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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파이낸셜 스트리트에서 만나는 자금성 옆 가장 중국적인 리츠칼튼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 어디를 가도 30분이 넘게 걸리지 않는 교통의 요충지에 있는 5성급 호텔의 완벽한 면모.

프로필 by 박세회 2026.07.07
리츠칼튼 베이징 파이낸셜 스트리트의 메인 건물과 쇼핑몰의 모습. 바로 앞에 공원과 산책로가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리츠칼튼 베이징 파이낸셜 스트리트의 메인 건물과 쇼핑몰의 모습. 바로 앞에 공원과 산책로가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1. 입지 — 자금성부터 싼리툰까지 지척에 둔 베이징의 심장

리츠칼튼 베이징 파이낸셜 스트리트는 이름 그대로 중국 금융의 중심인 진룽제(金融街) 한복판에 있는 5성급 호텔. 막상 가보면 놀랍게도 자금성과 톈안먼 광장까지 직선거리로 약 3km, 차로 10분 남짓이면 닿는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은 드물다. 서쪽으로는 백탑사(白塔寺)를 마주 보고 있어 객실에서 내려다보면 베이징의 스카이라인을 눈에 담을 수 있다.

호텔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청나라 역사를 통째로 품고 있다는 공왕부(恭王府, 공친왕의 저택)와 스차하이(什刹海)가 나온다. 공왕부는 원래 건륭제의 총신 화신(和珅)의 저택이었다가 후에 공친왕에게 하사된 곳으로, "공왕부 하나가 청나라 역사의 절반(一座恭王府, 半部清代史)"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밀도 높은 유적이다. 후원의 가산(假山) 동굴에 새겨진 '복(福)'자를 손으로 쓸어 내리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유명해 수 많은 이들이 기복의 줄을 선다. 스차하이는 공왕부 바로 앞에 펼쳐진 호수를 둘러싼 구시가지 형태의 상업지구로 '후통(胡同)'이라 부르는 좁은 골목들로 거미줄 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합원 골목과 옛 명사들의 고택, 옌다이셰제(烟袋斜街) 같은 운치 있는 거리가 후통의 혈관을 타고 이어져 있어 낮에는 산책을, 밤에는 야경과 술 한잔을 즐기기 좋다.

동쪽으로는 왕푸징(王府井) 대가가 있다. 베이징 최고(最古)의 상업가로, 실제로 가보면 그 엄청난 사이즈에 입이 쩍 하고 벌어진다. 폭이 50m쯤 되어보이는 보행자 거리가 수백 미터 이어진다. 이 거리에 수천명의 관광객들이 매일 밤 쏟아지고 로컬 댄스 팀들이 에어로빅을 연상케 하는 춤을 추며 서로 조회수 경쟁을 벌인다. 왕푸징 백화점 지하에는 또한 옛 베이징 거리의 모습을 재현해 둔 세트장 '허핑궈쥐(和平菓局)'가 있어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로 늘 가득찬다. 왕푸징에서 조금 더 동쪽, 차로 20분 정도를 가면 베이징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인 싼리툰(三里屯)이 있다. 왕푸징이 명동이라면, 싼리툰은 압구정이다. 가을이면 은행나무 거리로 유명한 산책로 동우가(东五街)를 비롯해 루이 비통, 샤넬, 구찌, 버버리, 로에베 등의 베이징 플래그십 매장들과 편집숍, 바, 레스토랑이 몰려 있다. 낮에는 옛날 풍경을 즐기고 밤에는 싼리툰에서 도시 분위기를 내며 놀 수 있다는 점이 이 호텔 입지의 진짜 매력이다.

조식과 중식 석식 모두 뷔페 형태로 제공하는 그린피시 레스토랑.

조식과 중식 석식 모두 뷔페 형태로 제공하는 그린피시 레스토랑.

