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일자리: 출근은 불필요해지고, 여가 시간이 많아지며, 어쩌면 돈이 넘쳐날 것이다 [2]
막을 수 없는 AI의 부상, 불안정한 권력 균형, 그리고 다가오는 기후 위기까지. 고용과 업무 환경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해 보인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은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예상할까? 주요 예측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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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은 사무실에서 영원히 ‘부재중’일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에는 그 나름의 예술적 속성이 있다. 2001년 초,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가 <일의 영역들(Workspheres)> 전시를 기획했던 건 일의 그런 면모에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일의 영역들>은 미래의 ‘제2의 공간’들이 어떤 시각적 정체성을 가질지 상상해 보는 전시였다. “당시는 원격 근무가 막 도입되던 때”였다고 안토넬리는 말한다. “기대 섞인 전망이 많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잘 굴러가지 않았어요.” 안토넬리는 당시 실패했던 실험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눈부시게 밝은색의 (실제 독성이 있는) 레진으로 설계한, 책상 공간은 전혀 없는 사무실 같은 것들이었다. “그 후로 수많은 변형과 클리셰, 전형들이 등장했어요. 재활용 목재, 커다란 테이블, 특이한 구조로 디자인한 광고 대행사 사무실 같은 것들이었죠. 아주 탁월한 시도도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몇몇은 더 성공적이었고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불안정한 줌 화상 회의와 보여주기용으로 꾸며둔 뒷배경의 책장은 전 세계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그대로라면 사무실은 역사 속 유물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이 지나가고 기업들이 오프라인 근로를 요구하면서,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열하게 사무실로 복귀했다. 영국 상공회의소(BCC)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40% 넘는 기업들이 사무실 근무를 강화했다. 우리는 지금 원격 근무 문화에서 사무실 문화로 서서히 복귀하는 ‘하이브리드 크립(hybrid creep)’ 현상을 보고 있다. 나이젤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는 지난 2월 이렇게 말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것은 생산성을 높여주지 않습니다. 그건 전부 헛소리입니다.” 그러나 패라지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대면 상담을 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패라지가 말한 것처럼, 사무실 근무에 관한 데이터들은 계속 엇갈린 지표를 가리킨다. 미국 경제연구소(NBER)의 2023년 조사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는 생산성을 13%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해에 발표된 스탠퍼드대학교 논문에 따르면 완전 원격 근무는 생산성을 10%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리드 근무의 경우에는 변화 폭이 미미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든, 미래의 업무 공간은 모듈형으로 변화할 것이다. 모건은 “사무실들은 책상이 일렬로 늘어선 형태에서 협업 스튜디오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집중도 높은 업무를 할 수 있는 조용한 구역, 팀 작업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룸, 멘토링을 하기에 용이한 공간이 등장할 겁니다. 사무실은 그저 자리를 채우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업무에 추진력을 더하기 위한 공간이 될 겁니다.”
안토넬리는 만약 지금 <일의 영역들> 전시를 한다면 네오 누아르 장르의 드라마 <고담(Gotham)>을 참고하여 과거 스타일의 물건들과 현대 기술을 접목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예를 들어 팔로우스는 사무실의 목적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어, 기업들이 장기 임대보다는 임시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사무실은 이제 더 이상 장소가 아니에요. 연결망 속에 있는 하나의 접속점일 뿐이죠.”
4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준비를 하라
」이렇듯 달라진 사무실의 상황은, 점점 불안정해지는 또 다른 양분 구조, 즉 ‘일과 삶의 균형’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택근무와 스마트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다. 노동과 여가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글로벌 채용 기업 랜드스태드(Randstad)가 매해 발표하는 노동시장 조사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지난해 처음으로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꼽혔다. ‘고용 안정성’과 비슷한 수준, ‘급여’보다는 약간 더 높은 수준이었다. (애플티비+의 SF 드라마 <세브란스: 단절(Severance)>에서는 직원들의 뇌에 기억 상실을 유도하는 신경 칩을 삽입하여 ‘일’과 ‘삶’을 분리하는 방식의 암울한 해결법이 등장한다.)
모건은 원격 근무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어느 정도 자기 발등을 찍은 꼴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몇 년 동안 직원들은 유연성과 원격 근무, 또 일터의 경계를 허물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이 언제나 업무가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진 데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자율성을 달라고 해놓고, 기대치가 높아진 걸 불평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기 계발과 성공을 강조하는 ‘허슬 컬처’, 스스로의 외모나 생산성 등을 극대화하자는 ‘맥싱(maxxing)’ 트렌드 역시 사람들로 하여금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도록 압박한다. 브루독(BrewDog)의 전 CEO 제임스 와츠는 ‘일과 삶의 통합’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는데, 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프레임을 감추는 많은 완곡한 표현 중 하나다.
