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있는 남자, '남자들의 남자'는 타고나는 걸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이를 끌어 당기는 에너지가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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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는 타고나는 겁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없죠.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목소리의 음색일까요? 풍기는 인상이나 에너지, 열정, 아니면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가는 확신일까요? 학교 운동장만 봐도 이끄는 아이와 따라가는 아이가 나뉩니다. 사회생활에서도, 경기장에서도, 롤랑가로스의 센터 코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1991년 세계 랭킹 4위에 올랐던 기 포르제는 비아리츠에서 롤랑가로스 중계 준비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야니크 노아가 우리 팀 주장이었을 때, 그가 이야기하면 모두 귀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고, 웅변가라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었죠. 그런데도 분명 남다른 뭔가가 있었어요. 카리스마를 지닌 남자의 모습은 인간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단일한 전형은 없어요.”
그 다양성을 확인하려면 이름을 몇 명만 떠올려도 충분하다. 에메 자케, 스티브 잡스, 베르나르 타피,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마거릿 대처, 버락 오바마,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프란치스코 교황. 더 거슬러 올라가면 클레망소, 시몬 베유, 무함마드 알리, 간디, 드골, 케네디, 카스트로까지. 성인과 영웅, 역사적 인물, 배우와 기업가, 스포츠 스타까지 모두 다른 면면을 지니고 있다.
이 현상을 설명하고 서로 다른 모습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사람들은 카리스마를 일종의 ‘기운’에 빗대기도 했다. 18세기 말 안톤 메스머는 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에 처음으로 이름을 붙였다. 보편적인 인력의 원리, 곧 ‘동물자기’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을 끌어당기는 어떤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군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모으고, 그 등장만으로 대화를 멎게 하는 존재가 되기를 꿈꾸지 않겠는가. 카리스마에는 매력과 유혹의 힘이 있다. 조지 클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회의실에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자. 세 사람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공간의 중심을 차지한다.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당기듯 말이다.
그 대상이 정치인이라면 군중에게 방향과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다. 그 힘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동한다. 처칠과 히틀러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듯, 이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는 때로 섬뜩한 면이 있다.
어떤 인물이 남긴 자기장은 사후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2010년 10월 독일 역사박물관은 <히틀러와 독일인들>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었다. 당시 전시장에서는 히틀러의 목소리가 일부 관람객에게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시청각 자료의 음향을 모두 껐다고 한다. 목소리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비물질적 표지다. 카리스마가 흔히 ‘존재감’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존재감은 어떻게 붙잡고 전할 수 있을까. 한 젊은 배우가 장 가뱅에게 어떻게 해야 그런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르침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막막한 대답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타고난 것으로 여겨지는 카리스마를 후천적으로 익힐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다. 오늘날의 코치들이 스포츠 성과 향상 방식을 본떠 카리스마를 공식으로 정리하려는 것도 그래서다. 종교적 색채를 덜어낸 현대식 언어로 말하면, 각자의 잠재력을 끌어내 최고의 모습을 만드는 일이다.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카리스마가 전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어쩌면 모방일지 모른다. 고대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위대한 인물’을 본보기로 삼았다.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등장하는 키케로의 의연함을 흉내 내는 식이다. 황혼 무렵 풀리아의 정원에서 쫓기던 키케로는 가마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에게 맞선 죄로 자신을 참수하고 두 손까지 잘라내러 온 처형인에게 목을 내민다.
카리스마 있는 인물은 시대를 떠나 개개인을 비춰보는 준거가 된다. 겉으로는 그 사람처럼 옷을 입고, 더 깊이 들어가면 행동 방식까지 따라 한다. 한 사람의 생애는 카리스마를 떠받치는 토대가 된다.
프랑스 남부 소피아 앙티폴리스에서 세계적인 테니스 아카데미를 세워 30년째 운영 중인 파트리크 무라토글루도 그런 경우다. <당신의 잠재력은 무한하다>(2025)의 저자인 그는 희끗한 수염과 푸른 눈이 인상적인 50대 기업가다. 정작 자신은 정상급 테니스 선수였던 적이 없지만, 삶에서 얻은 경험을 가르침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가 보기에 카리스마 있는 사람은 자신을 믿는 사람이다.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을 버텨내려면 믿음은 더욱 중요하다.
“자신을 믿어야 합니다. 젊었을 때 저는 어디서나 실패하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수줍어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에콜 폴리테크니크, 이른바 ‘X’ 출신이었지만 저는 학교 성적이 고작해야 중간 정도였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일어섰고, 끈질기게 노력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자신감은 모든 것을 움직이는 핵심입니다. 선수가 실패를 넘어 성공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죠.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챔피언은 정신력으로 이깁니다. 자신감은 명령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노력으로 쌓아야 합니다.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날마다 작은 승리를 축적해 자신감을 키우는 겁니다. 그러면 조금씩 자기 인식이 달라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자신감이 자리 잡습니다.”
무라토글루의 성공은 카리스마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요소, 곧 살아낸 경험의 가치를 보여준다. 권위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누구에게나 말할 권리는 있지만, 누구도 자신의 말을 꼭 들어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다. 무라토글루가 ‘챔피언을 만드는 사람’으로 온전히 인정받은 것은 자신의 삶과 코칭 철학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카리스마의 출발점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인빅터스>(2009)에는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 분)와 럭비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수아 피나르(맷 데이먼 분)가 마주 앉는 장면이 나온다. 스포츠의 카리스마와 정치의 카리스마가 서로 맞닿는 순간이다.