2.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쇼핑몰 — 금융가 쇼핑센터와 레인크로포드

개인적으로 호텔에서 묵으며 흥미롭게 산책한 곳은 바로 옆, 정확히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금융가 쇼핑센터(金融街购物中心)와 명품 백화점 레인크로포드(Lane Crawford, 连卡佛)다. 2007년 문을 연 이 쇼핑몰은 독특한 건축미와 탄탄한 브랜드 구성으로 베이징에서도 손꼽히는 상업시설로 자리 잡았다. 호텔 로비에서 레이크로포드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폭우도 혹한도 신경 쓸 필요 없이 곧장 쇼핑몰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비밀! 그리고 그렇게 이동한 쇼핑센터의 지하에 럭셔리 그로서리 마트가 있다는 점도 비밀이다. 베이징 사람들의 진정한(그러나 조금은 고급진) 식생활이 궁금하다면 그 답을 이 마트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이 마트에서 여행 중 갑자기 필요한 생필품이나 간식, 과일, 현지 식재료를 사려고 굳이 택시를 타고 나갈 필요 없이 로비에서 쓱쓱 걸어가 엘리베이터만 타면 되는 구조라, 장기 투숙객이나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특히 유용하다. 신선식품 코너의 품질과 구성이 좋아 로컬 마트 특유의 활기와 다양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호텔 조식이나 룸서비스로는 채워지지 않는 소소한 궁금증(예를 들면 '중국의 라면은 어떤 맛일까?')을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시단(西单) 상업가와 파리 라파예트 백화점 베이징점(老佛爷百货)이 있어, 반경 도보 10분 안에서 명품부터 대중적인 일상 쇼핑, 생필품 구입까지 전부 해결되는 셈이다. 관광과 격식 있는 만찬을 오가면서도 정작 '내일 아침 먹을 요거트 하나'가 아쉬운 순간, 이 마트 하나가 여행의 만족도를 꽤 크게 좌우한다.

둥근 못과 사각의 하늘 역시 천원지방을 상징한다.

둥근 못과 사각의 하늘 역시 천원지방을 상징한다.

3. 리츠칼튼 중 유일하게 '중국적인' 호텔 — 천원지방과 구름무늬의 디자인

전 세계 리츠칼튼 호텔들이 대체로 유러피언 클래식 톤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베이징 금융가점은 리츠칼튼 브랜드 안에서도 이례적으로 신중식(新中式) 미학을 정면으로 내세운 곳이다. 외관은 유리와 크롬 소재를 사용한 모던한 바우하우스 양식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로비와 객실 설계에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圆地方) 사상과 음양의 균형이라는 전통 풍수 개념이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엘리베이터 홀과 복도의 목재 병풍에는 리츠칼튼의 상징인 사자 로고가 중국 전통 문양과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고, 서화와 병풍, 고가구, 장식품이 층마다 다른 표정으로 배치되어 있다. 객실은 원목 톤 몰딩에 흰 벽을 매치하고, 패브릭 소파와 신중식 가구로 현대적으로 절충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구름무늬(祥云紋)로, 중식당 천장의 미색 상운(祥云) 그림부터 로비 라운지 바닥의 모자이크까지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공간 전체에 은은한 리듬감을 만든다. 로비의 크리스탈 라운지는 통짜 백수정을 깎아 만든 바를 중심으로 중식 목조 조각 병풍과 천창을 함께 배치해, 자연광이 병풍의 문양을 투과해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유럽식 정통성을 기대하고 온 손님에게는 낯설게, 중국적인 것을 기대하고 온 손님에게는 반갑게 다가오는, 브랜드 안에서 가장 실험적인 지점이라 할 만하다.

왕족의 저택에 들어서는 문에 박힌 황금 징의 갯수는 그곳에 사는 이의 수준을 상징한다. 자금성의 징의 갯수는 세로 9에 가로 9인 81이고, 공왕부는 세로 9에 가로 7이다. 이는 거의 황제의 바로 아래 등급에 해당한다.

왕족의 저택에 들어서는 문에 박힌 황금 징의 갯수는 그곳에 사는 이의 수준을 상징한다. 자금성의 징의 갯수는 세로 9에 가로 9인 81이고, 공왕부는 세로 9에 가로 7이다. 이는 거의 황제의 바로 아래 등급에 해당한다.