그러나 어쩌면 이 ‘워라밸’은 그리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보라. 2040년에는 몇몇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우리 중 누구도 일을 하지 않게 될 것 아닌가. 우리의 삶은 일 대신 무한한 여유 시간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새롭게 생긴 달력의 빈칸을 가지고,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세상은 손 더럽힐 일 하나 없이 시간이 남아도는 따분한 유토피아가 되어버리는 걸까?
도어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어쩌면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 없이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려면 귀족 계층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 여러 사회에는 무척이나 운이 좋으며 특권을 가진 부유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 아침에 눈을 뜨고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운이 좋은 사람들이죠. 그들 전부가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찾아냈습니다.” 내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자, 그는 더욱 설득력 있는 비유를 제시한다. 우리 삶의 초반과 후반의 두 시기, 즉 어린 시절과 은퇴 후는 일을 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은퇴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적을지 모른다. “은퇴는 두 가지 길로 갈라질 거라고 봅니다. 저축한 돈이 아직 충분히 모이지 않아 은퇴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목적의식과 공동체를 유지하고 싶어 은퇴하지 않는 사람들로 말이죠.” 모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새로운 방식의 은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 오래, 하지만 다르게 일을 하는 단계적 은퇴죠. 파트타임, 컨설팅, 멘토링, 이사 직무나 프로젝트 기반의 일을 하는 겁니다.” 팔로우스 역시 이런 전망에 동의한다. “사람들의 수명도 늘어나고 있잖아요. 70대나 80대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더 이상 불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도 나타날 겁니다.”
어느 쪽이든, 일에서 벗어난 시간은 유익할 것이라고 도어는 예측한다. “여유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건 정말 행복한 고민이죠.” 그는 전 세계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매일 고되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한다. “이건 인류에게 지금껏 일어난 일 중 최고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고된 노동과 수고를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 인류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이자 낙원, 에덴동산, 신화 속 유토피아가 되는 겁니다.” 그는 말을 이으며 눈을 크게 떴다. “로봇들이 힘든 일을 다 하는 동안, 천사들이 은쟁반에 음식을 대접하는 세상 말이에요.”
5 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일 이후의 사회’란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현금 없는 사회가 우리 앞에 제법 가까이 다가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래가 중심이 되어 돌아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머지않아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 지갑에 패킷 단위로 급여를 받고, 비트코인 보너스를 받게 될 수 있다. 도어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으로서는) 이 토큰과 화폐를 얻으려면 그 대가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우리가 노동을 팔고, 그 대가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얻는 게 원칙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영원히 일하지 않고, 도어의 말처럼 아예 일하는 것을 완전히 그만두게 된다면, 현금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갖게 될까? 정말로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도어는 그 모든 게 분배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새로운 분배 시스템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건 64조 달러짜리 질문이죠.”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반드시 자원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계산을 잘못하면, 인간이 일을 그만둔 후에는 모든 게 제로섬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은, 우리 일자리를 로봇들이 차지하더라도 일들은 여전히 처리될 거라는 점입니다.”
도어는 이런 상황을 모든 옵션이 포함된 여름휴가에 간 어린이에 비유한다. “아이는 리조트 비용을 내지 않고도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아무것에도 돈을 내지 않아도 되죠. 뷔페가 있으면 가서 먹으면 되고, 하고 싶은 액티비티가 있으면, 저기에서 하고 있으니 물론 바로 가서 참여하면 됩니다. 번영하는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삶이 기본적으로 그런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최종 단계에 이르면, 삶은 로봇들이 우리 대신 궂은일을 하는 동안 풍족한 자원이 끝없이 주어지는 거대한 뷔페와 같아질 것이다. 우리는 로봇들을 불쌍히 여기게 될까? 혹은 그저 무한한 물자가 넘쳐나는 진정한 축제의 영원한 영광을 만끽할까?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40년이 되어 인류가 이처럼 호사와 게으름으로 가득한 풍요의 보고를 마주하게 됐을 때, 우리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임원의 프리즘 명패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리라는 것이다.
Credit
- EDITOR Kyle Macneill
- ILLUSTRATOR Kidfue/Justin Horstmann
MONTHLY CEL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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