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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나는 솔로, 소개팅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가벼운 만남이 아닌 결혼 상대까지 생각한 연애를 꿈꾸고 있다면 1박2일 소개팅 여행이 어울린다. 카메라 없는 나는 솔로 현실판이 여기 있다.

프로필 by 박호준 2026.05.24

종종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군가는 야구를 보면서, 다른 누군가는 <나는 솔로>를 보면서 말이다. 나는 후자였다. <테라스 하우스>부터 시작해 <솔로지옥> <하트 시그널> <환승연애> 등 각종 짝짓기 예능을 보며 내공을 쌓은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참가자들의 첫인상만 보고도 성격을 파악하거나 최종 결과를 점치는 경지에 이르렀다. 비록 보내진 않았지만 <나는 솔로>의 참가 신청서를 공들여 작성한 적도 있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은 참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란히 둘러앉아 있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만약 눈앞에 촬영 중인 카메라 10여 대가 있었다면 나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인 건, <나는 솔로>와 달리 소개팅 여행에는 구세주가 존재한다. 행사 진행을 맡는 전문 MC 이야기다. 참여 전 미리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MC가 대신 자기소개를 해주는 방식이다. 노련한 진행 솜씨 덕에 참가자들이 조금씩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저희가 ‘용기 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문구를 자주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낯선 사람들과 1박 2일 동안 함께한다는 게 참가자 입장에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여성분들은 더 그렇죠. 그런 걱정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큐피드(사회자)가 대신 자기소개를 해주거나 간단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냉랭한 벽을 허무는 거죠.” ‘솔로 하우스’ 이인섭 대표의 말이다. 그는 IT 개발자였지만 AI가 빠르게 프로그래머를 대체하는 것을 느끼고 매칭 사업으로 전향했다. “AI가 이 세상 모든 걸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게 뭘까 고민했어요. 제가 보기엔 사랑인 것 같아요.” 다른 업체와 달리 솔로 하우스는 자체 개발한 앱을 이용해 첫인상 투표와 중간 투표 등을 진행한다.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능률이 많이 올랐어요. 참가자들도 진짜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요.”

1박 2일 동안 같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프로그램은 로테이션 소개팅이나 솔로 파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1 대 1 혹은 2 대 2로 번갈아가며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눈 후 투표를 통해 속마음을 확인한다. 이때 상호 호감을 보인 커플이 있다면 단둘이 산책을 하거나 저녁 식사를 하는 특별 이벤트도 있다. “MT 느낌이 나요. 죽어 있던 연애 세포가 조금씩 깨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친구가 소개팅 여행에서 남자 친구를 만든 걸 보고 자신도 따라 신청했다는 91년생 이지선(가명) 씨의 말이다. “간호사로 일하다 보면 이성을 만나기 쉽지 않아요. 주변에 소개팅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죠. 이러다 정말 연애를 못 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어서 나오게 됐어요.”

진지하게 만날 상대를 찾는다면 소개팅 여행이 가장 확실한 선택일 수 있다. 이인섭 대표는 “수십 만원을 내고 황금 같은 주말을 할애해 여행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정성이 담겼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볍게 도파민을 자극할 작정이라면 솔로파티에 가는 게 낫죠. 저희는 커플 매칭률이 가장 적었을 때가 30%였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모두다원해’의 장재혁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1년 반 정도 다원 트립을 운영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술을 아예 제공하지 않거든요. 스태프가 3교대로 24시간 숙소에 상주하면서 참가자들을 케어하기도 하고요.” 이어서 그는 신뢰를 강조했다. “모두다원해는 4년 전 온라인 소개팅 서비스로 시작한 회사예요. 코로나 시절이라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이 잘됐죠. 그때부터 쌓인 데이터베이스와 경험을 바탕으로 약 1년 전부터 트립을 시작한 거예요.”

일명 ‘허위매물’에 대한 의심에 대해서도 장재혁 대표는 단호하다. “일단 아르바이트를 쓰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신청 경쟁률이 8 대 1까지 치솟을 때도 있는데 굳이 돈 주고 섭외할 이유가 없죠.” 상세한 자기소개서, 직업 증명, 결혼 유무 확인 등 체계적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야만 여행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신뢰도를 높인다.

혼술바, 솔로파티, 로테이션 소개팅과 소개팅 여행을 전부 경험해본 입장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다. 부담 없이 가벼운 수준의 만남은 혼술바,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면 솔로파티,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로테이션 소개팅이 알맞다. 그리고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를 원한다면 소개팅 여행이 어울린다.

Credit

  • PHOTO 페어링 스튜디오
  • 솔로 하우스
  • 제주 아홉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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