4. 공왕부 연계 프라이빗 투어 — 인파를 헤쳐 줄 전문 가이드와 함께

공왕부는 베이징 '5A' 등급의 관광지다. 중국은 관광지를 A의 갯수에 따른 등급으로 나누는데, 그중 최상급이라는 뜻. 게다가 국가 중점 문물보호 단위인 만큼, 인기 있는 시간대에는 관람객이 몰려 제대로 된 설명을 듣기도, 여유롭게 사진을 찍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가이드는 미니 프로그램이라도 최소 하루 전 예약을 해야 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매표는 오후 4시까지)만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이라 일정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베이징 금융가 리츠칼튼은 이런 번거로움과 혼잡함을 덜어주기 위해 공왕부 탐방을 호텔 프로그램과 연계해 컨시어지에게 부탁하면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는 광왕부 탐방을 어레인지 해준다. 궁문(宮門)에서 시작해 은안전(銀安殿), 가락당(嘉樂堂), 화신의 거처였던 것으로 유명한 석진재(锡晉齋, 녹나무 전각), 왕부 건축 중 가장 긴 건물로 꼽히는 후조루(後罩樓), 그리고 '복(福)'자 비석과 정원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가이드의 해설과 함께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혼자 예약하고 줄을 서서 인파에 떠밀려 다니는 관람과, 호텔이 미리 조율해 둔 시간대에 전문 해설사와 함께 화신과 공친왕, 청 왕조 흥망의 서사를 들으며 걷는 관람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관람의 끝에는 직접 옛 스타일의 휴대전화 장식품을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광둥 파인다이닝 '치'의 모습.

광둥 파인다이닝 '치'의 모습.

5. 광둥 파인다이닝 'Qi(金阁)'와 주말 라이브 바

호텔 안의 중식당 'Qi(치, 金阁)'는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로 정갈하고 담백한 광둥식(粵菜)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실내 디자인 자체가 앞서 말한 구름무늬와 신중식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천장에는 미색의 상서로운 구름 문양이 그려져 있고 바닥에는 장식성이 강한 구름 모자이크가 깔려 있으며, 짙은 갈색의 중식 가구가 따뜻한 붉은 조명과 어우러진다. 유리문에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산거추명(山居秋暝)'이 새겨져 있어 식사 도중에도 시선이 머무는 디테일이 곳곳에 있다. 참고로 지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시기에 맞춰 베이징을 찾은 한국 재계의 거물들이 이 호텔에 묵으며 '치'에서 식사를 했다는 소문이 있다.

'치'에서 나오면 바로 왼편에 쉬안랑 바 앤 라운지가 자리하고 있다.

'치'에서 나오면 바로 왼편에 쉬안랑 바 앤 라운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날 내가 맛본 코스는 애기오이 냉채로 산뜻하게 시작해, 생전 처음 맛본 생후 열 달 된 비둘기 요리까지 이어졌는데, 이 비둘기 요리가 충격적이었다. 잡내 없이 부드러운 육질과 정교한 조리로 완성도가 엄청났으며, 특히 유리처럼 깨지는 껍질의 뒤에 숨은 엄청난 육향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다른 모든 요리들도 광둥요리 특유의 담백함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잘 살아 있어, 기름지고 강한 향신료 위주의 중식을 예상했던 사람에게는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식사 후에는 바로 옆 '쉬안랑 바 앤 라운지(XuanLang Bar & Lounge)'로 자리를 옮겨 여흥을 즐길 수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되며 아시아 감성을 살린 안주와 칵테일을 낸다. 주말에는 라이브 음악 공연이 더해져, 격식 있는 만찬 이후 가볍게 여운을 즐기기에 좋은 동선으로 이어진다. 식사와 술자리가 한 층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동아시아인의 음주 문화에 신경 써서 설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차 없이는 집에 갈 수 없으니까.

Credit

  • PHOTO The Ritz-Car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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