 먹던 걸로 돌아올 거예요. 조선시대에 라면 스프가 떨어진 것처럼. 저는 지금이 그런 과도기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 전 인류적 편식의 흐름에서, ‘콩을 좀 먹이고 싶다’는 영양사 같은 마음이 저한테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가 가진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사명감까지는 아니고, 미약한 노림수라고 할 수 있죠. 마냥 재미있는 것도 하지만 중간중간 ‘소매 넣기’로 콩도 좀 넣어주고. 이거 좋은 콘텐츠라고. 파프리카를 좀 먹여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소시지야채볶음 만들어주는 거죠.

‘30대에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영상.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았으며 교육자이기도 한 이종범 작가는 문화를 넘어 삶을 통찰하는 시선을 빌리기에도 좋은 멘토다.

‘30대에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영상.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았으며 교육자이기도 한 이종범 작가는 문화를 넘어 삶을 통찰하는 시선을 빌리기에도 좋은 멘토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종범의 웹툰스쿨>은 실제 작가와 지망생들을 위해 콘텐츠 작법 및 팁을 전달하는 데에 좀 더 주력한 채널이었다.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이종범의 웹툰스쿨>은 실제 작가와 지망생들을 위해 콘텐츠 작법 및 팁을 전달하는 데에 좀 더 주력한 채널이었다.

최근에 좀 더 예능적인 성격의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고 느꼈는데, 그게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김민경, 단군, 최성운 님과 함께 하는 ‘영화 애호가 클럽’이 대표적일 것 같고요.

소위 ‘팟캐스트 형식’이라고 하죠. 사람들이 모여서 오디오 중심으로 대화의 기록을 길게 뽑아내는 거. 이런 콘텐츠가 요즘 롱폼이 다시 부흥하는 기반 중 하나인데요. 유튜브가 이제 숏폼으로 틈틈이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라 일상에서 틀어져 있는 플랫폼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봐요. 옛날 거실 TV처럼요. 저희 채널이 갑자기 방향을 바꾼 건 아니고 저는 그런 콘텐츠를 오래전부터 생각해왔어요.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설명회로 채널을 성장시켰지만, 언젠가 합이 잘 맞는 멤버들과 함께 부담 없이 대화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문제는 뭐냐면, 이 팟캐스트 형식에서 중요한 건 ‘뭘 다룰 거냐’가 아니라 ‘누가 얘기하냐’예요. 멤버가 너무 중요하고, 대신 멤버들 합만 잘 맞아서 세팅이 되면 그 다음부터는 주제는 뭐가 되든 상관없거든요. 김민경, 단군, 최성운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고요. 다들 바쁜 사람들인데 다행히 그들 모두 모여서 떠드는 게 즐겁다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하자고 해줘서 지속이 되는 거예요.

역시나 처음부터 채널의 새로운 챕터를 의도하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는 얘기군요.

그럼요. 그냥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계속 가는 거예요. 우리 채널의 가장 큰 목표가 ‘보는 사람들이 즐겨주면 좋겠다’인데, 재미있다면 그만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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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ER 임한수
  • STYLIST 이다은
  • HAIR & MAKEUP 김환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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