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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의 장인 정신이 담긴 라 쇼드퐁 매뉴팩처와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 탐방기

측정의 기술을 넘어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현재와 미래.

프로필 by 차종현 2026.05.22

Cartier


CRAFTED TIME

측정의 기술을 넘어 장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현재와 미래.




LA CHAUX-DE-FONDS MANUFACTURE

스위스 라 쇼드퐁에 위치한 까르띠에 워치메이킹 매뉴팩처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의외의 ‘정적’이다. 수백 명의 장인과 엔지니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음에도 공간은 놀라울 만큼 차분하다. 일반적인 산업 현장의 긴박함 대신 정교한 시계를 완성하기 위한 고요한 몰입이 공간을 채운다. ‘워치스 앤 원더스 2026’ 기간 중 방문한 이곳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메종의 철학이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거대한 아틀리에에 가까웠다.

2001년 문을 연 라 쇼드퐁 매뉴팩처는 약 3만3000㎡ 규모의 공간에 디자인, 개발, 생산, 품질 검사, 그리고 고객 서비스까지 시계 제작과 제반 부분을 모두 책임지는 곳이다. 약 850명의 전문가가 상주하며 하이 워치메이킹 피스와 리미티드 에디션, 하이 주얼리 워치를 제작한다. 까르띠에를 상징하는 스켈레톤 워치와 미스터리어스 무브먼트 역시 이곳의 결과물.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디자인 중심 사고’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기술력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까르띠에는 디자이너가 그린 독창적인 형태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한다. 이를 위해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장인정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제작 공정 또한 전통과 첨단이 공존한다. 예를 들어 까르띠에가 자체 제작하는 ‘블루 핸즈’는 이 부품 하나를 위해 스탬핑부터 폴리싱, 컬러링까지 무려 12단계를 거치며 전 과정에서 세척과 검수를 반복한다. 최종 단계에서 장인이 육안으로 정밀하게 분류하기까지 최대 36일이 소요된다. 현재 메종이 보유한 핸즈 종류만 900여 개에 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브레이슬릿 제작 과정 역시 인상적이다. 초정밀 기계 가공 시스템을 통해 9개의 금속 바를 동시에 가공하며, 링크 하나를 완성하는 데 짧게는 30초, 복잡한 구조는 최대 90초가 소요된다. 이 과정은 숙련된 장인의 세밀한 조정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실제로 기계 세팅에만 최대 16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무브먼트의 구조적 아름다움부터 브레이슬릿의 정교한 완성도까지. 라 쇼드퐁 매뉴팩처는 기술과 장인정신, 그리고 디자인이 하나의 시계 안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주는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중심이다.




MAISON DES MÉTIERS D’ART

라 쇼드퐁 매뉴팩처 옆에 자리한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MAISON DES MÉTIERS D’ART)’는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또 다른 얼굴이다. 첨단 생산 기술이 중심인 매뉴팩처와 달리, 이곳은 인간의 감각이 공예로 승화되는 공간이다. 2014년 설립된 이 친환경 건축물 내부에서는 장인들이 현미경으로나 겨우 식별 가능한 미세 부품과 사투를 벌인다. 효율보다 완성도가, 속도보다 정밀함이 절대적으로 우선되는 이곳에서 까르띠에는 과거의 공예 기술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백 년 전 유럽 장인들의 유산을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한다. 그 언어는 크게 세 가지 예술로 집약된다. 첫째, ‘불의 예술’이다. 다이얼 위에 에나멜 염료를 섬세하게 입힌 뒤 고온에서 여러 차례 굽는 과정을 거쳐 깊이감 있는 에나멜 부속이 탄생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극도의 집중력과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다. 둘째는 ‘금속의 예술’이다. 미세한 금속 알갱이를 표면에 하나씩 붙여 패턴을 만드는 전통 금세공 기법인 그래뉼레이션(GRANULATION)이나 가는 금속선을 꼬거나 말아 섬세한 문양을 만드는 금속공예 기법인 필리그리(FILIGREE)와 같은 전통 기법을 활용해, 육안으로는 확인조차 힘든 정교한 패턴을 구축한다. 마지막은 ‘구성의 예술’이다. 나무, 밀짚, 심지어 꽃잎 같은 이색적인 소재를 모자이크와 상감 세공을 통해 다이얼 위에 구현한다. 에나멜 장인과 조각가, 워치메이커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경계 없이 협업하며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창조하는 풍경은 하이 워치메이킹의 진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까르띠에 매뉴팩처와 메티에 다르 아틀리에를 모두 둘러본 뒤 가장 긴 여운을 남긴 것은 결국 장인들의 ‘손’이었다. 현미경 아래에서 미세한 부품을 다듬던 손,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완벽한 색채를 찾아내던 손, 그리고 작은 다이얼 안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던 손. 까르띠에는 그 고귀한 손끝의 기술이 퇴색되지 않도록 과거의 유산을 현재로 불러내어, 다시 머나먼 미래로 연결하고 있었다. ©CARTIER

Credit

  • EDITOR 차종현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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