만델라는 적대 세력인 아프리카너(16세기 이후 남아프리카 지역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이민자와 그 후손을 뜻하는 백인 민족 집단)를 상징하던 럭비를 국민 화해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 그의 진영은 완강히 반대했고, 뜻을 밀고 나가려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차를 마시던 만델라가 묻는다. “프랑수아, 당신의 리더십 철학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팀에게 영감을 주고,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합니까?” 피나르는 이렇게 답한다.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만델라는 다시 말한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어려운 일이지요. 어쩌면 영감을 주어야 할 겁니다.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 영감을 얻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것을 전할 수 있을까요?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빌리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벤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저는 빅토리아 시대의 시 한 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저 글 몇 줄이었지만, 바닥에 누워버리고 싶을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해주었죠.” 말과 글을 다듬어 사람을 움직이는 문장으로 바꾸는 방식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 더 강한 사람으로 만든다.
남다른 목소리
미국의 토니 로빈스에게 ‘만트라(Mantra)’는 곧 ‘결정’이다. 무슨 일이든 빠르게, 필요하다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결정하라는 뜻이다. 그는 이 직관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경기장에서 초대형 집회를 열어왔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세미나도 참가자가 3500명에 이르며, 클린턴과 디카프리오 같은 인물에게는 자기계발을 위한 일대일 상담도 제공한다.
로빈스는 구루라기보다 영적인 운동선수에 가깝다. 2m에 육박하는 거구, 미식축구 쿼터백 같은 어깨, 환한 미소. 이 선량한 거인은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띈다. 수천 명을 상대로 하루 12시간씩 엿새 동안 세미나를 이끄는, 미국식 ‘자기장 강한 인물’의 전형이다.
헤드셋 마이크를 낀 그는 록스타처럼 무대를 가로질러 달리고, 객석으로 내려오고, 군중에게 말을 건다. 한 남성을 흔들어 깨우듯 반응을 끌어내고, 한 여성에게 다가가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 장면은 곧바로 대형 스크린에 잡혀 중계된다. 로빈스에게는 남다른 목소리도 있다. 힘차고 쉰 듯하며, 바위끼리 맞부딪혀 긁히는 소리처럼 거칠다. 누가 그 목소리를 외면할 수 있을까. 그가 미국 헌법을 읽기만 해도 사람들은 마지막 조항까지 귀를 기울일 듯하다.
무라토글루처럼 로빈스도 추락의 경험에서 되살아난 사람이다.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스스로 ‘유해한 어머니의 지배’(자신의 표현이다)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배운 것을 삶에 상처 입은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한다. 결심만 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그의 세미나에는 늘 ‘변화의 날’이 있다. 카리스마를 이렇게 활용하는 방식은 미국 바깥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소 과장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 특유의 역사가 있다. 로빈스의 가르침과 코칭은 세속적 외양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전통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 직접적인 감정 경험을 중시하는 미국식 영성이 그 바탕이다.
울고, 웃고, 소리치고, 증언하며, 즉각적인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 구원은 교리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의 쇼는 감정이 점점 고조돼 카타르시스와 공개 고백에 이르도록 구성된다. 비용을 내고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은 바로 여기에서,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설교자처럼 참가자들의 ‘각성’을 이끄는 로빈스의 방식은 18~19세기 미국의 ‘영적 대각성 운동’을 계승한다.
웅변 없는 카리스마는 없다
로빈스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물은 말로 권위를 세운다. 웅변 없는 카리스마는 없다. 이때 카리스마는 그림 형제의 유명한 동화에 등장하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지닌 위험한 힘과 닮는다. 수많은 사람을 홀려 파멸로 이끄는 힘이다.
사회학자 줄리 파지스가 <붉은 예언자>(2024)에서 다룬 파리 노동자이자 열성 마오주의자 페르난도의 이야기는 카리스마가 어떻게 지배와 구속으로 뒤집히는지 보여준다. 스페인 출신 망명자로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에 머문 적이 있던 그는 1971년부터 오랜 기간 68세대 활동가 집단을 조직적으로 휘어잡았다. 현란한 수사 덕분에 노련한 지식인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고, 68혁명의 꿈을 이어가고 싶어 하며 현실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열망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급기야 자신들의 생활을 일일이 규정하는 카리스마 강한 지도자에게 삶을 맡겼다. 페르난도는 여성들에게 꾸미지 말라고 강요하고, 이를 죄스러운 경박함으로 몰았다. 연인이나 부부가 아이를 갖는 일도 금지했다. 그가 혐오하던 부르주아 사회를 재생산한다는 이유였다. 모든 구성원에게 자기비판도 강요했다. 이 악몽은 1980년대 페르난도가 스페인으로 떠나 종적을 감추면서 끝났다.
여기서 카리스마의 한계가 드러난다. 20세기 초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이론화했듯, 카리스마가 ‘지배’로 변하는 지점이다. 그 힘을 휘두르는 사람은 종파의 교주가 되고, 폭군이 되며, 총통이 된다.
카리스마는 개인의 특별한 재능에 기대지만, 동시에 관계가 만들어내는 산물이기도 하다. 철학자 알랭의 말처럼 “권력은 사람들이 보내는 믿음을 먹고 자란다.” 집단 구성원이 페르난도를 믿었기 때문에 그는 그들을 끌어당길 수 있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카스트로의 경우에도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은 아닐까.
그보다 훨씬 덜 심각한 차원이지만, 오늘날에도 우리는 처칠의 몇몇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추앙한다. 기사에서는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에서 또 다른 실패로 나아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처칠이 1941년 해로 스쿨 연설을 위해 쓴 말로 소개한다. 솔직히 우리 중 누군가가 같은 말을 했다면 빈정거리거나 깎아내리는 반응이 뒤따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처칠의 말이라는 이유로 이 문장은 무게를 얻고, 지금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Credit
- EDITOR Thierry Grillet
- photo 게티이미지코리아
- TRANSLATOR 김연지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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