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바오의 중심에서 만나는 클래식 호텔 '에르시야 데 빌바오 오토그래프 컬렉션'
빌바오의 어떤 곳이라도 이 호텔에서라면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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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테라사에서 보이는 빌바오 시가지의 풍경.
빌바오의 중심, 에르시야 거리가 갖는 특별한 입지
빌바오의 시가지는 굽이치는 네르비온 강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다. 대략 네르비온강의 동편은 구시가지 서편은 신시가지.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지인 카스코 비에호와 근현대적인 신시가지 아반도가 마주 보고 있으며, 그 경계와 흐름 속에서 도시의 표정이 끊임없이 바뀐다. 철강과 조선업으로 번성했던 항구 도시가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로 문화 도시로 재탄생한 사례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이 도시를 제대로 걸어본 사람만이 빌바오가 얼마나 촘촘하고 걷기 좋은 도시인지를 안다. 그리고 그 도보 여행의 출발점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자리를 찾기란 불가능할 수 있다.
에르시야라는 거리 이름 자체가 이미 상징적이다. 16세기 스페인의 서사시인이자 군인이었던 알론소 데 에르시야의 이름을 딴 이 거리는 빌바오 신시가지, 그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아반도 이바라 지구와 인접한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명품 거리로 꼽히는 그란 비아와 지척이고, 지하철 인다우추역도 도보권이다. 에르시야라는 이름 만으로 '빌바오의 중심지'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그리고 이 에르시야 거리에 반세기 넘게 자리잡고 있는 클래식컬한 호텔이 바로 '에르시야 데 빌바오,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다.
'바르 아메리카노'로 들어서는 클래시컬한 입구의 모습.
이 입지는 실제로 묵어보며 도시를 좀 걸어 다녀봐야 얼마나 강력한지 명확하게 느껴진다. 호텔을 나서 한 블록만 가면 이파라기레 거리의 끝으로 구게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티타늄 곡선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모습이 보인다. 미술관까지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12분 정도. 구겐하임 뮤지엄을 관람하고 나면 미술관 바로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네르비온 강변 산책로가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구시가지, 즉 카스코 비에호의 좁은 골목과 세테 칼레스(일곱 거리)로 스며들 수 있다. 반대 방향으로는 빌바오의 관문인 아반도 기차역이 도보 거리에 있어 산 세바스티안이나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여행자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모든 곳을 돌아볼 수도 있다. 게다가 축구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홈구장, 산 마메스 스타디움은 서쪽으로 걸어서 고작 7분이면 갈 수 있다.
호텔 에르시야 데 빌바오에 짐을 풀면, 하루 동안 자동차나 대중교통 없이도 미술관, 강변, 구시가지와 기차역, 축구 경기장까지 도시의 상징적 장소를 모두 두 발품 만으로 이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빌바오라는 도시를 두 발로 걸어서 체험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거점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972년 문을 연 이래 오랫동안 스페인에서 가장 큰 호텔로 이름을 알렸던 이곳은, 도시가 산업 항구에서 문화 도시로 변모하는 모든 과정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에르시야 데 빌바오의 입구 전경.
클래식과 스카이라인이 공존하는 두 개의 얼굴, 바르 아메리카노와 루프탑 라 테라사
바르 아메리카노의 모습. 아메리칸 스타일의 모던함이 드러난다.
호텔 1층에 자리한 '바르 아메리카노(Bar Americano)'는 이 호텔의 오랜 역사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짙은 목재 가구와 차분한 조명, 오래된 바 특유의 여유로운 리듬이 흐르는 이곳에서는 낮에는 커피와 가벼운 식사를, 밤에는 클래식 칵테일과 베르무트를 즐길 수 있다. 호텔이 처음 문을 열었던 시절의 레시피를 계승한 메뉴들은 이곳이 단순한 로비 바가 아니라 빌바오 사교의 한 축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면 최상층에 자리한 루프탑 바 '라 테라사'(La Terraza)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낮에는 탁 트인 하늘 아래 여유로운 브런치와 요가 세션이 열리고, 해 질 무렵에는 빌바오 시가지의 지붕선과 저 멀리 구겐하임 미술관의 티타늄 곡선, 그리고 도시를 둘러싼 산세까지 360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완성된다. 밤이 깊어지면 때에 따라 DJ의 음악과 함께 칵테일이 서브되는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하는 이곳은 투숙객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빌바오의 대표적인 석양 명소다.
바스크의 청량한 공기를 품은 시티뷰 객실
호텔의 객실, 특히 시티뷰를 갖춘 룸들은 군더더기 없는 쾌적함이 돋보인다. 창밖으로는 빌바오의 도심 풍경이 펼쳐지고, 맑은 날이면 바스크 지방 특유의 투명한 공기가 그대로 방 안까지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침 햇살 속에서 창을 열고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저 멀리 산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전날의 여독은 씻은 듯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화려함보다는 정갈함으로 승부하는 객실 컨디션은, 하루 종일 도시를 걸어 다닌 여행자에게 더없이 반가운 휴식처가 되어준다.
에르시야 데 빌바오의 디럭스룸의 모습.
빌바오 시내 주요 관광지 4선
1. 구겐하임 미술관 빌바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3만 3천 개의 얇은 티타늄 패널로 곡선형 외관을 만들어 '메탈 플라워'라는 별칭을 얻은 현대미술관이다. 네르비온 강변에 자리하며, 1997년 10월 개관 이후 1년 만에 예상치를 훌쩍 넘는 130만 명이 방문할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쇠락해가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문화 도시로 완전히 탈바꿈시킨 상징적 건축물로, 미술관 앞에 놓인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대한 거미 조각 '마망'과 강 위의 백색 보행교 주비주리 다리까지 함께 둘러보면 좋다.
2. 구시가지의 핀초스 골목
카스코 비에호, 이른바 '일곱 거리(세테 칼레스)'로 불리는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들은 빌바오 핀초스 문화의 심장부다. 좁은 골목을 따라 바들이 다닥다닥 이어져 있고, 저녁이 되면 현지인과 여행자가 한 손에 술잔을, 다른 손에 핀초스 접시를 들고 골목을 옮겨 다니며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산티아고 대성당과 산 안톤 교회 같은 유서 깊은 건축물도 이 일대에 모여 있어, 미식과 역사 탐방을 동시에 즐기기 좋은 구역이다.
3. 메르카도 데 라 리베라
카스코 비에호에 자리한 리베라 시장은 빌바오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실내 시장이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시장으로, 건물 자체도 빌바오를 대표하는 합리주의 건축물로 꼽힌다. 방대한 상품 구성으로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시립 시장 중 하나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 노점 사이사이로 저렴한 가격에 핀초스와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바들이 들어서 있어 현지인의 일상과 미식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4. 비스카야 다리
빌바오 서쪽 포르투갈레테와 게초를 잇는 1893년 완공된 세계 최초의 운반교다. 바스크 출신 건축가 알베르토 데 팔라시오가 설계했으며, 높이 45m, 길이 약 160m 규모로, 다리 자체가 아니라 매달린 곤돌라가 강을 오가며 사람과 차량을 실어 나르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130년이 지난 지금도 활발히 운행되는 이 다리는 200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며, 바스크 지방에 있는 유일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상징성도 크다.
Credit
- PHOTO Marriot Bonv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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