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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의 뜨거운 감자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과 관람 포인트

윤슬이 골목 사이사이를 비추는 5월, 세계 최대규모의 미술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찾아왔습니다 .올해는 주제 ‘In Minor Keys’ 아래에 다양한 국가관들이 모여, 세계 곳곳의 균열과 정서를 포착하였습니다. 제 61회를 맞은 비엔날레는 여전히 광대하지만, 올해는 심사위원 전원 사퇴 등 다사다난함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흥미로운 관람을 위하여 한국관을 포함한 올 해의 관전 포인트들을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이하민 2026.05.26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단조와 소수(In Minor Keys)’로 흐르는 사유의 장: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심사위원 사퇴와 시위 등 다사다난한 이슈 속에서도, 세계의 균열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낮은 목소리의 예술로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 한국관, 연대의 둥지를 틀다: 최빛나 감독과 최고은, 노혜리 작가는 일본관까지 이어진 구리 파이프와 4천여 개의 직물로 구획한 ‘해방 공간’을 통해 분단의 역사와 공동체의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 독일관이 남긴 묵직한 초상: 개막 직전 타계한 헨리케 나우만의 유작과 성 티우의 작업은 유럽이 직면한 불안과 피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추모와 성찰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예술적 산책: 이우환의 개인전과 피노 컬렉션, 베니스 곳곳의 팔라초에서 열리는 독립 전시들은 비엔날레의 복잡한 담론을 넘어 도시의 결을 따라 걷는 우아한 여행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깜짝 디제잉 중인 뷔욕(bjork) / 이미지 출처: bjork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깜짝 디제잉 중인 뷔욕(bjork) / 이미지 출처: bjork

1895년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판데믹 이전까지 매 홀수 해마다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현대 미술 축제로, 카스텔로 공원의 국가관 전시와 아르세날레의 본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왔습니다. 그 중 카스텔로 공원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한국관은 이번 회차에서 부드러운 울림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속 한국관 / 이미지 출처: @hyejung__jang 베니스 비엔날레 속 한국관 / 이미지 출처: @hyejung__jang 베니스 비엔날레 속 한국관 / 이미지 출처: @hyejung__jang

이번 한국관의 예술감독 최빛나는 최고은, 노혜리 작가와 함께 ‘해방 공간: 요새와 둥지’로 전시를 꾸렸습니다. 최고은 작가는 구리 파이프를 이용해 한국관에서 일본관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신경망을 만들어 두 공간의 역사적 관계를 물리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는 파이프를 통해 강압과 해방, 긴장과 연대의 흐름을 구현했습니다. 노혜리 작가는 설치 작품 <베어링(Bearing)> 을 통해 공간 내부를 유연하고도 밀도 있게 재구성했습니다. 불투명한 4천여 개의 아프리카산 오간자 직물 조각들을 정교하게 엮어낸 설치물은 전시장 안을 마치 여러 개의 둥지처럼 구획합니다. 그 안에 애도, 기억, 전망, 생활 등의 주제를 담은 8개의 스테이션이 자리하며, 이곳에는 작가 한강을 비롯해 농부 김후주, 작가 겸 가수 이랑, 사진작가 황예지가 참여한 작품들이 직물 구조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룹니다.


주목할 만한 독일관 / 이미지 출처: @deutscherpavillon 주목할 만한 독일관 / 이미지 출처: @deutscherpavillon

올해 가장 격렬한 반향을 일으킨 곳은 독일관입니다. 전시 개막 직전 핵심 작가 헨리케 나우만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독일관은 예기치 못한 슬픔을 안게 되었죠. 나우만은 급진주의와 사회적 균열을 탐구해온 설치 작가로, 정치적 폭력과 극단적 사고 체계가 남긴 잔재를 집요하게 파헤쳐 왔습니다. 그의 부재 속에서 남겨진 작업들은 작가 성 티우와 함께 더욱 예리하고 뜨거운 작업으로 드러났죠. 비평가들은 독일관을 두고 “의도치 않은 시대의 초상”이라 표현하며, 유럽이 직면한 분열과 피로, 그리고 예술가가 감당해야 했던 구조적 무게가 전시장 전반에 드리워졌다고 평가합니다. 그 밖에도 북유럽관은 기후와 생태의 문제를 감각적 설치로 풀어내었고, 스위스관은 절제된 감각으로 내부적 정치성을 드러냅니다.


이우환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 SMAC Venice / 이미지 출처: @ufanlee 이우환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린 SMAC Venice / 이미지 출처: @ufanlee

베니스 비엔날레 중에는 산 마르코 지역의 SMAC Venice에서는 이우환의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푼타 델라 도가나와 팔라초 그라시에서는 피노 컬렉션의 특별전이 전개됩니다. 여기에 다양한 팔라초에서 열리는 콜래트럴 전시들이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을 만들어 주며, 관람자에게 비엔날레를 넘어 베니스라는 도시를 체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죠. 올해는 이스라엘과 러시아 국가관이 개방된데에 대한 격렬한 항의 시위와 이에 함께하는 심사위원진의 전원 사퇴 보이콧 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움직임이 미술을 더욱이 미술답게 만들며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예술은 때로 거창한 해답을 내놓기보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질문을 다시 꺼내어 놓는 역할을 합니다. 2026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바로 그 지점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Credit

  • EDITOR 한유주
  • PHOTO 각 이미지 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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