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지 이케다'의 이번 제주 전시가 역대급인 이유
료지 이케다가 구성에 직접 참여했으며 국내 최초 공개 작품, 세계 최초 공개 작품도 두루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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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지 이케다 <the critical paths>
료지 이케다의 세계는 미처 인식의 영역이 작동하기도 전에 감각을 잠식한다. 하우스오브레퓨즈의 <료지 이케다(Ryoji Ikeda)> 전시실에 들어서면, 첫머리를 장식하는 <the critical paths> 같은 작품 속에 서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테다. LED 스크린 천장과 거울 벽면으로 채운 25m 길이의 이 통로형 작품은 그래픽과 빛과 소리를 리드미컬하게 쏟아내며 관람객에게 완전히 다른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감각을 선사한다. <data.gram [nº9]> 같은 작품도 마찬가지. 18개의 스크린이 제각각의 정보를 표현하는 듯 정밀하게 동기화된 흐름으로 움직이는 전시실 한가운데에 서면, 초월적 세계에라도 도달한 듯한 감흥이 인다.
료지 이케다 <data-verse 2>
료지 이케다 <data.tecture [nº1]>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감각적 스펙터클뿐만이 아니다. 그 스펙터클을 구성하는 데이터도 중요한 요소다. <the critical paths>를 걷는 동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타르투대학교 유전체연구소(Institute of Genomics, University of Tartu)가 제공한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이며, <data.gram [nº9]>에 담긴 것은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 NASA, 인간 게놈 프로젝트 등에서 얻은 방대한 과학적 데이터들이다. 작곡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료지 이케다는 수학적 정밀성, 미학과 영상 매체의 본질적 특성을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각종 데이터를 단순한 정보를 넘어 감각을 일깨우는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data-verse 2>는 이런 미학의 절정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그는 소립자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 전문시설에서 제공 받은 자연의 모든 규모 데이터를 해체, 재구성, 메타구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교향곡처럼 구성했으며, 거대한 스크린에서 약 15분 분량의 영상으로 투사한다. 분자, DNA, 세포 – 뇌와 신체, 샐명체, 기후, 인터넷, 지구 – 지구, 태양계, 은하로 이어지는 영상을 보는 감흥은 가히 ‘압도적’이며 ‘종교적’이라 할 만하다.
료지 이케다 <the irreducible [nº13]>& <spin>
지난 9월 24일 개막한 제주 하우스오브레퓨즈의 료지 이케다 개인전은 약 총 1,000m2 규모의 전시 공간에서 그의 작업 세계를 다루는 전시다. 료지 이케다의 역대 국내 개인전 중 가장 많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세계 최초 공개 신작,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신작들, 새로운 버전의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료지 이케다는 제주 애월 숲속에 20년간 방치됐던 건물을 재생해 조성한 하우스오브레퓨즈라는 공간의 특성에 주목했으며, 이번 전시의 시퀀스와 공간 디자인, 작품 배치와 관람 동선을 직접 구성했다. 22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10대의 턴테이블을 늘어놓고 라이브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는데, 20년만의 공연이라는 지점에서 그가 이번 전시에 가진 각별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이어진다.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라이브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료지 이케다
Credit
- PHOTO
- 하우스오브레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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